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말하는 속도와 세대 차

김의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2-09-06 11:23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말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나 설교가 있고, 서로 만나서 대화
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연이나 설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만 대화는
쌍방향이어서 서로 의견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목적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도록 전하는 것이다. 대화의 경우 상대방의 생각을 잘 못 알아듣거나
의문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강연이나 설교는 일방적 이어서 듣는 사람이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길이 없다. 정보 전달하는 방법이 일방적이건 쌍방향이건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속도와 말하는 이가 쓰는 어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속세를 떠나 은둔 생활하지 않는 한 대화 없이 살 순 없다. 아무 부담 없이 자유스러운 대화를
하는가 하면, 너무 신경을 쓰게 되어 부담이 되는 대화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말의 속도가
빠르면 우선 바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고, 사용하는 어휘나 억양이 공격적이면 더더욱
부담스러워서 가능하면 그런 대화는 피하게 된다. 말이 술술 나와 달변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말을 금방 하지 못하고 더듬는 사람도 있다. 말로서 상대편의 마음을 사로잡는 웅변가나
설교자가 있는가 하면, 말하는 것이 어눌해서 상대편 설득은커녕 전하고자 하는 뜻을 애매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말을 유난히 빨리하는 사람 또는 너무 느리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정신을 가다듬고 신경을 곤두세워야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대화하는데 다소 부담이
된다. 특히 말을 빠르게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말을 잘 못 알아들어 재차 묻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묻는 것도 한두 번이지 자주 반복되면 즐거운 대화가 될 수 없다. 특히 대화가 아닌
강연 같은 경우 강연자의 말하는 속도에 의해 몇 단어가 이해가 안 되거나 못 알아들으면
청강자로서는 거의 시간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하는 데 불편을 느끼거나 강연을 못
알아듣는 경우가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사람과의 대화나 강연을 가능하면 피하게 된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 달변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웅변가도 아니고, 말을 빠르게 하는 편도
아니고 느리다고도 할 수 없는 그저 보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친구들이나
만나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보통 속도로 대화하는 사람들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나
스스로가 말하는 속도는 느려지고, 청력은 예전 같지 않아 어휘를 놓치는 일이 가끔 일어난다.
반세기 전에 캐나다에 유학하러 와서 공부하는 동안 거의 한인과 접촉 없이 지냈고, 졸업 후
직장을 가진 후에도 일에 매달려 바쁘게 지내느라 한인과의 교류는 거의 없이 지냈다. 다만
주일이 되면 교회 예배에 참석했지만, 교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서 한글 가르치는 교사
임무를 맡아 주로 아이들과 지냈다. 교회나 한인회 행사가 있을 때 시간이 되면 참석했고
개인적인 교류는 거의 없이 지냈다. 따라서 한국말 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한국어로 된 책이나
신문 기사도 읽은 기억이 없다. 캐나다 생활 6년째에 결혼하게 되어 그때부터 집사람과 한국말을
늘 사용하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교회와 한인회를 통한 한인 들과의 교제가 이뤄지면서
한글 사용하는 기회가 많아지기는 했지만, 직장 일에 매달려 있었기에 한국말로 된 책이나 신문
방송 같은 매체는 거의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 그 외에 한인들과 만나는 기회는 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과학자들의 모임 (The Association of Korean-Canadian Scientist and Engineers
(https://www.akcse.ca/index.php)에 1년에 한 두 차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전부였다. 
 
   은퇴 후 직장에서 사귄 친구들과 가끔 만났지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연락이 끊기게 되어
자연히 생활 패턴이 한국 사람 위주로 바뀌게 되었다. 교회 활동이 중심을 이루었고, 고등 또는
대학 동문회 모임으로 한국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다. 소위 말하는 공돌이로 일생을
살아온지라 문학에 문외한인 필자가 지인의 소개로 이곳 밴쿠버에서 매년 제공되는 “한국 문예
창작 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2017년) 캐나다 한국 문인협회 (Korean Writers Association of
Canada (https://m.cafe.daum.net/KWA-CANADA)회원이 되었다. 늦게나마 문학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여러 가지 문학 장르 (genre)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수필 장르가 내가 도전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을 쓰거나 부담 없이 즐거운 대화를 나누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제일 먼저
요구되는 것은 구사할 수 있는 어휘이다. 영어권에서 반세기를 살다 보니 못 알아듣는 한국말
어휘가 너무나 많다. 요사이 유행하는 신조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시나 수필을 읽다 보면 순
한국말 단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전을 찾아야 만 이해가 된다. 이 점은 영어도 마찬가지다. 말을
알아 알아듣는 능력은 개인이 구사할 수 있는 어휘로 결정된다. 어휘를 못 알아들으면 소 귀에 경
읽기다.
 
