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언제쯤 자유롭게 여행을 하게 되려는,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코로나 범유행 시기를
지내면서 여행에 얽힌 크고 작은 지난 일들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하와이섬 크루즈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출발하여 15일 만에 돌아오는 일정이 있어
서 다녀온 적이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니 한결 수월할 듯해서 그 항해를
택했다. 출항해서 5일 동안 망망대해만 바라보며
목적지에 도착하면 5일간 이 섬 저 섬 하루씩
관광하고, 다시 5일 동안 파도를 거슬러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유람선이다. 신선한 바닷
바람을 실컷 들이키며 떠난 지 이틀 만에 Norovirus가 발생했다는 경고문이 돌고 여러
가지 주의사항이 전달되었다. 객실을 소독한다고 모든 소지품을 꺼내 놓으라 하고, 공공
시설 곳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여 수시로 쓰게
했다. 식당에 들어갈 때는 입구에서 안내가 소독제를 일일이 짜 주고, 뷔페 음식을 스스
로 덜어가지 못하고 카운터에서
떠 받는 현상이었다.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은 객실에 갇혀서 지내야 하며 모두의 안전
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때는 마스크는 필요 없었으므로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
이키며 누구하고든지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지금에 비하면 감사한 여행이었다
파나마 운하를 보기 위하여 마이애미에서 배를 탄 적이 있다. 도미니카로 향해 가는 도
중에 배가한 지점에 좌초되어 일정이 변경된다는
것이다. 그 지역에 약 2주 전에 심한 태풍이 불어 물밑 모래가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했
다. 이 거대한 선체를 모래에서 끌어내느라 예인선
세 척이 동원되고 미국 해양 경비행기가 배 위를 맴돌며 하루 동안 카리브해의 새파란
하늘 아래 색다른 관광을 한 셈이다. 그로 인해 하루
뒤에 떠나 목적했던 파나마 운하를 구경했고, 항해하는 동안 “바다의 전설(Legend of
the Seas)” 이라는 배 이름을 “모래의 전설(Legend of the
Sand)” 이라고 바꿔 부르기도 했다.
한 여행사를 통해 동남아 크루즈를 예약하고 일정대로 홍콩에 정해 준 호텔에서 우리
그룹이 처음 만났다. 대부분이 밴쿠버의 영어권 사람들로,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함께 여
러 날 지내다 보니 자연히 가까워져서 별 불편 없었다. 베트남, 필리핀, 대만을 거쳐 한
국 부산에 도착했을 때는 며칠간 다녀온 지방들과 달리 기온이 퍽 낮아서 여러 승객이
기침을 시작했다. 마지막 항구인 상해에 도착했을 때는 남편도 감기증상이 있어 저녁 관
광을 못 하고 호텔에 남았다. 하루를 쉬고, 떠나는 날은 구정이었다. 일정의 마지막으로
시내의 유명한 공원을 들렀다. 구정 인지라 고향에 가지 못한 상해 시민이 다 그곳에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인파를 뒤로 하고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한 뒤 대합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간에 찍은 사진들을 열심히 보며 각자 머릿속 필름을 돌렸다. 탑승해서
자리에 앉은 뒤에 남편이 휴대폰을 찾는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여행
간다고 신형으로 바꾸어 많은 추억을 담은 소중한 소지품! 집에 돌아와 감기 증상 때문
에 의사를 만나고 처방대로 로열 콜롬비아 병원에서 급히 피검사를 받았는데 두어 시간
기다려 들은 결과는 나트륨이 위험 수치이니 당장 입원하라며
집에 가는 길에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5일 동안 수액 주사와 먹는
약과 식이요법으로 치료받고 겨우 정상에 가까운 수치로 올려 퇴원했다. 이 위험 증상을
여행지에서 당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생각만해도 가슴이 서늘하다. 휴대
폰을 잃어버린
것도 혹시 이 일의 전조 증상이 아니었나 생각하니 무사히 돌아온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휴가를 다녀오면 묻는 이가 있다. 이번에는 별일 없었느냐고.
다음 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보험료도 비싸고, 지금은 방송을 통해서
“걸어서 세계 속으로”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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