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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색동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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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1-01-25 08:44

이정순  /  )한국문협캐나다밴쿠버지부 회원


오늘은 새해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는 특별한 날이에요. 우리 가족은 컴퓨터 화상으로 미팅을 하기로 했거든요, 우리 가족이 모이면 명이에요. 그렇게 가족이 많냐구요? ! 우리는 가족이 많아 행복해요. 우리 가족이 궁금하면 지켜보세요.

“할머니 아직 들어오시네. 어디 편찮으신 아닐까요? 아빠!

“글쎄다. 잊으실 리가 없는데…….

아빠가 걱정했어요.

“오, 이삭! 벌써 들어왔어? 안녕!

“응 누나! 해피 뉴이어!

우리는 작은 아빠 식구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요.

“웬일이실까?

엄마도 걱정했어요. 할머니는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는데 이상하대요.

코로나로 할머니 댁에 가지 못해 속상했는데 할머니가 새해에 컴퓨터 미팅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가족과는 처음 보는 미팅이 재미있을 같아 잔뜩 기대했어요. 할머니는 재미있게 미팅을 있게 스케줄까지 주었어요. 그런데 미팅 시간이 분이나 지났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컴퓨터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우리는 모두 화면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빠는 전화를 걸었어요.

“이상하네. 전화도 받으시네. 정말 편찮으신가?

나는 사촌 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할머니를 기다렸어요. 우리는 모두 예쁜 한복을 입었어요. 사촌동생들도 색동 한복을 예쁘게 입고 나왔어요. 컴퓨터 화면이 꽃밭이 되었어요. 할머니가 새해 선물로 한복을 보내왔어요.

“할머니 ? 할머니 빨리 보고 싶은데.

본이가 보채자 작은엄마가 달랬어요.

“조금만 기다리자. 할머니 나오실 거야.

“아, 아뿔싸! 아이고 이일을 어쩐다냐? 강아지들, 많이 기다렸제? 할미가 예쁘게 차려입느라 늦었단다.

“아, 할머니시다. 할머니 괜찮아요. 편찮으신 아니시죠?

“그려 그려, 이래 건강 .

할머니는 팔로 뽀빠이 흉내를 냈어요. 리나와 본이가 까르르 웃었어요.

“할미 예쁘나?

“와! 할머니 멋져요. 왕비마마 같아요.

할머니 할아버지는 드라마에서 보는 임금님과 왕비마마 같은 옷을 입고 나왔어요.

“아고, 강아지들! 있었나? 할머니 기도하고 시작하자.

할머니가 기도했어요.

“새해에는 코로나도 물러가고 강아지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해주세요.

우리는 각자 테이블에 맛있는 간식을 차려 둘러앉았어요. 케이크도 준비했어요. 할머니 기도가 끝나자 주스 잔을 높이 들고 축하했어요.

“해피 뉴이어!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새해 건강하세요.

 

 

 

우리는 같이 세배를 했어요.

“오냐, 오냐. 모두 건강하고 새해 많이 받아라.

그리고 우리들은 같이 ‘까치 까치 설날’ 노래를 불렀어요. 동생 리나와 나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어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그리고 케이크도 잘랐어요.

이삭은 로고로 커다란 공룡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만들어 보여주었고, 나는 학교에서 만들어준 프롤로그를 읽어드렸어요.

“우리 하나 할머니 닮아 글도 쓰네. 이삭이는 만드는데 재주가 있구나.

할아버지가 동생과 나를 칭찬했어요. 할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서 덕담을 들려주었어요.

‘오 헨리 작가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새해 선물로 비유해서 말씀해 주셨어요.

가족 간의 사랑은 정성을 다하는 마음이 최고의 새해 선물이라고 했어요. 그것이 가족 사랑이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할아버지 말씀을 귀담아들었어요. 그리고 할머니께 벌칙을 내렸어요.

“할머니 늦게 들어오신 벌칙으로 이야기 주세요.

“맞아요. 할머니 받아야 해요.

모두 박수로 환영했어요.

“그래, 무슨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할머니가 해주시는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첨단기술이 좋긴 좋다. 이렇게라도 만날 있으니 말이다. 가만있자. 오늘은 이야깃주머니에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볼까?

할머니는 색동 이야기 복주머니를 꺼내 속을 들여다보았어요. 리나와 본이는 신기한 듯이 고개를 내밀고 할머니 주머니를 들여다보았어요. 할머니는 이야깃주머니에서 뭔가를 엄지와 검지로 끄집어내는 시늉을 했어요.

