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애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새벽 세시 칼바람이 목덜미를 찌른다
남자는 찌그러진 워커를 끌고 안개속에서 뒤뚱이고 있다
검은 작업복에 두 손을 찌르고 덜덜 떨며 인력시장으로 달려간다
포장마차 옆을 지나다 소주 반병으로 언 몸을 녹여본다
이름을 불러줄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빼고 기웃거린다
남자는 오늘 건물공사에 뽑혔다
그중 명단에 제외된 사람들
긴 한숨을 쉬고 하늘만 처다 봤다
그들은 오늘 일을 다 작파 했다
아예 가마니 깔고 서야 바위들과 함께
고스톱 한 판을 쳤다
오후 즈음 일꾼으로 불려간 남자도 돌아왔다
벌이가 신통치 않았다고 툴툴 댔다
(아따메! 무담시 요로콤 징한야 잉! 참말로 거시기혀싸
나가 몬살겠당께롱!!아야!)
시장으로 돌아온 남자는 꽁초를 주워 뿜어 댔다
거리의 드럼통에 쥐불을 올려놓는다
찬소주에 마른 오징어 한 마리가
오늘의 만찬이 될 것 같다
혓바닥이 얼얼하다
가까운 곳에 따끈한 해장국집이 보인다
남자는 산달인 마누라와 늙은 부모가 떠오른다
어제 산 삼십억원 로또는 또 불발이다
내일 새벽인력 시장은 또 안개 속일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