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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 즉위 4년, 정희량 안음에서 칼을 뽑다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03 12:01

해외에서 쓰는 고향역사(2)

환국정치로 혼미한 정국이 절정을 이루던 숙종조 당시 노론의 과격 보수 세력에 반기를 진보적 소론세력이 태동하는데, 서부경남의 기존 사대부나 유림들  대부분이  이 소론계열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나는 송시열을 들먹거리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시골 고등학교 시절 할아버지에게 우리 동래정씨는 어느 당파에 속했느냐고 묻자 웃으시며 "소론"이라고 하셨던 것만 봐도 이것이 증명된다. 당시 60년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향교에서 제향시 제관들의 인선도 당파에 알맞게 안배되었다는 귀띔까지 해 주시며 쓴 웃음을 지어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장옥정 장희빈을 노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론과 남인의 지지로 중전에 책봉한 숙종이 그 사이에 태어난 경종을 세자로 내친김에  책립하려 들자 원칙주의자들로서 인현황후 민씨를 밀든 노론이 잠시 패퇴하지만 ..결국 숙종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장희빈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약내려 죽이며 인현왕후가 재옹립되는 정치적 파쟁끝에 노론이 득세하고 만 것이다.

숙종은 사랑보다 정치적 이익을 내세운 소위 환국(換局)카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자주 빼어든  무정하고  간교한 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경종은 등극 후 후사가 없자(일설에 의하면 장희빈이 사약을 받기전에 경종을 마지막 보는 자리에서  십대인 경종의 불알을 잡아당겨 남자구실을 못했다는 설이 있음). 몸이 허약했던 경종은 후사를 생산할 수 없는 처지에서 숙빈 최무수리와 숙종사이에 태어난 이복 동생인 영조를 세제로 삼았지만 재위 4년만에 갑자기 죽자 항간에는 경종이  자기 어머니 장희빈을 노론이 죽음으로 몰고간데 대한 복수를 할 것이 두려워 독살했을 것이라는 꽤 그럴 듯한 소문이 전국에 나돌았고....이에 분개한 정희량이 안음에서 충청도의 이인좌, 호남의 나숭대 결탁하여 이를 문제삼고  의거의 대의명분으로 삼아  봉기한 것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지면 역적이요 이기면 충신"인 것이 만고의 진리인 이상....꼭 위천 강동마을 정희량이 일으킨 반란을 역모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오히려 권모술수에 능한 노론 세력을 내쫓고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의거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일까?사회 불만 세력이 아닌 그것도 안의땅의 권문세가요, 사대부 호족 세력의 수장인 정희량인들, 역적모의가 실패할 경우 삼족 구족을  멸하는 연좌제의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모를리야 없지 않은가.후과를 염려하기에 앞서 억울하게 죽은 장희빈의 명예를 회복하고, 비명에 죽은 경종의 죽음을 밝히는 대의명분도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져도 좋다는 말인가. 그 누가 말했던가....우리가 읽는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 일방적얘기라고.....

정 희량이 선조. 광해. 인조 때의 충신이며 명정승인 동계 정온(鄭蘊)선생의 직후손(고손자)일진데, 그를 둘러싼 안의 지방의 당시 유지들인 유림(儒林)들이나 농사짓는 양민 백성들, 그외 하급 관리들의 호응이 있었을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는 모르긴 해도 당시 안음현(안의의 옛지명)의 신망을 받고 여론과 중지를 모아 궐기했던 것이지, 무댓보로 자행한 단독 플레이는 절대 아닌 것이다.


<▲ 정희량의 생가 거창 위천면 강동마을 고택 인조가 삼전도에서 항복하는 치욕에 분함을 참지 못하고 할복자살이 미수에 거치자 천추의 한으로 여기고 낙향하여 덕유산 자락에 들어가 모리라 이름하고 평생 고사리와 미나리만 먹다 생을 마친 동계 정온이 그의 고조부이다. 한국의 명문가의 고택의 전형이다. >


어떻게 보면 정희량의 난은 당시의 안의 사람들이 불의에 항거하는 의협심을 정유재란의 황석산 전투에서  전원이 순국함으로서 유감없이 발휘한  황 석산 정신이 건재함에서 나온 의거일 수도 있으며, 이것이 이 시대에  새롭게 조명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면 나 또한 진보 좌파 세력이라는 딱지가 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늘 인용하기 좋아하는 영국의 사학자 Henry Carr의 언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영원히 끊임없는 대화"(a continuing dialogue between present and past)라는 견지에서 정희량이 보고싶은 것이다. 그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의  분량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나 고증할 모든 자료가 동이날 때까지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무제한 풀어나갈 뿐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일 수도 있을 테니까.

