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메이플 하우스의 풍경

심현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9-09 15:52

수필가 심현숙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하루  10시간을 메이플하우스에서 보낸다그곳은 남편이 4 가까이 살고 있는 요양원(널싱 )이다써리에 위치한 요양원은 하나의 건물 안에 메이플 하우스를 포함한 8개의 집으로 나누어져있다 200명의 사람들이 기거한다건축한지 12 되어 아직 깨끗하고 예쁘다.

  메이플하우스는 인공호흡기 사용자들만이 입주할  있는 곳이다대부분 병원중환자실에서 퇴원해 오는데 3개월에서 2년을 기다린 사람도 있다겨우 24명밖에 수용할  없다보니 환자에 비해 방이 부족한 셈이다.

이곳은 다른 하우스와는 달리 가족들이 많이 돕는다대부분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지만 몸을 자유자제로 움직일  없기 때문이다셕숀을 비롯하여 휠체어를 밀어주기도 하고 눈물을 닦는 것까지도 도와줘야한다이들이   있는  의사표시이다말을 하거나 말을   없는 경우는 알파벹이 적힌 자판을 보여주며 읽어줄  눈을 깜박이면  알파벹을 조합하여 환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 도와준다 어떤 환자는 안구 인식 컴퓨터를 사용하여 문자를 소리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이렇게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 감사하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그냥 보기에는 모두들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행복하게 웃는 사람을 보면 정상인이 섣불리 뭐라 말할  없다는 생각이 든다이곳 사람들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거나 사고로 병으로 호흡이 힘들어져 기계의 힘을 빌려 생명을 연명하고 있다이들은 이미 중환자실에서 죽음과 맞서며  먹던 힘까지 혼신을 다해 숨을 쉬며 폐와 심장이 쪼개져나가는 고통을 체험했을 것이다겉으로는 나약해보이지만 이들이 얼마나 강인하게얼마나 처절하게 살아남았는가를 나는 안다.

메이플 하우스에 들어오면 간호사실  로비에 재키 할머니와 손자뻘 되는 마틴이 항상 있다마틴은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특수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말은 못하나 의사표시는 충분히 한다하루는   사람이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마틴이 할머니 휠체어 옆으로 다가가자 재키가 왼손을 내밀어 그의 오른 손을 잡은 것이다 장면을 처음 목격한 나는 큰소리로 ‘원더플하며 박수를 쳤다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래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어.’ 감격스러워 눈물이  돌았다.

내가 4  이곳을 답사  때만해도 빨간 블라우스에 하얀 바지 차림으로 앙증맞은 스쿠터를 운전하며  실내를 누비고 다니던 아주 자그마한 백인 재키 할머니지금은 그렇게도 좋아하던 퍼즐 맞추기도 못하고 치매로 가만히 앉아있지만 아들 며느리들만 오면 금새 얼굴이 밝아지며 미소가 번진다요즈음은 도우미의 도움으로 그림에 색칠하기를 한다.

고개를 돌려보면 아침 일찍부터 간호사들의 도움으로 거실에 나와 있는 40  젊은 맨디가 있다가족을 기다리는 눈치다아내와 부모가 교대로 그의 곁을 지킨다그는 갑자기 척수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가 1  이곳으로 왔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아빠를 보러온다목소리는 나지 않지만 가족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이다혼자 있을 때는 침울해 보이는데 가족들 앞에서는 항상 웃고 즐거워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  나를 가장 많이 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다그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나라 나이지리아에서 성장하는 동안 눈에 문제가 생긴  같다후진국이다 보니 치료할  있는 시기를 놓친 모양이다다시 캐나다로  치료했으나 시력을 찾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점자를 이용해 UBC 졸업한 수재이다음악을 좋아하는 그는 가끔 로비에 나와 피아노를 친다방에서는 키보드로 찬송가를 치기도 한다. “앤드루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목소리를 기억하고 “미세스 하며 반가워한다생각 같아서는 매일 보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여 정말 미안하다이곳에 혼자 있는 그가 많이 외로워 보였는데 다행이 어느 다민족 교회와 연결이 되어 요즘엔 방문객이 많아 좋다.

메이플 하우스 사람들 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용감하게 외부 어디든지 다니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피터는 처음 이곳에  때만 해도 화를 많이 냈다는데 지금은 재혼도 하고  적응하며 사는  같다어제는 아내가 차를 렌트해 와서 그로스마운틴까지 다녀왔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가족의 도움으로 집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남편 역시 내가 다리를 다치기 전까지는 1년에 3-4회씩 집에 다녀오곤 했다집에 다녀오고 나면  동안 활기가 있어 보인다.