  나이가 들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일상에서 모든 것이 엄청나게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지난
4, 5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룬 첨단 과학기술과 첨단 소재의 개발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한
정보사회를 지나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새로운 기술과 응용이 창출됐고, 그에 따른 엄청난 양의 신조어, 속어, 은어가 태어났다. 요사이
젊은이들의 대화는 속도도 빠르지만, 신조어와 줄임 말을 많이 써서 내용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나이가 드니 말 속도도 느려지고, 청력이 감소하니 알던 어휘도 알아듣기가 어렵다.
아들딸들과 대화하면 그들이 얼마나 답답하고 부담스럽게 느낄까? 나 자신이 못 알아듣기에
대화를 피하는 것처럼 그들도 피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마음이 편해지려면 말이 통하는
동년배끼리 어울리게 되고, 이 점이 세대 차를 이루는 요인이 아닌가 한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무궁화나무 2022.09.19 (월)
아침마다 피던 꽃 무더기잎새 푸른 칠월 꽃 피어나면서늘바람 불어올 때까지 수천 송이피고 지고 또 피는 무한 꽃 차례올해도 변함이 없을 줄 알았다몰랐다, 내내 기다려 보아도봄 날에 눈이 나고 잎이 피는그런 찬란한 시간 오지 않고무겁고 어두운 기운만이 온몸을휘감아 버릴 줄 진정 몰랐다팔월이 마루에 다 오르도록이파리 하나 없이 텅 빈 그 자리지난 겨울 답치기로 쳐내 버렸던얼기설기 얼크러졌던 가지는가시 못 되어 점점 박여오는데마침내...
강은소
트럭커의 신세계 2022.09.12 (월)
내가 살아온  지난 70여 년은 과거 어느 시대와 비교가 안 되는 천지 개벽의 삶을 살아온  느낌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 서울은  6.25전쟁 이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농경사회의 풍경이 남아있었다. 종로통 도로변에는 기와집이지만 골목에는 초가집들이 있어 가을에는 초가집 지붕 갈이를 하였으며, 거리에는 소달구지가 배추나 장작을 날랐다. 집집마다 화장실은 푸세식이라 몇 달마다 변이 차면 똥퍼 아저씨가 와서 치워야 했다. 심지어...
김유훈
맷돌 2022.09.12 (월)
긴 세월  갈던 것이 녹두와 콩뿐이랴 어머니                      온갖 정성                 넣고 넣고 돌리시니   그 사랑 눈에 맴돌아빈 맷돌을 더듬네  (임인년 추석을 맞으며)
늘샘 임윤빈
인생의 시계가 황혼을 향해 움직일 때누군가를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를 토닥거리며마음 졸이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사랑할 수 있는 날이내겐 정말 얼마나 남았을까? /김재진(시인)오래전부터 허리가 부실해 쉬는 날이면 자주 산책하러 나간다. 침도 맞고 여러가지 한방치료도 해봤지만 좋아지는 듯하다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는 한다. 전문가들 말로는 많이 걸어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사람과 마주친다....
이현재
속살 드러낸 채 벌러덩 모래밭쉼 없이 달려드는 검푸른 파도태고적 이래 대자연 신비이려한 생각이 커피 한잔에 머무네헉헉대며 오르내리락 발길이너울 너울 춤추는 갈매기 쫓아구부정한 여섯 마디 아픈 허리건너편 산 자락에 모로 뉘었네속절없이 흐르는 게 세월이여분별없이 사는 게 달관이라니어여어여 허리 매인 세상 살이노을 속 아침 나팔꽃을 피우네구 만리장천을 나는 대붕이려삼천척 허공을 나는 폭포 수려한 생각 일어나 한마음...
우호태
코로나 바이러스로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별러 왔던 동생들의 방문길도 열렸다. 혼자 사는 큰동생과 막내 부부가 서로 때를 맞추어 드디어 나를 찾아 주었다. 8월은 분주한 달이었다. 아들 집 아래층(Suite in law)에 사는 나의 조용한 공간이 형제들의 만남으로 꽉 찼다. 거동이 불편한 큰동생의 방문은 어렵사리 준비한 여행이었기에 뜻깊었고, 미국에서 찾아온 막내 부부의 방문은 여의찮은 형편에서 용단을 내린 여행이었기에 감사할 일이었다....
김춘희
별밤의 곡예사 2022.09.06 (화)
누구의 그리움인가?누구를 향한 그리움인가?별 하나 꽁꽁…나 하나 꽁꽁…늙은 분수처럼 잦아든 세월 뒤로꽁꽁 숨어버린나비 가슴꽃 가슴문둥이 같은 그리움은어둠으로나 만나지나영글다 만 가슴 들판을밤바람 에돌다 가면그대는잉크 빛 하늘 속에 외로운 곡예사외줄 끝에 매달려별똥별로 오시는가별 둘 꽁꽁…나 둘 꽁꽁…Acrobat in the Starry Nightwritten by Bong Ja AhnWhose longing is it?Whom is it longing for?One star deep in the sky…One star deep in my heart…Time has gone dry...
안봉자
말로서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강연이나 설교가 있고, 서로 만나서 대화나누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연이나 설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하지만 대화는쌍방향이어서 서로 의견을 실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목적은 말하는 사람의생각을 상대방에게 알도록 전하는 것이다. 대화의 경우 상대방의 생각을 잘 못 알아듣거나의문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강연이나 설교는 일방적 이어서...
김의원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