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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까지 앞장선 탄원··· 22세 청년 ‘간병 살인’의 이면

김은중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1-11-06 14:12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간병을 도맡던 22세 청년 강도영(가명)씨가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한 사건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건은 당초 언론에서 ‘아버지를 굶겨 죽인 패륜아’ 식으로 묘사됐지만, ‘진실탐사그룹 셜록’이라는 탐사보도매체가 추가 취재를 통해 그 이면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도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등이 강씨를 위해 재판부에 탄원을 요청했고, 피고인 선처 호소에 앞장서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국가가 역할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


◇ 22세 청년의 ‘간병 살인’ 뒤 비극

대구지방·고등법원 전경. /조선일보DB
대구지방·고등법원 전경. /조선일보DB

대구에 살던 22세 휴학생이었던 강씨는 올해 8월 13일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이상오)에서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강씨는 올해 5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자신이 1년 가까이 간병을 하던 부친에게 적절한 조력을 제공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해 경찰에 붙잡혔다. 대다수 중앙·지방 언론들은 이 판결을 놓고 “아버지를 굶어 죽음에 이르게 한 패륜아”로 묘사하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SNS) 등에 강씨를 비판하는 취지의 악플들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최근 탐사매체 셜록이 오랜 기간 강씨 본인과 주변인 취재 등을 통해 ‘간병 살인’에 이르게 된 비극을 밝혀내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20대 초반인 군 입대를 위에 휴학한 강씨는 작년 9월 공장 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져 평생 누워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강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돌아온 적이 없는 부자(父子) 가정. ▲욕창이 생기지 않게 2시간 마다 체위를 바꿔주고 ▲대소변을 치우고 ▲소변줄을 갈고 ▲마비된 팔 다리를 주무르는 고된 간병 노동을 홀로 감당해야했다. 또 2000만원의 수술·병원비를 감당하려다 돈이 떨어져 월세·가스비·전기료·통신비 등 모든 것들이 연체됐고, 막판에는 쌀을 살 돈이 없어 주변에 2만원을 빌려달라는 카카오톡까지 보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주변에 보낸 카톡과 문자 메시지 중 일부는 이런 내용들이었다.

“월세가 세 번 밀렸는데 보증금에서 제하는 걸로 하고 10만원만 더 빌려줄 수 있을까요?” “월급날인데 생활비가 없습니다. 10만원만 빌려줄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전화가 안돼요.” “쌀이라도 살 수 있게 2만원이라도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월급 나오면 바로 갚을께요.”

강씨가 ▲처음 보는 편의점 사장을 찾아가 “아버지가 쓰러져 무조건 일을 해야한다” “저는 전화기도 끊겼고 일 좀 시켜달라”며 울면서 구직을 사정하고 ▲라면과 즉석카레·짜장 같은 즉석식품, 유통기한이 임박한 ‘폐기’ 편의점 도시락에 의존했던 사연도 공개됐다. 편의점 야간 알바도 했지만 그 시간 혼자 집에 있는 아버지가 걱정돼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알바를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생활고는 계속됐고, 결국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미안하고 앞으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그 전까지는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아들은 지난 5월 3일 밤 아버지 방에 들어가 한참을 울었고, 부자(父子)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강씨는 그 뒤 자기방으로 들어가 닷새를 울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8일 강씨의 부친은 시신으로 발견됐고, 강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1심 법원 판결문에 적시된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은 이랬다.

“피고인(강도영)은 피해자(아버지) 방에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 피해자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피고인에게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피고인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온 뒤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법원의 1심 판결문

사건의 이면을 취재한 셜록의 박상규 기자는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22살의 어린 나이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라며 “그 청년 입장에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던 것 같다. 나중에는 우울증도 왔다”고 했다. 이달 10일 강씨에 대한 2심 선고를 앞두고 그가 주도하고 있는 법원 탄원에는 6일 현재 약 6000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한다. 강씨는 “1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서 한국 사회의 어떠한 복지의 구멍이 강씨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 정치권 탄원 동참… 정부 “죄송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부겸 국무총리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2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종합정책질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강씨를 둘러싼 안타까운 사연을 놓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5일 열린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강씨 사건을 거론하며 제2의 강씨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법적 및 제도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 의원은 “젊은 나이부터 부모를 돌봐야 하는 청년을 ‘영케어러(Young Carer)’라고 부르는데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조차 최대한 국가가 자신들에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 못한 것은 저희들의 책임”이라고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런 사건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해 죄송하다” “여러 복지제도가 있었음에도 5년 내에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의무는 한가득이었으나 가진 건 아무 것도 없던 스물둘 청춘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진다”며 “패륜이냐 연민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 탄원에 동참했다는 심 후보는 “우리가 그에게 드리는 답은 ‘살인죄 실형’이 아니다” “국가와 동료 시민들이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했다.

청년정의당 강민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해고노동자였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모든 책임은 모조리 강도영씨에게 지워졌다”며 “시민을 홀로 내버려두는 국가는 존재 이유가 없다. 강씨에 대한 선처를 요청한다”고 했다.

강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10일 대구고등법원에서 열린다. 강씨는 존속살해 혐의가 아닌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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