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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 잔치~ 벌였네, 무슨 잔치 벌였나~”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30 00:00

주부레서피 / 이웃들과 김장 담그기

“허~ 참! 밴쿠버의 겨울이 조용해서 재미없다구요? 비가 뭐 사람보고 뭐라 합니까? 그냥 오면 오는 대로 놔두고 이웃들하고 친구되어 즐거운 일 만들며 즐겁게 살면 돼죠.”

허~ 참! 말은 쉽지. 이 넓은 땅, 게다가 숲 속에 꼭꼭 숨어 있는 집들 어디 가서 누구랑 친구되냐고. 어떻게 믿고…… 이렇게 생각하는 당신. 코퀴틀람 ‘둘리 아저씨’를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 ‘너무 조용해서 재미없다’고 아우성치는 밴쿠버에서, 매일 신나게 사는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는 득시글거린다. 그것이 부단한 그의 희생과 노력으로 점철된 결과로 얻어진 것이라 해도 잠시도 즐겁지 않으면, 또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정재창씨. 일명 ‘둘리 아저씨’다. 그래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무지막지하게 쏘아대는 그의 즐거운 기운에 금세 감염되어 ‘아니 즐거울 수’가 없다.

▲12쌍의 부부가 모여 230포기의 배추로 공동 김장을 담근 25일, 막걸리와 돼지 한 마리를 삶아 수육 보쌈을 먹으며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김밥 집은 평일보다 어쩌면 일요일에 손님이 더 많을 텐데 과감하게 문 ‘철컥’ 닫아걸고, 노스 밴쿠버로 휘슬러로 뜀박질 하러 다니는 그의 배짱. 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배가 불렀다~’고 밖에 할 수 없는 행위지만, 이런 배짱도 돈보다 자연을 누리기 위해 이민 온 원래의 목적에 충실히 살고 싶다는 그 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아저씨, 한달 전 이웃들과 공동으로 김장 담그기를 제안했다. 하지만 열 가족만 모여도 1백50포기는 족히 해야 하는데 그런 김장을 할만 한 장소도 없고, 설마? 했었다. 그런데 ‘손 없는 날’이 잡혔단다.

장소는 ‘김밥천국’, D-Day는 25일. 참가자는 김밥을 먹였는지 아니면 냉면 한 그릇씩 안 겼는지 그새 많이도 꼬드겨 ‘둘리 아저씨’를 중심으로 뭉친 열 두 가족. 급조된 ‘김대위(김밥천국 김장공동대책위원회)’의 김장 준비가 영 웃긴다. 김장 한다는 사람들이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등 양념 구입보다 먼저 야들야들한 크기의 돼지 한 마리부터 주문하더니, 막걸리 준비하고 나서 준비완료 된 사람들처럼 태평스럽기만 하다.       

드디어 25일 오전 10시, 플라스틱 김치 통을 든 부부들이 ‘손에 손을 잡고’ 속속 ‘김밥천국’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생전 김장을 담가보지 않은 생짜배기 초보 주부에서부터 밴쿠버조선일보 ‘주부 레서피’에 등장해 ‘손 맛’ 휘날리던 고수들도 있었다.

▲잔치에 내가 빠지면 안 돼지? 돼지? 돼지!

 김장 담그기는 일이 아니라 한바탕 잔치였다. 잔치에 빠질 수 없는 게 통돼지. 해서 양파와 커피, 된장, 대파 넣고 돼지 한 마리를 통째 삶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열 두 가족 24명에 자녀들까지 어울려 준비하는 김장은 여기 저기 웃음꽃 만발하는 그야말로 한바탕 ‘잔치’였다. 게다가 잘 익은 통 돼지를 썰어 김장 속 곁들여 보쌈으로 먹을 땐, 예전 막걸리 받아 놓고 서로 품앗이 김장해주던 “그 시절을 아십니까”다.

김장하기 두려웠던 초보들은 손 빠른 사람들 틈에 묻어서 가고, 고수들은 ‘잘난 척’하며 아랫 것(?)들 부리는 재미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 ㅋ

김장할 때 ‘아랫것’의 할 일이란 눈물 찔끔거리며 양파, 마늘 까는 일과 무채 썰기 등 고수들이 귀찮거나 괴로운 것들이 대부분. 해서 이 눈물 어린 잡다한 일들이 몽땅 남편들의 몫으로 주어졌다.

