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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거리에 비빔밥이 ‘떴다!’

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6-16 11:55

간이음식점 ‘코마’ 대표 조재기씨

세계로 뻗어 가는 한식, 최근 그 열풍이 식당이 아닌 밴쿠버 거리에도 불고 있다. 밴쿠버 시내 외곽 지역에 있는 한 간이 음식점. 상모를 쓴 고추 그림이 인상적인 이 간이음식점에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이 길게 늘어서기 시작했다. 들고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한식을 맛보고자 모인 사람들이다. 간이 음식점 안을 들여다보니 한 청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음식점의 대표 조재기(27·Jay Cho·사진)씨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가 돼서야 그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와 요리 공부를 시작했어요. 대학 때 요리를 전공하고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어요. 호텔에서 실력을 쌓으면서 식당을 열 꿈을 안고 일에 매진했죠. 프랑스 요리를 전공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한식에 관심이 많아 한식당 사업을 꿈꿨어요. 처음에는 밴쿠버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싶었는데, 금전적인 문제로 거의 포기해야 했죠. 그러던 차에 거리 간이음식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하게 됐어요. (간이 음식점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 친구들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3월 말부터 거리에서 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이 간이음식점 이름인 ‘코마(COMA)’는 CO(Korean), M(Mexican), A(American)의 앞글자를 합성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전통요리는 물론 한식을 접목한 퀘사디아(Quesadilla), 브리토(burrito) 같은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모두 7달러 미만이다. 인기 있는 메뉴는 비빔밥, 김치 퀘사디아, 한국식 바비큐 브리토, 충무 김밥, 잡채 등이다. 그 중 비빔밥의 인기가 으뜸이다.

 

“비빔밥의 인기가 가장 많아요. 손님들 반응도 매우 좋고, 맵지만 맛있다고들 하세요. 다양한 야채 덕에 좋아해 주시는 분들 중 채식주의자 분들도 많아요. 매일 비빔밥을 찾는 단골 손님도 꽤 있어요”

 

식당에서 비빔밥을 먹는 사람은 많지만 거리에서 비빔밥을 먹는 사람의 모습은 생소하다. 비벼서 먹는 방식은 들고 다니며 먹는 사람에게 다소 불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에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을까.

 

“처음 비빔밥을 구상할 때 다른 간이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음식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용기부터 재료, 밥까지 모든 것을 이에 맞추려 노력했죠. 그 결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불편하다고 말씀하시는 손님은 아직 못 봤어요. 식당 앞에 서서 들고 먹기도 하고 앉아서 먹기도 하고… 오히려 ‘새롭다’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빔밥이라 내용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고사리, 호박, 콩나물, 당근, 오이, 무, 버섯 등 다양한 야채가 들어간다. 이에 계란을 얹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뿌려 맛을 완성한다.

 

조씨가 하루 판매할 음식의 재료를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8시간. 각종 야채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청결한 환경 유지를 위해 청소에 들이는 시간도 적잖다. 조씨는 “준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해도, 손님들이 맛보고 너무 좋아하시니까요. 직접 맛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인터넷을 통해 홍보해주는 손님들도 계시고… 이분들을 보면 힘이 절로 나요”라고 했다.

 

조씨가 운영하는 코마는 밴쿠버 시청이 발급하는 ‘이동 영업 허가증(mobile vending permit)’ 소지 업체라 이동하면서 영업을 할 수 있다. 코마 단골 희망자(?)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코마는 이동 판매에 대해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일일이 소개해준다. 코마는 현재 홈페이지(comafoodtruck.com)를 비롯해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장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간이음식점 이름인 ‘코마(COMA)’는 CO(Korean), M(Mexican), A(American)의 앞글자를 합성한 이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전통요리는 물론 한식을 접목한 퀘사디아(Quesadilla), 브리토(burrito) 같은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

“식당이 많지 않고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주로 이동해요. 최근에는 단골도 많이 늘어 저희가 나타날 시간에 맞춰 미리 기다리는 손님도 있어요. 간이음식점이라는 점, 그리고 한 곳에 머물지 않는 다는 것에 장·단점이 모두 있는 것 같아요. 여러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상대로 한식을 알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하지만 모든 재료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과 준비해온 밥과 재료를 모두 소진하면 영업을 마쳐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장점이 많아요”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조씨는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고 했다.

 

“한식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잖아요. 한 몫 해야죠!(웃음)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선보일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지금 한시적으로 김말이 튀김을 팔고 있는데, 인기가 좋습니다. 뜨겁지만 담백하데요. 아직 연구 중이지만 이번 여름에는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냉면을 판매해볼까 해요. 다양한 한식을 편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글·사진=최성호 기자 sh@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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