남들이 보기엔 대수롭지 않은 삶인  같지만 이들은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어느  사람도 쉽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사람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셨는데 이들을 보면  말씀에 공감이 간다 사람의 삶이 어떠한 것이든 사람이 비록 건강을 잃고 정신까지 온전하지 못하다 할지라도사람들이 보기에 세상에서 존재 가치가 없어 보일지라도 가족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없는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모든 생명은 사랑하고 존중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아침마다 도시락 가방을 들고 출근하듯 널싱 홈을 방문하는 가족들을 만나면  같지가 않다. “ 모닝하우  ” 서로 인사를 하며 반가워하지만 점점 초췌해가는 모습들을   마음 한구석이 찡하다인종과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같다무언의 위로를 주고받으며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걱정을 함께 한다.

이런 가족이 있기에 환자들은 하루하루 버티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번이라도  미소 짓고 한번이라도  이름을 불러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리라,

메이플 하우스 피플하이팅!! 아이 러브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관포지교 2023.03.20 (월)
작년 가을 모국에 갔을 때 속초 여행을 하는 기회가 있었다. 여고 친구를 16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그 친구 부부는 서울 동서울터미널까지 나를 마중 나와 반기며 환영해주었다. 친구는 서울에 집이 있는데 왜 속초에서 혼자 지낸 지 의아했다. 도착 다음 날 아침, 나의 끈질긴 추궁 끝에 “건강검진을 하던 중 00 암 진단받고 수술하여 지금 이곳에서 요양 중이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수술 후 5년 동안 재발이 안 되면 조금은 안심할 수...
심현숙
무소유 속의 풍요 2022.10.24 (월)
 나는 지금 한국에서 70여 인생의 삶 중에 가장 한가하고, 가장 편안하게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동생네로 숙소를 정하려 했으나 오미크론 등으로 계획을 바꿔 장기 투숙할 수 있는 호텔로 들어왔다. 방 면적이 17평이지만, 실 평수는 절반이니 좀 답답하다. 처음 며칠간은 침대에 누우면 바로 앞 벽이 가슴을 압박하는 것 같아 잠들기가 힘들었다. 물론 시차도 있었지만. 현관을 들어서면 기다란 실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관 왼쪽으로...
심현숙
'아버지의 등' 2022.07.11 (월)
나는 아버지가 떠오르면 지금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억이 있다. 어렸던 내게 위험이 닥쳤을 때 무릎 굽혀 내밀어주셨던 아버지의 등이 아직도 내게는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단옷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가족은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를 따라 장흥군 관산 면에서 살고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나는 친구들과 함께 멀리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게 되었다. 친구는 큰방으로 나를 안내했고, 방안 낮은 선반에는 돌아가신 친구...
심현숙
Singing in the rain 2022.04.04 (월)
밴쿠버에 사는 사람들만큼 비와 친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나 역시 이민 온 지 34년이 가까워지다 보니 비와 동고동락한 셈이다.그때는 비가 지금처럼 쏟아지지 않고 부슬부슬 마치 봄비처럼 내렸다. 그래서 남자들은 우산을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다니기도 했다. 마치 비를 즐기는 듯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근데 언제부턴가 겨울 우기만 되면 유리창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굵은 빗줄기로 변했다. 강한 폭풍으로 절전이 되어 내가 사는 산자락이...
심현숙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펜데믹 상황에 잘 지내고 계시나요?  새해가 되면 언제나 의례적으로 덕담처럼 주고받는 인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신년인사말이 올해는 쉽게 나오질 않는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평범하면서도 확실하게 한해를 축복해주는 이 인사말이 지쳐 있는 우리들에게 왠지 편안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다.작년 3월 중순 전 세계 재앙인 ‘코로나 19’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 엄습해올 때 정말 무서웠지만...
심현숙
심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부부간에도 자기 위주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은 정상적이던 관계마저 깨트린다. 처음엔 원망의 감정이 상대를 거부하는 마음이 되고, 결국 억압적 마음상태는 파탄의 결과에 이르게 한다.”라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는 말한다.  나는 졸혼이란 말을 3-4년 전 동생을 통하여 처음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결혼도 졸업이 있다니 의아했다. 요즈음...
심현숙
심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지금 나는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나의 세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나의 인생을 결혼 전과 결혼 후 그리고 혼자가 된 현재로 나누어본다. 훌륭하신 부모님과 여덟 형제자매와 함께 살았던 첫 번째는 축복의 삶이었다면, 두 번째의 삶은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성실하고 진실했던 남편과 남매를 둔 남부럽지 않은 51년을 살았다....
심현숙
님아 님아 2021.03.22 (월)
심현숙 /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남편의 1주기가 돌아온다. 세월이 쏜살같다 하나 이리도 빠른지 믿어지지 않다. 그 한 해가 내게는 참으로 잔인하고도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리움과 싸워야했고 후회와 자책에 잠 못 이루며 가슴 쓸어내려야했던 고통의 나날이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막연히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난 15년 동안 수많은 고비를 넘기며 잘 버텨주셨던 아버지셨기에 이번에도 괜찮을 거라고, 잘 견디실 거라고...
심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