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주말마다 봉사활동 간다더니… 주말마다 회삿돈 빼내 원정도박

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20 11:55

양의 탈을 쓴 운전기사

중소기업 사장 유모(43)씨는 3년 전 자신의 차를 대리 운전하면서 인연을 맺은 양모(33)씨를 회사 운전기사로 취직시켰다. 양씨는 유순하고 성실했다. 대답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시키든 늘 "네, 알겠습니다"라고 단정하게 말했다.

유씨는 양씨를 동생처럼 대하면서 비서일도 맡겼다. 유씨는 그를 일본어 학원에 보내고 골프도 가르쳤다. 유씨의 어머니는 양씨에게 "너도 내 아들이다"라고 할 정도로 가족처럼 지냈다. 양씨는 차를 운전할 때마다 찬송가를 들었고, "교회 장로인 아버지와 목사가 되려는 형을 따라 주말마다 필리핀 등 해외로 나가 봉사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외국에 나간다는 게 처음에는 좀 이상했지만 봉사 활동을 다닌다는 게 기특해 주말 근무도 빼줬다.

그러나 양씨는 양(羊)의 탈을 쓴 늑대였다. 주말마다 필리핀·마카오 등으로 나간 것은 봉사 활동이 아니라 해외 카지노 원정 도박을 위한 것이었다. 양씨는 인터넷 계좌이체를 이용해 유씨 회사의 공금을 뺐고, 유씨 어머니 통장에서도 도박자금을 빼냈다. 양씨를 믿은 유씨가 회사 통장과 개인 통장을 맡기면서 비밀번호와 보안카드까지 넘겼기 때문이다.

양씨를 철썩같이 믿었던 유씨지만, 지난 4월 초 회사 계좌와 어머니의 통장에서 돈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양씨는 "이자를 받기 위해 돈을 빌려줬다"고 둘러댔지만, 다음날 유씨는 양씨를 횡령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양씨는 5월 초 경찰에 수배된 뒤 서울과 경기도 일대 찜질방을 전전하며 한달 정도 도피 생활을 하다 지난 2일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60여 차례에 걸쳐 4억8000여만원을 빼내 해외 도박 등에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가 횡령한 회삿돈으로 필리핀과 마카오를 50번 넘게 드나들며 도박을 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대체 왜 그랬느냐"는 유씨의 질문에 "나도 폼나게 살고 싶었다"고 했다. 양씨는 지난 9일 구속됐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아무튼, 주말]
[이미지 기자의 업(業)]
‘장애인들의 어머니’로 호암상 수상
아일랜드 출신 제라딘 라이언 수녀
이 아일랜드 수녀는 낯선 땅을 처음 밟은 일시를 정확히 기억했다. 1975년 9월 10일 오후 2시 10분. 김포공항이었고 가을볕이 뜨거웠다. 아일랜드는 여름 최고기온이 영상 20도를 넘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 서초동의 A변호사 사무실로 30대 초반 청년이 찾아왔다.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려는데요. 부모님이 '재산 문제'를 확실히 해두라고 해서…."이 청년은 수천억 자산가였다. 대부분 '재벌급'인 부모가 물려준 재산이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이 평범한 집안...
법원 "아이가 거부하면 강제 인도 집행 안 돼"법적으로 부인에게 양육권이 인정된 상황일지라도, 유치원생 아이가 "아빠와 함께 살겠다"고 본인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면 아이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2005년 11월 혼인신고를 한...
1960년 4·19 혁명 직후 철거돼 서울 명륜동의 한 주택에 50년 가까이 방치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2점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뒤늦게 법정 공방이 벌어졌다. 이 동상들은 장면 정부가 들어선 뒤 중장비로 잘라낸 남산공원 동상의 머리 부분과 1960년 4·19 혁명 직후...
'공부기계'가 될 것을 강요한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간 방치한 혐의로 구속된 지모(18)군의 집 안방과 화장실 사이의 벽에는 A4 용지에 인쇄된 '서울대학교'라는 글씨가 붙어...
양의 탈을 쓴 운전기사중소기업 사장 유모(43)씨는 3년 전 자신의 차를 대리 운전하면서 인연을 맺은 양모(33)씨를 회사 운전기사로 취직시켰다. 양씨는 유순하고 성실했다. 대답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시키든 늘 "네, 알겠습니다"라고 단정하게...
'목눌림에 의한 질식사' 국과수의 판정 나오자 남편 구속영장 청구했으나법원에선 일단 영장 기각… 남편 "아내 미끄러져 숨져" 출산을 한달 앞둔 만삭의 의사 부인이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지난달 14일 오후 5시쯤 임신 9개월인 박모(29)씨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