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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실은 배 2022.05.09 (월)
 ‘아호’를 하나 갖기로 하였다. 오래전부터 큰 숙제처럼 여겨지던 일이었는데, 유독 금년 들어 그 욕망이 간절해져서 시간이 날 때마다 옥편을 들여다보거나, 좋은 호를 가지신 분들, 특별히 문인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곤 하였다.   사실, 십대 홍안 시절 고교 문예반의 단짝 친구 셋이서 장난 삼아 호를 지어 나누어 가진 일이 있다. 글’翰’자 앞에 아침 ’朝’, 지혜 ’智’, 사랑할 ’慈’를 붙여서 각자가 아침 같은...
霓舟 민완기
단추를 달며 2022.05.09 (월)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돋보기를 꺼내 쓰니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면찌푸리던 미간이 울먹거린다가신 지 오래숨결 묻어나는 것 전혀 없어도 불쑥불쑥 빙의하는 시어머니 불혹에 홀로 백일 된 아들 고이며  부엉부엉 지새우는 밤 한숨 타래로 바느질하던 심경더듬더듬 알아가는 시간 어머니저는 늘 푸른 소나무일 줄 알았습니다 침침한 안경알 너머로뭉개진 젊은 날이 스치고핏대 푸른 손가락 붉은 눈물방울로 추억을...
임현숙
염소의 순애보 2022.05.09 (월)
 동물도 부부사이를 아는가? 취미로 짓는 농지 일부에 블랙베리 등 잡초가 많이 자라 동물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금부터 약 10년 전 한 쌍의 염소를 가축공판장에서 사왔다. 약 5년 지나자 어미와 새끼를 합쳐 25마리까지 불어났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고 했던가? 개체수가 많아지니 이런저런 문제로 취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15마리 정도는 염소 울타리가 그런대로 수용할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이 되니 울타리가 좁아 울타리...
한승탁
자작소묘 2022.05.03 (화)
가을걷이가 끝난 강원도 어느 산골의 11월 끝자락은 피안의 세계에 들어 온 듯 순례자들의 종착지였다. 손을 내밀면 바람이 잡힐 것만 같고 저 산등성을 넘으면 그리운 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발걸음은 이내 빨라지기 시작했다. 사각거리던 속닥거림도 연노랑 물결도 언제인 듯 사라지고 초연히 그네들끼리 서 있었다. 11월을 대표 하는 건 분명 자작이라고 단정했던 나는 마음이 조급해 지거나 휑해질 때마다 그들을 찾아가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자명
산을 오르며 2022.05.03 (화)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쭉 뻗은 소나무와 늘어진 삼나무가지의 목향을계곡 저편에서 바람으로 내게 보내면서.그 바람에 몸을 싣고 이생의 모든 짐을 떨쳐 버리고 나를 오라 부르고 있습니다. 걸음이 떨어지지가 않습니다.질긴 정은 나를 꼭 붙들고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자꾸 기억 뒤편을 돌아보라 하고 있습니다. 어디 있는지도 모를 마음은 나를 놓아주었다 붙들었다 하면서 바람을 이기고 견디며 조금만 참으라 하고 있습니다...
송요상
봄이 오는 밤에 2022.05.03 (화)
밖에는 봄비가 소근거린다. 눈이 침침하여 스탠드를 밝히고 씨감자를 쪼개다가 창문을 열었다. 희미한 전광으로 세류 같은 빗줄기가 뿌우연하다. 봄비는 처녀비다. 수줍은 듯 조그맣고 고운 목소리로, 보드라운 손길로 가만가만 대지를 적시고 나무를 어루만지며 구석구석 찾아 다니고 있다. 가장 작은 풀씨까지 빼놓지 않고 먼 강남의 밀 향기 같은 봄소식을 전해준다. ​오늘 낮에 텃밭에 춘채春菜씨를 넣었다. 삽질을 하다 보니 주먹만한 돌멩이가...
반숙자
보름달 2022.05.03 (화)
밤늦게 과외하고 돌아오던 옥수수 밭길. 구름 낀 하늘 보고 또 보면 달이 나를 자꾸 따라왔지. 달걀귀신보다 무서운 건 구름 속에 숨은 둥근 달. 난 가방을 돌리며 검정 운동화 공중으로 날리며 집으로 뛰어갔지. 늘 겁이 많던 나에게 외할머니가 깽깽 할머니 이야길 들려주던 생각 하며 무서움을 이겼지. 툇마루에서 마당으로 굴러간 홍시가 아까워 더듬더듬 찾았다지. 어두운 마당에서 달기 똥이 홍시인 줄 알고 드셨다던 깽깽 할머니. 퉤퉤 뱉어버렸던...
강애나
4월의 역설 2022.04.25 (월)
  "모두 안녕? 많이들 모였네, 우리 멋지게 잔인한 4월을 즐겨보자." 동아리 회장 선배가 던진 말이었다. 옆에 있던 다른 선배도 "올 봄도 어김없이 엘리엇님이 나타나셨구만. " 하니 다른 회원들 모두 ‘잔인한 4월’을 언급하며 4월의 따뜻한 봄 볕을 즐기고 있었다. 도대체 난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모르는 티를 내기 부끄러워 그냥 묵묵히 있었다.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신입생 환영회  2차 모임에서 옆에 앉은...
정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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