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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와 대화 상실 / 제8회 한카문학상 산문부문 버금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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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0-04-13 15:21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정보와 통신이 사회생활의 주축을 이루는 소위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영국에서 19세기 초에 제임스 와트가 증기관을 발명해서 엄청난 동력 생성이 가능했고, 동력을 응용한 대량 제품생산 기계와 육·해상 교통기관이 발달하여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잉여 생산물을 세계적으로 유통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명도 생겼다. 증기기관의 발명이 산업혁명을 일으켜 “상공사회”를 열었다면 전기의 발명이 통신기술의 혁명을 일으켜 정보사회를 열었다고 이야기할 수가 있겠다. 필자는 1975년에 전화회사에 입사하여 30여 년 간 전기 통신계통에서 일해 왔기에 통신과 정보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전기는 기원전 수천 년 전에 이미 그 현상이 발견되었지만 19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실제 생활에 많이 이용되지 않았다. 19세기 후반으로 오면서 전신, 전화, 무선전신, 무선방송, 교류발전기 및 전동기, TV, 컴퓨터, 무선전화, 등이 발명되었고, 이 기술을 응용한 대량 제조업과 세계적인 교역에 엄청난 혁신이 일어나 사회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 사회학자들은 이 시대를 가리켜 “제 2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를 정도다.

 

정보사회를 가능케 한 기술은 1948년 미국에서 개발한 트랜지스터 (반도체)라고 생각된다. 이로 인해 막대한 숫자의 반도체를 조그마한 칩(Chip)에 장착하는 집적회로 (Integrated Circuit, IC) 기술이 개발되고, IC 기술의 개발은 개인 컴퓨터 (Personal Computer, PC) 및 스마트폰의 대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대량생산은 대중이 PC나 스마트폰을 커다란 경제적 부담 없이 개인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항상 쓰고 있는 Internet은 원래 군사용이나 연구용으로 정보를 신속하고 신뢰성 있게 교환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1995년에 일반에게 공개되므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연계되었다. Internet을 통하여 PC와 스마트폰 및 주변기기들이 거리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연결되어 정보가 차지하는 공간과 그 정보를 얻고 이용하는 시간에 있어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산업 면에서도 컴퓨터와 로버트를 이용한 대량제품생산이 자동화되어 소위 말하는 “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Internet을 통해 공사를 막론하고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나, 어느 때나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모든 생활 분야에서 정보와 통신에 의존하는 사회가 되어 정보통신이 발달한 나라의 위상이 올라가는 “정보사회”가 되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직접 만나 대화를 하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도로나 철도, 교통기관, 전화망 같은 기반시설을 이용하여 먼 거리를 다녀야 했고,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는데, 지금은 필요한 대화나 정보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언제, 어디서나 앉은 자리에서 쉽게 습득하게 되어 인간관계 형성하는 방법도 크게 변하고 있다.

 

어느 날 우리는 아들네 식구와 식당에 가게 되었다. 우리 가족이 앉은 맞은 편에 필리핀 사람으로 보이는 가정도 조부모, 부모, 중고등 학생으로 보이는 세 남자아이가 식당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우리가 보기에 집안 경사가 있어 온 가족이 회식하는 자리 같았다. 아이들은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고, 어른들은 음식 주문을 했다. 주문이 끝나자 어른들도 모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아무 대화도 없이 식사를 나누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요사이 버스나 전철을 타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옆 사람과 대화하는 사람이 거의 없이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대화가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서로 만나 마주 보고, 웃고, 분위기에 따라 소리 낮고 높음을 조정하고, 손짓, 몸짓, 얼굴 모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생활에 익숙해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대화는 가능하나 손짓, 몸짓, 표정으로 감정 표현이 불가능하다. 가끔 거리에서 걸으며 손짓하며 통화하는 사람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인간은 영물이라 “이모티콘”을 만들어 감정 표현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21세기는 정보사회 위에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생활 전반에 걸친 자동화로 인해 현재 화두가 되는 “제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관찰했다.

 

경험으로 봐서 신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앞으로 오는 세대의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대화는 분명 사라져가고 있고, 대치하는 방법도 나오고 있지만, 중독성이라는 인간 특성이 있어, 많은 자라나는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각종 정신이상을 일으킨다고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대화의 상실로 부모와 자식 간, 친구 간의 관계가 소홀해질 것이고, 어쩌면 우리가 대화를 통해 누리는 많은 행복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쓰기에 편리하다 해도, 너무 어릴 때부터, 너무 자주, 너무 긴 시간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삼가야 할 사항이다. 사람은 생각하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다. 새 시대를 사는 우리 자녀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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