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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그리고 완성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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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9-11-19 00:00

연극 디자인-제작 학과의 학생 러닝크루(Running Crew)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UBC 연극 디자인-제작학과(Theatre Design and Production)의 한인 학생들은 오늘도 연극 무대 뒤에서 안보이는 수고를 한다. 연극 용어 중 러닝크루(Running Crew)라는 말이 있다. 연극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가 아닌, 백 스테이지에서 연극을 만들어나가는 스태프들을 지칭하는 은어이다.
UBC에서는 이런 러닝크루로 일하는 학생들을 가끔 만나볼 수 있다. UBC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는 규모가 작아, 과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같은 학교 재학생도 많다. 하지만, UBC에서는 일년 내내 수많은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고, 연극 디자인-제작학과의 학생들은 그 대부분의 연극에서 스태프로 일한다.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를 전공하고 졸업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직접 연극참여가 매우 중요한 필수조건이다.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를 이수하기 위한 필수 강의로는 일명 99클래스라고 불리는 299,399,499 코스가 있다. 99클래스들은 강의 수업이 아닌, 봉사 형식으로 연극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코스이다. 한 학기에 150시간의 참여시간을 채우거나, 일년에 300시간을 채우도록 요구한다. 99클래스를 듣는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UBC내에서 이루어지는 연극에 원하는 포지션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하나의 연극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대표적인 일로는, 무대 디자인과 건축(set design, builder), 배경 디자인과 페인터(scenery design, painter, builder) 조명 디자인(lighting design), 음향 디자인(sound design), 의상 디자인과 만들기(costume design, builder), 소품 디자인과 만들기(prop design, builder) 등이 있다. 실제로 연극이 이루어지는 백 스테이지에서 하게 되는 일로는 크게 무대연출(stage management)와 스테이지 크루(stage crew)로 나뉜다.
스테이지 크루에는 소품, 의상, 조명, 음향효과 담당으로 세분화된다. 한 연극당 필요한 인력은 연극 전후를 합쳐 약 사오십 명 가량.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는 UBC 미대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미술학부(Faculty of Fine Art)로 지원해야 한다.


연 극 디자인-제작학과 학생 대부분은 백인 학생들로, 다른 학과들과는 달리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언어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직접 발로 뛰는 일이 많다 보니, 이과 및 인문계열 공부에 좀 더 강세를 보이는 동양인들은 그다지 큰 관심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를 전공하는 한인 학생의 수는 극소수로, 다섯 명 안팎이다.
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연겸 양은 연극디자인-제작학과를 꺼리는 이유가 시간 할애라고 답했다.
"시간 할애가 다른 학과에 비해 많아요. 보통 리허설은 하루에 4시간 정도가 소요됩니다. 공연 오프닝 전 주말에 하는 테크 위켄드(Tech Weekend)는 총 리허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 큐, 한 큐 맞춰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토요일과 일요일에 하는데, 보통 하루에 12시간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김연겸양이 이 과를 지원하게 된 이유를 육체적인 피로와 압도적인 시간할애를 뛰어넘는 현장감 때문이라고 답했다.
"솔직히 힘들죠. 그런데 재미있어요. 책상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연극 하나를 제작해내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오프닝 무대를 보면 뿌듯하고 보람차거든요. 공연 자체가 마치 제 자식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현재 4학년에 재학 중인 송이랑양은 "교수와 학생과의 일대일 관계가 아닌, 관객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건 학교에서 하는 하나의 프로젝트나 과제물이나 시험이 아닌 진짜 사회생활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학생이지만 프로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게 때로는 버겁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게 바로 다른 학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 학과만의 묘미라고도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송이랑 양은 힘든 점으로 학교 수업, 공부, 과제물, 그리고 공연을 다 같이 병행하는 데서 비롯되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다.
연극무대제작은 워낙 동원되는 인력이 많다 보니 팀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 개개인의 마음 가짐이나 행동에 따라 그 여파가 상당히 커진다. 보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임하지 않으면, 금방 지쳐버리고 팀 내의 분위기를 흐려 놓을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공연의 질을 떨어트릴 수도 있다. 다른 여느 학과들과 달리, 훨씬 더 사회 생활을 위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학과이다.


    연극 디자인-제작학과를 전공하지 않아도 UBC 연극 및 무대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관련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에게 주어진다. 평소에 연극이나 무대 공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면, 교양 과목으로 99클래스나 학부제한이 없는 수업들을 들을 수 있다. 좀 더 활동적인 수업을 원하거나, 색다른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자 하는 타 학부 학생들이 종종 수강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연극을 무대 위에 올리고 있는 UBC 연극 무대의 뒤편에는 학생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최근에는 인종과 언어, 문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객을 포용하기 위해, 실험적인 특별 기획 공연을 감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헨릭 입센(Henrik Ibsen)의 유명한 연극, "대 건축사 술니스"(The Master Builder)라는 기존 공연에 한국어 자막을 더해 이틀 간의 특별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한 바 있다.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 매체물인 영화와 달리, 연극은 연기자와 관객 간의 소통이 좀 더 긴밀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가는 요즘에도, 여전히 많은 연극 애호가들은 아날로그적인 극장을 찾는다. 색다른 문화 생활을 위해 연극 무대를 찾는 기회가 생긴다면, 단순히 연기자들의 연기만 보지 말고 그 뒤에 숨어 연극을 함께 완성시키고 있는 수많은 스태프들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 배남영 인턴기자(rhim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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