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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자원인수, 바가지 쓴 MB정부

조재희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3-07-22 11:57

[MB정부 단기간 '에너지 자립' 추진, 부실 투자 불러]

-바가지 인수… 주먹구구 투자
석유公, 이사회 승인 안 거치고 부실 정유회사 高價 인수 결정… 결국 3년 만에 8202억원 손실
셰일가스 열풍 못 읽은 가스公… 천연가스 값 폭락에 사업 접어

-몰빵식 투자
광물公, 1년 투자할 돈 5000억원 아프리카 암바토비에 쏟아부어

-성공한 투자도
석유公이 2010년 인수한 英 다나… 年2200억원 순익 '알짜 자회사'로

(왼쪽부터) 강영원 前석유公 사장, 주강수 前가스公 사장, 김신종 前광물公 사장.
(왼쪽부터) 강영원 前석유公 사장, 주강수 前가스公 사장, 김신종 前광물公 사장.

지난 정부 5년간 추진했던 해외 자원 개발 투자는 그 이전과 비교할 때 수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손실액은 훨씬 크다. 이미 드러난 손실액만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2009년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에너지 기업 하베스트 오퍼레이션(Harvest Operations Corp.)사 인수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부실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석 유공사는 2009년 9월 하베스트와 자원 개발 부문 인수 협상을 마무리하고, 10월 14일 이사회에서 인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하베스트 측은 같은 날 열린 이사회에서 매각안을 부결시켰다. 겉으로는 상승세인 유가 흐름 등을 이유로 댔지만 어떤 무리한 조건을 추가로 내걸더라도 석유공사가 인수에 안달이 나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하베스트는 당초 매각 협상 조건에 없었던 정유 공장까지 인수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부실 덩어리 정유 공장이었다. 몸이 단 석유공사는 정유 공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전무(全無)했으면서도, 불과 일주일 뒤인 21일 약 40억달러(4조6000억원)에 이 계약을 체결했다. 이사회 승인조차 거치지 않았다. 3년 만에 820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은 인수 당시부터 이미 예고됐던 셈이다.

정권 5년간 단기 실적 집착한 투자

해 외 자원 개발 목표를 정하고 단기 실적 위주로 밀어붙이기식 투자를 한 것이 대규모 손실의 첫째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 대형화 방안'을 통해 당시 하루 5만배럴 수준이던 해외 원유 생산 규모를 5년 안에 30만배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주(自主) 개발률은 2009년 9%에서 2019년 30%로 높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맞추기 위해 '부실 덩어리'였던 정유 공장을 떠안으라는 조건까지 군말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베스트사가 확보하고 있던 석유·가스 매장량이 2억2000만배럴이어서 이를 인수하기만 하면 2008년 5.7%였던 석유·가스 자주 개발률을 7.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 무시한 비전문가가 투자 주도

부 실 투자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낙하산으로 내려간 공기업 사장들이었다. 이들은 중·장기적인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을 치밀하게 파악하지 않고 주먹구구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았다. 하베스트 정유사는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보다 값이 싼 두바이유를 수입해 들여와서 정제한 뒤 판매해 수익을 얻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었다.

자원 개발 공기업 사업 참여 시기별 투자 수익.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연도별 투자 규모.
/그래픽=유재일 기자
하지만 그때는 이미 두바이유와 WTI의 가격 차가 거의 사라지고 있었고, 인수 직후에는 오히려 역전됐다. 정제해 판매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비전문적인 결정이 대규모 손실을 낳은 것이다. 가스공사가 2010년부터 사업에 착수했다가 최근 중단을 선언한 캐나다 웨스트 컷뱅크 천연가스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1MMBtu(25만kcal의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12달러를 웃돌던 가스 가격이 북미 지역에서 셰일가스가 잇달아 개발되면서 지난해 4월 1달러대로 급락하자 채산성을 완전히 잃었다.

몰빵식 투자에 앞으로도 골치

투자 여력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투자와 그에 따른 부채 증가도 문제다. 광물공사는 연간 해외 자원 개발 투자액이 3000억~8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공기업이다. 그런데 2006년 암바토비 니켈 사업 한 곳에만 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석유공사도 연평균 투자 금액인 4조4500억원을 초과하는 돈을 하베스트 한 곳에 집어넣었다가 손실을 보았다.

물론 성공한 자원 개발도 있었다. 영국 자원개발 업체인 다나가 대표적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010년 인수한 다나는 연간 2억달러(22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며 "자원 개발의 특성상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이익을 보는 사업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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