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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스토리-1]“줄을 서서 들어가야 하는 식당, 이곳은?"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9-18 15:03

“지구의 미니어처 속으로 들어가다”
밴쿠버 다운타운은 때로 지구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3.75 제곱킬로미터의 작은 공간 안에,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자신의 색깔을 유지한 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밴쿠버라이트(Vancouverite)에게 이러한 얘기는 결론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미니시리즈처럼 식상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주의를 내세우는 캐나다에서, 소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주치는 건 피할 수 없는 생활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운타운에서 마주하는 다양성은, 일상의 지루한 풍경과는 다소 다른 뭔가를 품고 있는 듯 보인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이런저런 축제와 이벤트 속에서, 아니면 각 국가를 대표하는 음식 혹은 길거리의 사소한 먹거리를 통해서, 우리는 다문화주의 사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설렘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부터 연재될 “다운타운 스토리”는, 이 이름 그대로 지구의 미니어처인 다운타운을 조명한다.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줄 서서 들어가야 하는 그리스 레스토랑, 스테포


다운타운의 맛집 리스트를 작성할 때, 생략하기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가 바로 그리스 레스토랑 “스테포”(Stepho)다. 그 이유를 “이 집의 음식이 지중해의 바람과 향기를 온전히 품고 있기 때문에”라고 설명하는 것은 어느 개그맨의 푸념처럼 진정 의미 없는 일이다. 

김치 없으면 스파게티 먹는 것조차 버거운 토속적 입맛의 소유자라면 스테포의 음식은, 가게 주인에겐 살짝 미안한 소리지만, 그저 그렇다. 좀 더 솔직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곳의 대표 에피타이저인 “카라마리”(Kalamri, 그리스풍 오징어튀김, 7.95달러) 앞에서 꽤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지 모른다. 이 음식을 한입 베어문 순간, 모자를 벗어 주방장에게 경의를 표하기보단 “짜짜짜, 물물물”을 연발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음식에 대한 평가는, 한 사람이 지닌 문화적 배경 혹은 기호에 따라 마치 숙명처럼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얘기한 것처럼 스테포를 맛집 명단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무모할 뿐 아니라 미식가의 즐거움과 대적하는 행위로 크게 비난받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카라마리와 맥주의 환상적 조합에 눈을 뜨게 된다면 이 주장에 훨씬 빨리 동의할 수 있을 터. 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스테포는 당연히 한번 쯤은 가볼만한 식당이다. 이곳에서 내놓는 것은 단순히 음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테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 지 알아내는 것은 초행자에게도 무척 쉬운 일이다.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하는 주말 점심 무렵, 다운타운 데비가(Davie St.)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한 가게 앞에 일렬로 서 있는 사람들을 어김없이 보게 된다. 이들의 눈길이 모조리 향하고 있는 곳이 지금 얘기 중인 스테포다. 직원으로부터 테이블을 안내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짧게 잡아도 30분. 손님들이 꼽는 이 식당의 가장 평범한 인기 비결은 “맛좋은 음식을 만만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이게 다다.  
어찌됐건 밴쿠버에서, 그것도 다운타운에서 식당 밖 길거리까지 이어지는 긴 행렬을 보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 무리에 속해 사람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보면, 음식을 맛보기 훨씬 전부터 스테포를 선택한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게 될 지 모른다. 레스토랑을 찾는다는 것은, 그곳의 음식 뿐 아니라  분위기도 함께 누리는 행위이므로.

무엇을 먹을까?
색다른 맛에 도전하는 걸 주저하는 사람이라면, 스테포에서 음식을 고르는 일이 꽤나 성가시게 느껴질 것이다. 이 식당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서울 오장동의 오래된 냉면집이었다면, 물 아니면 비빔 둘 중의 하나만 고르면 될테지만…. 우선 에피타이저로는 치즈볼(Tiroboukes·5.95달러)로 시작해 보자. 메인 요리로는 스테이크&피타(Steak&Pita·8.95달러)를 추천한다. 그리고 그리스 식당에 온만큼 양고기도 시도해보자. 스테포의 대표요리인 수블라키, 그 중에서 양고기의 가격은 작은 것은 7.95달러, 큰 것은 10.95달러다.

주소 및 연락처
1124 Davie St. Vancouver. (604)683-2555,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 30분부터 밤 11시 30분.






                                                                             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이번주 다운타운 볼거리&놀거리

패션위크, 숨겨진보석과의 만남
밴쿠버패션위크(VFS)의 가을·겨율 패션쇼가 오는 21일까지 퀸엘리자베스플라자(Queen Elizabeth Plaza)에서 열린다. 주최 측은 “밴쿠버가 품은 다문화주의와 패션계가 주목하게 될 떠오르는 재능들을 이번 행사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19세 이상만 입장 가능. 20일 행사 시간은 오후 4시부터 9시까지다. www.vanfashionweek.com 630 Hamilton St at Georgia

경계를 너머, 꽃은 어디에서나 피어난다
다운타운 동쪽의 분위기가 서쪽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으로 안다. 한낮임에도 뭔가에 취해 있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곳 어디엔가 위치한 오펜하이머 공원(Oppenheimer Park)은 흔히 얘기하는 노숙자들의 집결지. 이로 인한 문제를 푸는 것이 밴쿠버 시청의 해묵은 숙제이기도 하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제 7회 오펜하이머파크커뮤니티 아트 쇼”(Oppenheimer Park Community Art Show)가 바로 그것. 10월 26일까지 사람들은 그림, 조각, 비디오 작품 등 다양한 색깔의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회 제목은 “크로싱바운더리즈”(Crossing Boundaries)다. 장소 Gallery Gachet. 88 East Cordova St. Vancouver. 

역사 기행, 스탠리파크를 벌목하다
스탠리파크는 다운타운을 돋보이게 하는 것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현대 도시가 원시림을 품고 있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우리는 충분히 감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탠리파크에 대해 눈치채지 못한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다. 이곳은 공원으로 불리기 전 벌목지였다. 한무리의 소떼가 베어진 전나무를 실어날랐다는데,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9월 21일(일) 오후 1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역사 기행(A Historical Tou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탠리파크를 걸으며, 이곳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그런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가비는 10달러. 이 행사에 관심이 있다면  스탠리파크네이처하우스(Lost Lagoon Nature House, Vancouver, BC V6G 2S1)를 찾으면 된다. 이곳은 알바니가(Alberni St.)에서 도보로 갈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도서관 강의
다운타운과 가깝게 지내다 보면, 좀 더 정확히 말해 다운타운의 상징으로 통하는 밴쿠버공립도서관을 자주 들락거리게 되면, 다양한 무료 강의들을 접하게 된다. 월요일인 22일 오후 7시에는 1886년 밴쿠버 대화재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밴쿠버에 대한 당신의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을 듯. 강의실은 알마밴두센룸(Alma Vandusen Room)이다. 

문용준 기자 myj@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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