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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따라 온천 따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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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6-10-02 00:00

노천 온천이 더 정겨운 Fairmont Resort

록키산을 좌측에 두고 우측에는 Panorama산을 곁눈질하며 상쾌한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Creston, Cranbrook, 먼 거리를 달려 드디어 Fairmont에 진입, 길가의 널찍한 사인이 반긴다. 아주 큰 골프 클럽과 온천, RV 파크 등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는 딜럭스 리조트로 소문난 곳이다. 푹신한 침대와 정갈한 목욕탕이 마음에 든다. 복도 끝은 핫 스파와 핫 스프링으로 이어진다. 뒷산은 내가 탐내던 그 바위산이다. 코앞까지 와서 올려다보기만 하는 게 성에 안 차지만 울렁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내일 아침 짧은 하이킹을 기다린다.

저녁을 먹기 위해 피크닉장을 찾았다. 때마침 풀 뜯으러 나온 사슴이 한가로이 스쳐간다. 불러도 놀라지도 않고 슬쩍 돌아보며 놀이터로 향한다. 길가에 수북한 풀을 유유히 먹는 그가 평화로워 보인다. 사람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순진무구. 사람에게 채이고 차서 되도록이면 사람 숲을 만나면 돌아가는 나와는 다르다. 술잔 기울이는 남정네들 기다리기 지루해 사목사목 걸었다. 숙소 뒷편에 20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온천장이 있다. 잘 꾸며진 정원과 군데군데 지어진 랏지들을 돌아 골짜기 길로 접어드니 RV들이 즐비하다. 하루 비용이 50달러란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겠다.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저녁놀을 만났다. 하늘 그득히 물든 청보라와 진빛! 숨어있던 호수에 되비추어 곱게 물들어있다. 숨이 막히는 듯하다. 저 장면을 목격하러 이 곳에 왔구나. 순간 애국가 첫 구절 '동해물과 백두산이...'이 불쑥 떠올랐다. 늘 그 대목에 깔리던 배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져서인가. 그 장관을 남정네들과도 나누고 싶어 마구 달려가지만 슬리퍼는 어지간히 질척거린다. 식탁을 벌여 놓은 채 허둥지둥 언덕으로 올라왔지만 이미 놀의 퍼포먼스는 절정을 넘기고 있다. 

바위 동산 기슭에 세 개의 문을 가진, 작은 시멘트 건물이 있어 궁금해 들여다보았다. 딱 사람 하나 들어가 앉을 만한 네모 목욕통이 있다. 왼쪽은 냉탕, 가운데는 열탕, 오른쪽은 온탕이다. 20여 미터 위에 벤치가 있고 그 앞에 나무틀로 가장자리를 둘러놓은 네모진 탕, 신발을 벗고 족욕하기 안성맞춤이다. 바위구릉을 오르면 숨어있는 노천탕을 하나 더 만난다. 아래에선 보이지 않으니 새벽이면 선녀라도 내려와 몸을 씻을 만도 하다.

또 하나의, 그러나 단 하나뿐인 아침이 왔다. 황금종이 울리는 암산을 올려다보며 방을 나선다. 바위산에 흘러내리는 조약돌에 미끄러진다. 산을 탐낸다는 것, 과욕인가. 발밑의 조약돌이 와글거린다. 산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저 산일 뿐. 누구나 반기고 누구나 안아주는 너른 품이라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처음에는 살갗을 찌르는 따가움으로, 다음엔 전신에 퍼지는 온기로, 마지막에는 짜릿한 전율로 몸을 감싼다. 산밑에서 기지개 켜는 해가 기다리며 산정을 이고서 하는 온천욕은 해방감이랄까 기대감이랄까 뭐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을 준다. 갓 솟는 해에게 가녀린 몸을 들킬까 봐 옷을 주워 입었다. 등이 다사로워진다. 돌아보니 해가 막 산정을 벗어나고 있다. 아! 태양은 열기로구나. 생명이며 뜨거운 사랑이구나. 온 산과 들을 안고 태양까지 맞은 이 아침, 온 누리가 내 것이로구나.
맨발로 하이킹 코스에 접어들었다. 돌산이 정겨워 아침을 여기서 먹기로 했다. 해를 이고 온천 보글거리는 돌산 기슭의 아침 식사. 야생동물이 된 듯하다. 이것 저것에 얽매이지 않은 완전한 자유. 아쉬움 없이 리조트를 떠나며 마음은 다음 목적지에 가있다. www.fairmonthotsprins.com

