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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량 그는 누구인가

정봉석 phnx604@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4-10 13:07

해외에서 쓰는 고향역사(3)
희량은  동계 정온의 4대손 고손자요 참봉 벼슬을 지낸 정중원(鄭重元)의 아들로 본명은 희량이 아니라 '준유'(遵儒)였다.

려말 선초부터 안음땅에 300년 이상 살아온 명문 거족으로  경상도 전체내에서도 소문난 부자로도 위세를 떨쳤다.수천마지기의 전답에 수십칸에 이르는  고대광실, 여기에 딸린 노비만도 백여명이 훨씬 넘는다.

아 버지인 정중원이 말년에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나 순흥부(지금의 경북  영주)로 이사한 이후 얼마 안돼 죽었다. 희량이 이인좌, 박필현, 한세홍등의 무리와 한통속이되어 영남에서 거사하여 서로 내응하기로 했는데 거짓으로 조부의 묘를 이장한다고 소문을 낸다음 안음 옛집에 곡식과 재물을 쌓아두고 집안에 부리는 하인들과 일반 백성중 힘깨나 쓰는  장정들을 모집한후 거사일이 다가오자 영주 부석사 뒤에 조부 묘 이장을 하려는데 절의 중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지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쌀과 돈을 주고 장정들을 모았노라고 핑계대었다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정미년 1727년 가을에 한양에 소문이 널리 퍼졌는데, 한 시골서 왔다는 풍채 좋은 거사(정희량)가 건장한 말을 타고 재화를 거창하게 바리 바리 실고는 종자(從者)들을 거느리고 여관에 와서 묵었는데, 여관 주인으로 하여금 육의전 저잣거리  상인들을 불러 각색 각양의 비단을 혼수감으로 사겠다고 약속하고 먼저 은 한봉지를 선금으로 맡기니  상인들이 비단 수십필을 가지고 왔고, 빛갈과 품질을 보고는 내일 아침 공평한 값으로 사들이겠다고 약속하니  그들은 물건을 그대로 두고 믿고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이들이 여관에 와서 보니 그 사람이 채단을 모조리 싣고는 새벽을 틈타 도망쳤는데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그가 투숙한 방을 수색해보니 다만 한 궤짝에 돌멩이를 두터운 한지로 꽁꽁싸서 가짜은괴처럼 꾸민 돌멩이 몇뭉치가 있을 뿐이었다. 이때 전라도 변산쪽의 화적떼 행패가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이 무성하므로 한양 사람들은 혹 변산쪽 도둑떼들의 소행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다.

정희량이 난을 일으키고 난후 살펴보니 서울서 사기쳐 훔쳐간 채단으로 울긋 불긋 반란군의 깃발을 많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젔고 ,정희량이 패한 후 사로잡힌 포로들을 심문한 공초(供草)에 의하면 '정희량이 서울 저자거리의 채단을 훔쳐와서 이것을 만들었다'고 자백하였다.(이상 조선왕조실록 영조 16권, 영조 4년 무신년<1728년> 3월 27일자 기사내용)

실록의 내용으로 미루어 볼때 정희량 일족이 안음땅 위천의 강동마을에 대대로 살아온  전택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경북 영주인 순흥부(順興府)로 이사한 것은 애초부터 거사를 염두에 둔 포석임에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첩 첩산중으로 외진 덕유산의 험준한  골짜기는 서울과 너무 떨어진 산간 벽지에다 교통마저 불편하다보니, 아무래도 문경 새재와 가깝고 이를 넘기만 하면 충청의 이인좌, 호남의 나숭대, 박필현등 그외 기타 산재한 호응세력들의 병력집결이 훨씬 용이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미리 이곳에 이사를 와서 그의 가문이  축적한 부와 만고충신 동계 정온의 명성를 밑천으로  경상좌도의 사림세력들과 교분을 나누며 지면을 넓혀가기 위한 임시 방편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주도면밀한   물밑 작업은 하루 이틀에 되는 일이 아니라 장기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경상 좌도가 어디든가. 기호지방의 서인을 제외한다면, 퇴계 이황을 태두로한 조선 사림세력의 양대 산맥중 하나인 동인들이 포진한 좌안동(左安東)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서부경남이 대표하는  일두 정여창과 남명 조식을 비조(鼻祖)로한 북인 세력을 우함양(右咸陽)이라 하였으니 그는 아마 지금까지 양자 사이의  서먹서먹한 관계를 해소하고   잘만한다면 경상도 전체의 조선의 사대부 세력을 함께 통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일찌감치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조가 감격하여 내린 문간공 시호를 쓴 임금 하사 홍살문 현판이 동계 정온 고택의 솟을 대문에 걸려있다. 그 손자가 영조때 반역하였으나 멸문지화를 면한 것은 동계라는 만고 충절의 제사를 끊게해서는 안된다는 조야의 여론 때문에 살아남았다. >



그리하여 경상좌도와 우도의 사림세력을 규합하고 사귀는 가운데 여론을 조성하여 거사에 가담할 수 있게할 속셈이었다. 말하자면 촉한의 제갈량(諸葛亮) 같은 웅재대략(雄才大略)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희대(希代)의  천재 전략가 제갈량'이라는 의미의 희량(希亮)으로 이름까지 바꾼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세상일이란  엿장수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
그리고 세상에 비밀이란 없는 법!

그 들이 주도 면밀하게 몇년전 부터 거사를 계획했었지만 , 보안이라는  문제가 있어  그들의  조직은  철저한 점조직과 각개약진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특히 충청, 호남, 영남의 주력  부대를 하나로 일사불란하게 통괄지휘하는 리더쉽의 부재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박정희가 쿠데타에 성공한 제일 첫째 이유는 조직과 동원된 병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의 탁월한 리더쉽이지 않았던가!
당시의 반군 조직을 지방별로 구분하고 주모자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충청도 및 경기남부: 이인좌, 정세윤, 권서봉
전라도: 현임 태인현감 박필현, 박필몽(도승지로 재직하다 노론의 탄핵으로 당시 무장에 귀양중)
경상도: 정희량, 이웅보(이인좌의 동생으로 원래 이름은 이웅좌이나 거사당시 웅보로 변성명)
한양: 남태징, 민관효, 심유현
평안도: 이사성(당시 평안도 군병력을  장악한 평안병사 재임)

이 정도의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쿠데타는 인조 반정 직후 공신책록에 불만을 품은 이괄이 일으킨 정변이후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다. 물론 특정지역의 차별대우에 불만을 품은 세조때의 함경도지역의 호족 이시애가 일으킨 반란,순조때의 평안도를 석권한 홍경래의 난 등은 어디까지난 국지적 난동에 불과한 민란 성격인데 반해, 영조 4년 무신년 역모사건은 전국에 걸쳐 내로라하는 명문 사대부 지배층이 대거 참가하는 양상을 보임으로서 영조는 등극초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더구나 이인좌가 누구던가... 그는 세종의 아들 임영대군의 후손인 종친이다.  그가 얼굴마담격 반란군 왕으로  추대한  사람은 소현세자의 증손 밀풍군 탄(坦)이었으니 요즘 말로 로얄페미리 즉, 종친까지 가담했다는 데 영조가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역사에  가정법이라는 문법이 있을 수 없다지만  만약 그들의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조선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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