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30점 폭발, 같은방 양효진 21점 올려..
V리그에서 통산 800블로킹을 달성한 '블로킹의 여왕' 양효진(27·센터)은 해외에만 나가면 '시녀'가 된다. 대표팀 주장인 '배구 여제' 김연경(28·레프트)과 늘 같은 방을 쓰며 청소를 도맡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둘은 친자매처럼 지낸다. 순하고 차분한 양효진과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김연경은 성격이 정반대이면서도 대표팀에서 가장 절친한 사이다.
동료 선수들은 김연경을 '방장(房長)', 양효진을 '방졸(房卒)'로 부른다. 주변에서 "이젠 양효진도 고참급이니 후배와 방을 쓰게 그만 놔주라"고 할 때마다 김연경은 "양효진과 정말 잘 맞는다. 은퇴 전까지 방졸로 데리고 있겠다"고 답한다.
양효진 역시 "내 롤모델이기도 한 김연경 언니가 잘 챙겨주니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한다. 이정철(56)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예선전 때 김연경과 양효진이 쓰는 방이 내 방 옆에 붙어 있었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코트 밖에서도 사이가 좋으니, 경기 때도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연경 선수(왼쪽)와 양효진 선수. 사진=조선일보DB>
방장과 방졸이 지난 6일 열린 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첫 경기(리우 마라카낭지뉴)에서 한국이 따낸 94점 중 51점을 합작했다. 세계 랭킹 9위인 한국은 두 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5위인 숙적 일본에 세트 스코어 3대1(19―25 25―15 25―17 25―21)로 역전승하고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대표팀 평균 신장이 176㎝인 일본은 장신인 김연경과 양효진을 앞세운 한국(평균 180㎝)의 벽 앞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192㎝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김연경의 스파이크는 일본 선수 3명의 블로킹 위에서 터질 때가 많았다. 김연경은 스파이크 높이가 307㎝에 달하는 '고공 공격수'다. 김연경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0점을 올렸다.
양효진은 속공, 블로킹, 서브 에이스 등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일본의 주포 나가오카 미유(19득점)보다 많은 21점을 몰아쳤다. 190㎝ 양효진은 총 4개의 블로킹 득점을 올렸고 서브에서도 가장 많은 4득점을 기록했다.

<일본 잡고 꿀맛 도시락. 이숙자 KBS해설위원 네이버 포스트>
대표팀 막내 이재영(20·레프트)은 배구 국가대표인 어머니의 뒤를 이어 올림픽에 출전하며 '모녀(母女) 올림피언'으로 주목받았다. 수비 불안을 노출한 박정아(23·레프트)를 대신해 1세트 중반부터 투입된 이재영은 11점을 올렸다. 이재영의 어머니는 1988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세터를 맡았던 김경희(50)씨다. 당시 한·일전에서 1대3으로 분패했다.
김경희씨는 "딸이 일본을 꺾는 모습을 보니 28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상대 서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주전에서 밀려났던 이재영은 김연경의 보조 공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4년 전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일본에 패해 눈물을 쏟았던 한국은 4년 만의 설욕에 성공했다. 일본 언론은 "세계 최고 공격수 김연경에게 당했다"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호치는 "일본은 1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2세트 이후 살아난 김연경 때문에 고통받았다"며 "한국과 대결에서 완패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여자 배구 대표 출신 해설자인 오야마 가나는 "30득점이라는 숫자만 보면 김연경이 결정적이라고 느낀 사람도 있겠지만, 패인은 오히려 양효진을 완전히 막지 못해서였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숙자 KBS해설위원은 "'배구계의 메시'로 자주 비유되는 김연경이 메시보다 호날두로 불리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한국은 9일 오전 8시 30분 러시아(세계 4위)와 조별 리그 2차전을 치른다. 러시아와 역대 전적은 7승 44패(올림픽은 7전 7패)로 한국이 절대 열세다. 하지만 여자 배구 '황금 세대'로 불리며 역대 최고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는 한국이 러시아를 넘어서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해 브라질(2위), 아르헨티나(12위), 카메룬(28위)과 함께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조 4위 이내에 들어야 8강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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