UNESCO에서 지정한 록키산 보호구역 안에 있는 Radium Hotsprings는 1800년대에 개발되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온천이다. Sinclair Canyon의 절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특히 천연 암반을 벽으로 세우고 있어 경치가 일품이다. 아래로 뚝 떨어진 골짜기를 내려다 보면 아찔아찔해지고 거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하여 등골이 서늘해진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수영풀과 다이빙대가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합하다. 갈 길이 바쁘다는 핑계로 일별만 하고 돌아섰다.www.radiumhotsprings.com

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남쪽으로 향한다. 가는 길목에 있는 Whiteswan Lake에 근처에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온천이 이다. 큰 길에서 벗어나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는데 길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구불거리더니 오른쪽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가 나타나지를 않나, 촛대 봉우리들이 병풍으로 둘러쳐지질 않나 굉장한 협곡을 빠져 나가며 스릴을 즐긴다. 호수 2km 못 미처 Lussier Hotsprings가 있다. 좁은 가드레일을 붙잡고 비탈길을 100여 미터 내려가면 돌멩이를 쌓아둔 노천온천이 있다. 가까이 가자 유황냄새가 확 끼친다. 바닥에서 퐁퐁 솟는 온천수를 들여다보며 온천욕을 즐기게 되니 시각과 청각을 함께 만족시킨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매일 물을 갈아주거나 소독, 청소를 해주지 않는 노천 온천이라 돌멩이에 이끼가 끼어있고 물도 약간 흐려 보인다. 허나 자연 그대로인 것을 사랑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손을 담가보니 온도는 40도 가량 되어 보인다. 열린 하늘과 수목들 그리고 따스한 온천수. 탕에 있는 이들이 나무를 닮고 자갈을 닮아있다.

울퉁거리는 비포장도로로 돌아 다시 큰 길로 나왔다. 오후 3시경에 Kimberley에 도착. Canadian Rockies Tourism Centre에 들러 이번 여행 스케줄을 준비해준 분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중국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숙소로 옮긴다. 스키장 바로 밑에 있는 Northstar Mountain Village. 아직 다 정비되지 못한 마당에 대궐처럼 멋지게 지어진 통나무집들이 반긴다. 삼층짜리 집엔 나뭇가지를 잘라 만든 침대 프레임이 있고, 다 열린 록키의 능선을 내다볼 수 있는 전경이 매혹적이었다. 하늘이 바라보이는 테이블은 절로 시와 그림을 불러들이고 있다.    
 낮잠 한 숨 자는 사이 베란다에 있는 핫탑에 들어갔다. 물은 긴장과 갈등을 풀어주어 사람을 부드럽게 한다. 매끄럽게 잔등을 훑어가는 소용돌이를 음미하며 그윽해지는 산마루를 감상한다. 이번 여행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은 하루를 어찌 보낼까. 그저 퍼내고 또 퍼내는 수밖에. 새로운 감동과 기쁨이 들어차게 비우고 비우는 수밖에.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아왔다. 한 번 다녀간 길을 다시 만나기란 어려운데 항상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달랜다. 왜 집에 있으면 떠나려 하고 갈에 나서면 돌아오고 싶어할까.. 남아있는 여로를 찬란히, 즐거이 밟아가는 게 이제부터 해야 할 고민이라고 여기며 함께 한 길벗에게 고마움과 우정의 눈인사를 건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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