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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위트 홈
2018.03.05 (월)
나는 집을 떠나 산 지 정확히 2년 4개월하고도 반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남편의 요양원을 따라 무조건 왔으나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집에 대한 그리움은 마치 연인을 그리워하듯 사무쳐갔다. 주말이 되면 하루 집에 가기는 하나 그걸로 갈증이 풀리지는 않는다. 오두막이라도 자기 집이 편하다는 말은 그만큼 정이 들어 익숙하고 거칠 것이 없다는 뜻일 게다. 다행이 요양원 바로 뒤에 방 하나를 얻을 수 있어 아쉬운 대로 살고는 있으나 도대체 안정이...
심현숙
내 고향 광주
2017.10.20 (금)
내 고향 광주심현숙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를 갖게 되는 것처럼 고향을 갖게 된다. 모든 사람이 가슴에 고향을 담고 살듯이 나 또한 내 고향 광주를 늘 마음에 지니고 산다. 1980년 5월 광주 항쟁이 있기 전, 그 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였다. 무등산 기슭에는 작설차(雀舌茶)와 춘설차(春雪茶)로 이름 난 다원이 있고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옹은 이 산 속에서 차를 재배하고 손수 달이며 지내셨다. 광주 시민들은 그 분을...
심현숙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2017.06.10 (토)
Cathy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것은 그녀의 뼛가루가 찰리 레이크에 뿌려진 3주 후쯤이었을까. 수년 전부터 투병 생활을 해온 노녀(老女)이기에 아주 장수하리라고는 생각 못하였지만 그녀의 사망 소식은 내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슬픔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녀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 전 이곳 Wonowon에서 사업을 하면서부터였다. 우리 레스토랑에서 처음 Cathy를 보았을 때 이 시골에 저런 인텔리 여자가...
심현숙
헛되지 않은 삶
2017.01.07 (토)
내가 만일 한 마음의 상처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나의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게 할 수 있다면혹시 그 오뇌를 식힐 수가 있다면또는 내가 숨져가는 한 마리 물새를그 보금자리에서 다시 살게 한다면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20여 년 전 이곳에서 대학을 졸업한 딸에게 ‘에밀리 디킨슨(미국 현대시인)’의 시를 선물로 준 적이 있다. 이민 와서 2년 만에 대학을 가게 된 그 아이는 영어로 강의를...
수필가 심현숙
나는 아내인가, 간병인인가
2016.03.05 (토)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시락가방을 들고 남편이 살고 있는 캐어 라이프 요양원으로 향한다. 그곳은 8개의 집으로 나누어있는데 남편이 있는 곳은 메이플 하우스이다. 환자들의 상태에 따라 분류해 놓은 셈이다. 메이플 하우스에는 인공호흡기를 꽂은 사람들이 산다. 남편처럼 밤에만 인공호흡기를 꽂는 사람도 있지만 24시간을 호흡기에 의존하여 사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메이플 하우스는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병원...
심현숙 수필가
선택
2015.11.20 (금)
나는 한 달 전 엄청난 일을 결정해야하는 사건 앞에 섰다. 그것은 한사람의 생사를 결정해야하는 일이었다. 그 한사람이 바로 남편이었다. 교통사고로 11년이나 남의 도움으로 살아왔던 남편이 요즘 들어 배가 부르면서 공기가 가득 든 축구공마냥 딱딱할 때가 많았다. 배를 마사지하듯 만지면 언제부턴가 하지 말라며 싫어했고 등창을 막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등을 두드리는데 역시 싫어했다. 그러던 남편이 하루 저녁에는 침대에서...
심현숙
가정
2015.05.22 (금)
가정이란 가족으로 이루어진 작은 사회이다.가정은 선장인 아버지와 항해사인 어머니 그리고 선원인 아이들과 함께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 그 선원 중 누구 하나 자기의 임무를 충실하게 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할 때 그 배는 암초에 부딪히고 풍랑을 만났을 때 파선되고 만다.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부부이다. 성격이나 환경, 취미 등 모든 것이 다른 남녀가 대부분 처음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만나 살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현숙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2015.02.14 (토)
요즈음 화제인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보면서 많이 울었다. 이 영화는 6-7살 된 어린 아이가 흥남부두에서 미군군함에 오르던 중 등에 업고 있던 동생의 손을 놓쳐 잃어버리고 만다. 그 여동생을 찾으려고 배를 내려 간 아버지와 생이별한 장남의 험난한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1950년 남북통일을 코앞에 두고 중공군의 급습으로 미군이 흥남부두를 철수 할 때의 모습을 리얼하게 재연했다. 군함간판에서 젊은 한국인...
심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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