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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있는 자가 미인을 차지한다고? 스키장에선 다이아몬드를 차지한다!

정우찬 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2-24 19:18

'다이아몬드'가 뭐야? 스키장에 왠 다이아몬드? 라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겁니다. 캐나다에선 슬로프의 난이도를 네 단계로 나눕니다. 해외 스키장 대부분 이런 표시로 난이도를 나타내므로 기억해 두시면 유용한 정보가 될 것입니다.

 

'그린 써클(Green Circle)'은 녹색의 동그라미로 표시되며 초급자 코스를 의미합니다. 한국의 초급자 코스에 비하면 약간 어려워서 초급~중급 코스로 이해하시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블루 스퀘어(Blue Square)'는 파란색의 사각형으로 표시되며 중급자 코스를 의미합니다. 한국의 중급~상급 코스라 생각하십시오.


<▲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의 경사도를 느낄 수 있는 사진. 손을 뻗으면 옆으로 설면이 닿는다 >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는 검은색의 마름모로 표시되며 상급자 코스를 의미합니다. 한국의 최상급자 코스에 해당되는데 단순히 경사도면에서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사도에 엄청난 크기의 모글이 더해진다면 한국에선 경험할 수 없는 난이도가 됩니다.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Double Black Diamond)'는 두 개의 블랙 다이아몬드로 표시되며 최상급자 코스를 의미합니다. 블랙 다이아몬드 코스만해도 한국에선 경험하기 힘든 난이도인데 과연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는 어느정도의 난이도 일까요?

 

휘슬러를 방문한 한국 스키어들이 저에게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에 대해 물어보시면 저는 우스개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와~ 내가 여기서 살아 내려가면 부모님께 효도해야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랍니다."



<▲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의 진입로. 절벽을 타고 아슬아슬하게 들어서야 한다.   >


블랙 다이아몬드 코스에 들어서면 한국의 스키장과 달리 엄청난 크기의 모글과 나무, 바위 등이 곳곳에 있기때문에 일단 심리적 압박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 코스는 몇 미터씩 점프를 해야 진입할 수 있는 곳이 많으며, 진입로가 상당히 좁기때문에 소위 점프턴(점프를 해서 턴을 만드는 턴의 한 방법)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수를 해서 넘어진다면 하염없이 굴러떨어질 것 같은 엄청난 경사이니 심리적 부담감이 더욱 커지죠.

 

그러므로 한 턴 한 턴에 자신의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하고, 자신이 평생 쌓아 온 스키실력을 모조리 발휘해야만 합니다. 스키 실력도 실력이지만 담력도 함께 필요한 곳이지요. 그러므로 '스키장에선 용기있는 자가 다이아몬드를 차지한다'라는 말이 성립됩니다.

 


<▲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의 진입로를 옆에서 바라보면 경사도를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런 곳에서 어떻게 스킹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절벽같은 경사일지라도 상체를 최대한 산의 아래쪽으로 향해야 합니다. 이 자세를 유지해야만 턴의 마무리 시점에서 상체는 산의 아래를 향하고, 스키는 산의 옆을 향하게 됩니다. 그러면 상체와 하체가 최대한 꼬이게 되는데 이 때 강한 폴플랜팅(스키 폴을 눈에 찍어주는 동작)과 함께 점프턴을 해주면 신체는 자동적으로 풀림현상이 생기면서 쉽게 스키가 반대방향으로 틀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점프턴을 이용해서 정확히 한 턴 한 턴을 그려가야 합니다. 이렇게 짧은 턴을 만드는 이유는 큰 턴을 그릴만한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고, 또 큰 턴을 만들면 점점 가속이 붙어서 스피드 컨트롤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처음 진입로에 서서 내려다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마치 번지점프대에 올라선 기분이지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순간에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아, 내가 여기 왜 왔지? X팔려서 돌아설 수도 없고......'

 

하지만 하나 둘 사람들이 뛰어 내리면 돌아설 수 없다는 체념과 함께 마지막 용기를 쥐어 짜내게 됩니다. 그리고 큰 호흡과 더불어 과감하게 몸을 던지지요. 처음 한 턴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완전히 턴이 마무리되면서 바로 다음 턴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십여턴을 마치고 나면 대개는 경사와 난이도가 가장 심한 진입로의 위험구간을 지나치게 됩니다.

 

실제로는 십여초에 불과한 시간이지만 스킹을 하는 자신에겐 몇 십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요. 이렇게 가장 위험한 구간을 지나쳐 내려오면 마음의 부담도 훨씬 줄어들고 심장 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휴~ 살았다. 내가 어떻게 저길 내려왔지?'라는 생각과 함께 뿌듯한 성취감이 몰려옵니다. 이럴 땐 누구나 자신의 스키기술이 어느정도 성취를 이루었구나! 라는 자족의 미소가 입가에 저절로 생겨납니다.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
멋진 이름이지만 최상급 스키어들만의 '전용 놀이터' 입니다. 어쩌면 이런 곳에서도 스킹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스키기술을 갈고 닦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남과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최상급 스키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휘슬러는 이처럼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 리프트권을 구입해도 스키실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변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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