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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두 달이 가까워진다. “아빠 돌아가셨데요” 2020년 3월 31일 새벽 1시 45분에 핸드폰 속에서 들려오던 딸의 음성은 약간 떨렸지만 조용하고 평소처럼 침착했다. 그 충격적인 소식에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도 않았다. 그냥 멍했다. “왜 남편이 갑자기...?”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코로나19 환자가 아닌데도 코비 피해자임에는 틀림없다. 비씨 주(BC)에 코비 비상사태가 갑자기 선포되면서...
심현숙
   “희망이란 좋은 거예요.     가장 소중한 거예요.     좋은 것은 결코 멸(滅)하지 않아요.”     “쇼생크 탈출”이란 영화에서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이 감옥에서 사귄 친구 레드에게 한 말이다.      이 영화는 감옥 안의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교도소라는 동일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갖는 자와 잃어버린 자의 삶이 얼마나 다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심현숙
벽을 넘어서 2019.11.25 (월)
KBS TV 방송(11월5일자)에서 ‘아침마당’을 시청하던 중 ‘밀알선교단’의 창시자 이재서총장님(총신대)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은 놀랍게도 소경이시다. 빈농의 가정에 태어나 소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던 중 15세에 갑자기 시력을 잃게 된다. 빛 한 줄기도 감지할 수 없는 전맹(全盲)이 되어 세상이 온통 암흑으로 변해버린다. 그러나 서울맹아학교는 절망적이었던 그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곳에서 훌륭한...
심현숙
난 하루 중 10시간을 메이플하우스에서 보낸다. 그곳은 남편이 4년 가까이 살고 있는 요양원(널싱 홈)이다. 써리에 위치한 요양원은 하나의 건물 안에 메이플 하우스를 포함한 8개의 집으로 나누어져있다. 약 200명의 사람들이 기거한다. 건축한지 12년 되어 아직 깨끗하고 예쁘다....
심현숙
그리운 친구여 2019.08.20 (화)
얼마 전 63년 지기 친구의 비보를 접했다. 2주전에 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낸 내 글을 읽었는지 확인하던 차 이상한 걸 발견했다. 친구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언젠가부터 야생화로 바뀌더니 이제 그것도 없어지고 이름 세자 아래에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물음표가 있다. ‘번호를 바꿨나?’ ‘혹시 무슨 일이 있나?’ 단숨에 렌트 룸으로 돌아와 전화를 해봤으나 ‘고객의 사정으로 당분간 착신이 정지 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왔다. 불길한 생각이...
수필가 심현숙
동행 2019.04.24 (수)
내가 남편과 결혼해 산 지 50년이 되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나가 가까운 친지와 친척을 모시고 간소하게 금혼식이라도 하면서 그 걸 핑계 삼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했지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게 한없이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1969년 1월 25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었겠는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한결같이 남편의 곁을 지키는 건...
심현숙
석양을 바라보며 2018.12.07 (금)
한 해 한 해 나이가 더 들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가속이 붙어 달려만 간다. 올해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점에 서 있다. 작년에 비해 내게는 엄청난 변화가 왔다. 그 동안도 오뚜기처럼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살았지만 삶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사건으로 인해 몸을 다치고 보니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매사에 희망 아닌 단념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지난여름...
수필가 심현숙
남편의 룸메이트 2018.07.16 (월)
남편은 요양병원(Nursing Home)에서 2인실을 사용하고 있다. 그곳에서 거주하는 2년 9개월 동안 두 번 룸메이트가 바뀌었다. 우리는 남편이 병원에서 이곳으로 퇴원할 때부터 독실을 원했으나 여자환자들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 2인실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동성끼리만 방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분은 인도사람이었는데 남편보다 6살 연상으로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이었다. 남편은 아는 체 할 상황이 아니었으나 딸과 나와는 인사도 하고 간혹...
심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