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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없는 孝의 향기, 그 특별한 사연을 만나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2-15 17:25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효부상 받은 이경옥씨

어려운 환경 속에서 며느리 역할을 묵묵히 해온 한인 여성의 소식이 밴쿠버 한인 사회에 훈훈함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시부모를 20년간 친부모처럼 봉양한 이경옥(53)씨.

 

이 같은 이씨의 효행을 지켜보던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캐나다지회 회원들은 이씨의 효행에 모범적인 생활을 격려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14일 효부상과 크지 않지만 선물도 마련해 전달했다.

 


<▲ 14일 김일수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캐나다지회 회장이 故 이성현 회원의 자부 이경옥씨에게 효부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후, 이씨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요. 뭘… 내세울게 있어야 인터뷰를 하죠”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씨는 33살에 남편과 만나 결혼, 1993년 부푼 꿈을 안고 캐나다에 이민 왔다. 남편 사이에 딸 이나연양을 낳아 기르던 1996년,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22개월 난 나연이와 시부모님을 남겨둔 채 고인이 되었다.

 

남편의 장례를 치르고 이씨는 당장 가장이라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막막함과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한 딸의 어머니라는 역할, 그리고 며느리라는 역할을 포기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식당 웨이트리스부터 샌드위치 가게·담배 가게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본 것 같아요. 남는 시간은 나연이와 시부모님 모시는 일에 쏟아 부었죠.”

 

작은 오빠와 친정어머니의 위로와 격려를 원동력 삼아 지난 20년 동안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그렇다고 가장의 역할을 소홀할 수 없었다. 시부모님과 어린 딸 아이만을 바라보며 달렸다. 시부모도 그런 이씨의 노력에 항상 그녀를 응원했다.

 

이씨는 더 나은 가장 역할을 위해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씨는 시간을 쪼개 케어 워커(care worker)로 근무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3년 전,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돕는 일을 하며 지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잃은 슬픔도 컸을 텐데, 내색 없이 저를 친자식처럼 예뻐하셨어요. 어디가시던 절 데려가시고 챙겨주셨죠.”

 

건강하던 이씨의 시부모에게 지난해 병환이 찾아왔다. 시어머니는 폐암, 시어버지는 고령으로 인한 기관지 천식이었다. 이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오고 가며 자신의 일, 그리고 자녀를 돌보는 일에 힘썼다. 올해 9월, 폐암과 투병하던 시어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슬픔이 가시기도 전인 두 달 만에 시아버지도 유명을 달리했다.

 

“두 달 동안, 두 번의 영결식을 치렀는데, 여기 6·25참전 국가유공자회와 백세인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그분들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6·25참전 국가유공자회 김일수 회장이 다가왔다. 그는 단체를 대표해 이씨에게 고맙다고 했다. 김 회장은 “우리 한인사회에 자랑스러운 보배”라고 말했다.

 


<▲  효부상을 수상은 이경옥씨(사진 왼쪽)과 딸 이나연양 >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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