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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사이로 즐기는 스킹, 트리런

정우찬 vanchosun.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2-20 11:45

휘슬러가 '스키어의 천국' 또는 '스키어의 성지'라 불리는 이유는 휘슬러에선 스킹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한국의 스킹 환경은 대단히 제한적이어서 휘슬러와 같은 빅마운틴 환경을 경험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스킹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트리런(Tree Run)'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트리런'은 숲 속 한가운데에서 나무사이를 누비며 즐기는 스킹을 말합니다. 휘슬러는 '스키장'보다는 '산(山)'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참고로 이 곳 사람들은 '스키 리조트'라고 부르지 않고 그저 '마운틴'이라 부릅니다.) 2,200 미터 높이의 산에 겨울이면 10 미터가 넘는 눈이 내립니다. 눈이 많이 쌓이면 그 다음엔 어디든 스키를 타고 즐길 수가 있는데 숲 속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즐겁기만 합니다.

 


<▲  휘슬러의 정상에서 바라본 블랙터스크의 아름다운 모습. 1,800m의 수목한계선 위로는 드넓은 설원이 펼쳐집니다>


트리런 코스로 들어서면 숲 속을 뛰놀던 어린시절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을 즐기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던 추억이 어느덧 현실이 되어 버립니다.

 


<▲  블랙콤의 트리런 코스를 내려오는 스키어의 모습. 짧은 숏턴을 이용해 나무 사이를 누비고 있습니다. >

 

하지만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나 트리런을 두려워합니다. '스키를 타다가 나무에 부딪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대개의 트리런 코스는 최상급자 난이도여서 이런 두려움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중급자만 되어도 접근할 수 있는 쉬운 코스들도 많습니다. 휘슬러의 어린이 스키스쿨에서 아이들이 도전할만한 쉬운 코스들을 개발해 놓았기 때문이죠.


휘슬러의 라운드 하우스(Round House, 1850m) 아래의 Green Acres 와 Marmot 두 코스 사이에 펼쳐진 숲속엔 다양한 트리런 코스가 있습니다. 가장 쉽게 찾는 방법은 Peak2Peak 곤돌라가 지나는 라인 밑으로 계속 따라 내려가면 이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픽투픽 곤돌라를 떠 받치고 있는 거대한 철탑이 숲속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선 이 철탑을 "Metal Monster(철 괴물)"이라 부르지요. 이 철탑 주변의 완만한 사면에 나무들이 어느 곳은 듬성듬성, 또 어느 곳은 빽빽히 자리하고 있어서 실력별로 다양한 선택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트리런을 경험하신 뒤에 자신감이 생긴다면 휘슬러와 블랙콤을 누비며 다양하게 펼쳐진 트리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급 스키어들에겐 며칠동안 트리런만 골라 찾아다녀도 다 경험하지 못할만큼 많은 코스들이 펼쳐진답니다.

 


<▲  짧은 숏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트리런 코스를 즐기는 정우찬 강사의 모습>

 

자, 저와 함께 트리런으로 뛰어드는 상상을 해 보십시오.

턴을 할 때마다 나무가 앞을 가로막고 나섭니다. 아름다운 스킹, 부드러운 턴을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신없이 나무 하나 하나를 피해가면서 스킹을 해야 합니다. 마치 어린시절 술래잡기 놀이를 하듯 순간 순간 나무를 피해가며 달려 내려가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나무들을 헤치며 기분좋게 달리다 보면 자신이 마치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처럼 느껴집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헤치며 달려가는 장면속의 주인공이 되어보십시오.


트리런을 즐기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기억해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나무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나무에 부딪치지 않겠다는 생각에 나무만 바라보면 오히려 나무쪽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자신이 지나가야 할 길을 보세요. 또는 앞 사람이 지나간 스키자욱을 보세요. 그럼 어느덧 스키는 자신이 바라보는 길을 따라 달려갈 겁니다.

 


<▲  숲 속에선 나무가 아닌 자신이 지나갈 길을 보세요. 트리런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 기억해야 할 전략입니다.>

 

휘슬러를 방문한 한국 스키어들 중에서 트리런을 제대로 경험하신 분들은 모두 순식간에 트리런에 중독이 되어버립니다. 숲속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무한한 즐거움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신나게 트리런을 하다가 숲속의 한 가운데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멈춰서 보십시오. 멈춰 선 상태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촘촘한 나무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나무들과 어깨를 걸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느덧 자신도 한 그루의 나무가 됩니다. 자연의 한 부분이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가슴 깊이 깨닫게 됩니다. 나무 사이에 서면 누구나 어린아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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