" 이인좌가  기별도 없이  먼저  초조하게 기병하다니!  일이 왜 이렇게 꼬여간담!...어떻게 한다.... 그나저나 이제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윷은  공중에 던져진 게야.  화살은 이미 시위를 떠나 버린거고, '모'가 되든 '도'가 나오던 모든 건 운명일테지.  나 정희량 벌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건너온 두둑다리까지 불사르지 않았던가? "

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긴 한숨을 내뱉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사랑채 마당에 서서 바라본 기백산에 흐드르지게 만발한  진달래가 오늘따라 새빨간 선혈을 온통 뿌려 놓은 듯 비릿한 피바람처럼  느껴졌다. 서서이 몸을 돌리자,  원학동 계곡을 호령하던  금원산 꼭대기의  바위조차 기백산 산마루에 해가 얼굴을 내밀면 습기낀 바위가 항상  뿜어대던 금빛 광채도 온데간데 없고,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 아침은 온통 잿빛으로 빛을 잃고 음침하기 그지 없었다.

며칠전 안동에서 돌아온후 착잡한 마음에 잠을 설친 그였었다. 어제는 목욕재계한 후, 고조부 정온  할아버지의 영정과 관복, 위패를 모신 사당에 절까지 올리며 마음을 추스렸으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닭이 홰를 쳐 울던  첫 새벽에 일어나 산(算)가지 50개를 문갑에서 끄집어내 무릅꿇고 경건하게  점을 친 결과 "사괘"(師卦)가 나왔다.  

그리고 조용히 끓어오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해 상기된 마음으로  마당으로 내려선 그였으나, 모든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은  조금전  영웅호걸들이 그렇게 얻고 싶어 한다던 주역의 '사괘'까지 얻었지만  좀처럼 상쇄되지않았다. 사(師)괘란 위의 괘가 땅인 곤괘(坤卦)요 아랫 괘가 물인 감괘(坎卦)인 바, 소위 '지수사'(地水師)의 길괘 중의 길괘로 친다 최소한 전쟁이나 군사를 움직이는 상황에서 말이다.

주(周)나라 무왕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紂)임금을 몰아내기 위해 목야(牧野)에서 5천의 군대로 10만 대군을 섬멸하던 날 아침에 얻은 괘로도 유명한데, 밑에서 두번째 양효를 빼곤  나머지 모두가 음효인지라 효사(爻辭)를 보면  낮은 위치에 있는 주인공에게 상하좌우에서 호응하며  처음은 고전하지만  지금의 위치에서 끈기있게 버티면 위에 있는 소인배들을 모두 오합지졸처럼 제압해 승리한다는 전쟁승리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희량은 사랑채로 다시 들어가 벽장속  깊숙히 정갈한 무명보자기로 둘둘말아  감쳐둔 보검(寶劍)을 꺼내들고  칼집에서 서서이 칼을 뽑았다. 얼음장같이 싯퍼런 칼날이 문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한 줄기 햇살에 푸른 광채와 살기를 뿜고 있었다.

"저런 처죽일 노론놈들! 그래 지들끼리 자자 손손 대대로 영화를 누리겠다고! 흥, ..기군망상(欺君罔上)도 유분수라 했거늘 선대왕 주상전하를 독살하고 그것도 부족해 우리 영남 사림들의 벼슬길을  100년이 넘도록  완전히 끊어놓다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이놈들아! 이 칼로 너희들을 모조리 쓸어버릴거야!" 나 정희량 우리 동계 할아버지의 피와 정기를 물려받은 몸! 죽음따위를  두려워 할 줄 아느냐?  이놈들아! 너희들을 이땅에서 쓸어내지 않으면 이나라 종묘사직은 결단이 나고 말거야! 암 나고 말고! 이 소인배들아! 간사한 모리배들아! 천벌을 받을 놈들아!"

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방문을 박차고 대청마루에 우뚝 서서  태양을 향해 칼을 높이 치켜들어 맹서했다.

"사나이 대장부 한번 죽지 두번 죽느냐! 칼을 한번 뽑은 이상 다시 집어 넣을 수는 없는 법! 그래 나가자! 나가 싸우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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