세상에 팔뚝 힘 좋은 남자들, 무 수십 개를 단 1시간 만에 깡그리 초토화 시키고, 마늘, 양파, 생강 무엇이든 넘어가면 완제품으로 척척 뽑아내니 성능 좋은 커트기가 민망스러울 속도다.

이럴 때 부인들이 결코 놓쳐선 안 되는 절대 미덕이 있다. 칭찬, 무조건 추켜세우고, 무조건 칭찬하기다. 여우 같은 아내들, 말은 뭐 꼭 부려먹기 위한 사탕발림은 아니라고 했지만 “잘해! 잘해!” 다독거리고, 이에 힘입은 남편들 힘을 한껏 발휘해 두어 시간 만에 배추 2백30포기가 김치로 완전변신을 했다. 
정말 사람 손도 무섭고 사람 입도 무섭다.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뜨거운 수육에 보쌈 싸서 먹느라 웃고 떠들기만 하는 것 같더니, 어느새 김치는 각자의 김치 통을 가득 채우고 돼지 한 마리는 앙상한 뼈다귀만 남긴 채 분위기는 2차 막걸리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었다.   

김장은 당연히 여자들의 몫이라 굳게 믿는 한국에서 부부가 언제 그렇게 알콩달콩 김장 담아 본 적 있을까. 남편들의 이 고정관념을 또 어찌 남자들의 잘못이라고만 탓할 수 있으랴.  ‘마타하리(맡아하리)’를 자청한 여자들의 잘못이 더 큰 이유인 것을. 따라서 혹시 당신도 남편의 무능을 가장한 초능력에 속고 계신 건 아니신지. 오늘 밤 당장, 애정테스트를 빙자해 무 하나와 채칼을 쥐어주고 당신 남편의 팔뚝 성능부터 테스트 해보시길 권한다. 이때 부인은 목을 최대한 뒤로 젖혀 목젖과 목젖을 살짝 닿게 한 다음, 콧구멍 평수를 최대한 넓힐 것. 만약 당신의 기교가 부족하여 생기는 어떤 불상사도 본 기자는 책임지지 않음.”   

“이민 생활! 그까이꺼 별거 있으?”

재료 

배추, 바다소금, 고춧가루, 새우젓갈, 액젓, 마늘, 생강, 갓, 양파, 대파, 찹쌀 풀 1컵
가정에서 재료 기준: 배추6포기/무1개, (중간크기), 대파 3뿌리, 갓 200g, 미나리 1/4단, 굴 100g, 액젓(멸치젓)1/3 컵(250ml 기준), 새우젓 1/4컵, 찹쌀 풀 1컵, 양파2/3쪽, 쌀엿(조청)1/2 컵, 고춧가루 2컵, 마늘 300g, 생강20g
절임 소금 기준: 물1리터에 소금 2컵을 녹여 5시간 가량 절인다.

만드는 법

1. 소금을 녹여 절인 배추를 깨끗이 씻어 채반에 약 1시간~2시간 물기를 뺀다.
2. 무를 채 썬다.
3. 마늘, 생강, 양파, 대파는 다듬어서 믹서에 곱게 갈아 둔다. 
4. 먼저 고춧가루에 따뜻한 물을 부어 잘 버무려 30분 가량 방치한다. 
5. 4의 숙성된 고춧가루에 새우젓, 액젓, 찹쌀 풀, 새우젓, 액젓을 넣어 잘 저어 다시 30분 실온에 둔다.
6. 5의 재료에 무채, 갓을 넣어 버무려 1시간가량 숙성시킨다.
7. 숙성된 양념을 배춧잎 사이 사이에 얹어 놓듯 ‘똑똑’끊어 올려 돌돌말아 통에 넣는다.

김장 고수들의 한마디!

Cooking Point
*고춧가루는 따끈한 물을 부어 개어두면 김치 색깔이 곱게 돼요.
*김장에는 대파 흰 부분만 사용해야 김치 맛이 시원해요.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겉잎으로 돌돌 말아 꼭꼭 눌러 담고 겉 소금을 솔솔 뿌려두면 시원해져요.

Cooking Tips
*무채를 제외한 모든 부재료는 갈아서 사용하면 김치가 깔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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