“자, 이게 뭘까? 화면이라서 보이지 않겠구나. 모두 겨자씨 알지? 작은 것이 겨자씨란다. 아주 작은 씨앗이지. 작은 겨자 씨앗이 3~4미터까지 자란다고 해서 성경에서 많이 비유한단다. 작은 사랑이 큰사랑으로 자라고, 그리고 너희들이 품고 있는 작은 꿈도 처음엔 겨자씨만 했지. 그게 점점 자라서 꿈이 되고 말이야. 그럼 작은 겨자씨가 어떻게 나무로 자라는지 볼까?

 

시골 천장에 씨앗 망태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겨울을 나고 있었어요.

“얘! 너는 그렇게 작아 뭐가 되겠니? 싹이 트기나 하겠어?

망태기에 있는 씨앗들이 겨자씨를 놀렸어요. 왕따를 당하는 겨자씨는 속상했어요. 하지만 꿈을 버릴 수는 없었어요. 겨자씨는 기죽지 않고 봄에 노란 꽃을 피울 꿈을 꾸고 있었거든요.

드디어 봄이 왔어요. 할머니는 호미를 가지고 광에 왔어요.

“얘들아! 그동안 답답했지? 봄이 왔단다. 이제 밭에 가서 너희들의 꿈을 마음껏 펼쳐보렴.

‘아, 드디어 꿈을 펼치게 되었어. 아유, 신나!

 

 

 

‘쟤는 뭐가 좋아 저렇게 떠들지. 쬐끄만한 싹이 트기나 할까?

‘호호호! 그러게. 꿈도 야무지지.

할아버지가 밭을 일구고 할머니는 호미로 이랑을 만들어 씨앗을 뿌렸어요.

‘아, 흙냄새. 정말 향긋해. 힘이 나는 같아.

겨자씨는 땅에 닿자마자 온몸이 근질근질했어요. 팔을 쭉쭉 뻗어 기지개를 맘껏 캤어요.

‘얘! 시끄러워. 조용히 하지 못해!

뿌리 씨가 잔소리를 해댔어요. 할머니가 정성을 다해 씨앗을 뿌리며 말했어요.

“잘 자라 거라. 새끼들!

며칠 드디어 겨자씨에서 노란 싹이 올라와 밖으로 나왔어요. 겨자씨는 다른 씨앗들의 싹이 반가워 인사를 했어요.

“안녕! 반가워.

하지만 먼저 올라온 싹들이 겨자씨 싹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그래도 겨자씨는 참고 맑은 하늘을 향해 쑥쑥 자랐지요. 어느덧 할머니 키보다 훌쩍 높게 자랐어요.

“기특한 . 자라주어 고맙구나.

“흥! 뭐야? 삐쭉 장대같이 키만 가지고….

할머니가 칭찬을 하자 씨앗들이 질투를 했어요.

날씨가 무척 가물었어요. 따가운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땅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졌어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일 물을 주어도 소용없었어요. 강한 햇빛은 금세 땅을 말려 버렸으니까요.

“헉헉! 목말라. 햇볕이 너무 따가워.

“애들아! 이쪽이야. 그늘 밑으로 들어와.

겨자씨는 자신도 목말라 힘이 없으면서 자기를 놀리던 씨앗들에게 그늘을 주었어요.

“그래도 ?

“그럼.

“고마워!

“괜찮아. 우린 할머니 식구잖아.

“아, 그늘이라 이제 같네. 놀려서 미안해!

싹들이 사과했어요. 겨자나무는 자신을 놀리던 작은 싹들을 깔보지 않았어요.

“얄미워. 친구를 놀리는 쟤들 나빠요.

동생 리나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어요.

“그려, 친구를 놀리면 되지. , 누가 말해 볼래? 겨자씨를 보고 느꼈을까?

“리나 말이 맞아요. 약한 친구를 놀리면 되겠어요. 그리고 겸손해야 해요.

내가 먼저 발표를 누르고 말했어요.

“꿈을 가져야 해요.

이삭이 말했어요.

“이제 그렸다.

본이는 스케치북에 왕비마마 할머니를 그려 높이 치켜들었어요.

“아이고, 우리 막내 공주님 그림도 그리네.

할아버지가 본이를 칭찬했어요.

“그래, 새해에는 겨자씨처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 이렇게 좋은 의견을 나누니 좋구나.

“할머니 이야깃주머니 비어 버리면 어떻게 해요?

 

 

 

리나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어요.

“호호, 주머니는 아주 특별한 주머니란다. 우리 강아지들이 있는 이야기는 없어지지 않거든.

할머니는 색동주머니를 품속에 넣으며 톡톡 두드렸어요.

“또 해주세요.

우리는 합창으로 말했어요.

“그려,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우리 종종 이렇게 만나자. 좋다. 이제 배고플 테니 다들 들어가서 떡국 먹어라. 할미가 떡국을 끓여줘야 하는데. 세상이 이래서 어쩌나. 에미들도 수고했다.

“네, 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우리는 같이 손을 흔들고 인사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어요. 좋은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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