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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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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12-27 09:07

권순욱 / (사)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특히 햇살 좋은 날 더없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인가 이 노래들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40여 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나올 무렵 한창 인기몰이하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매년 10월이면 모든 방송 매체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라서 한국에서는 ‘잊혀진 계절’을 먼저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이용은, 이 노래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최고 인기 가수상과 최고인기 가요상을 석권하는 등 대스타로 발돋움했다. 10월만 되면 공연 스케줄이 폭주했다고 한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 로 시작하는 가사는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로 끝을 맺는 곡이다.
 
   또 하나는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될 만큼 멋들어진 이 노래는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람은 죄가 될 테니까’라는 아름다운 가사 덕분에 많은 이들에게 자주 들리고 불려 온 이 노래 또한 10월의 마지막까지 장식해 준다. 10월만 되면 유독 라디오 방송에서 신청 수가 높아지는 명곡으로, 가을을 상징하는 BGM으로 자리 잡았다. 풍성한 바리톤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멜로디가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가을 풍경을 상징하는 가사가 달콤하고 아름다워 10월에 결혼하는 커플들의 축가로도 불린다.
 
   그리고 10월 31일이 되면 중요한 역사적 사실로 떠오는 것은 종교 개혁일이다. 지금으로부터 506년 전인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대학교의 교회 정문에 95개 조 반박문을 붙였으며, 성서를 독일말로 번역하여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당시 게시물이나 중요한 일을 교회 정문에 붙이는 관행에 따라서 이해한 것이다.
 
   다음으로 10월 31이면 생각나는 것이 성인 대축일(All Saint’s Day)에 해당하는 중세 영어 All Hallow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10월 31 All Hallows Eve에 포함해 여기서 Halloween(할로윈)이란 이름으로 정착된 것이다. 이름에서는 기독교의 향기가 나지만 할로윈 축제는 사실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다. 미신적 요소가 스며들어 있는 할로윈 축제를 기독교에서 수용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할로윈을 경험한 것은 1982년 밴쿠버 주재원으로 온 그해 10월 31일 이었다. 처음 보는 행사라 궁금하기도 해서 10살 된 딸아이를 앞세워 이 집 저 집 다니며 사탕 봉지를 얻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이가 문 앞에서 Trick or Treat을 외치면 집주인은 Treat으로 대답하면서 사탕 봉지를 딸아이가 마련한 작은 자루에 넣어준다. 여기서 Treat은 대접하거나 한 턱 내라는 동사인데 Trick, 만약 우리를 대접하지 않으면 장난을 치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Treat or Trick은 켈트족 본 고장인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지역에 국한되었던 풍습인데,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Jack O’ Lantern  (Jack of Lantern)과 함께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것이다. 마스크와 특별한 복장은 사자의 영혼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고자 위장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재미 외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사탕과 관련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작년에 일어난 이태원 압사 사고(梨泰院壓死事故)를 잊을 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 또는 10·29 참사로 불리는 이 사고는 2022년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에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대형 사고이다. 당시 이태원에는 할로윈을 앞두고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으며, 해밀톤호텔 앞 좁은 골목길로 인파가 밀리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1995년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014년 299명이 사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다음으로 발생한 대형 사고로 기록되었다.
 
   할로윈데이는 사고가 일어나기 12년 전부터 영어 학원 등을 시작으로 대중화 되었다고 한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장소에서부터 시작된 할로윈 행사는 마케팅에도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할로윈데이는 한국의 비공식 기념일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태원에는 6.25 전쟁 이후 인근에 미8 군사령부가 있었다. 그 후 점차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과 쇼핑의 명소로 발전하였다. 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된 이후로 미군 출신 고객이 줄어들고 나서부터 이태원은 한국의 젊은 층이 할로윈 축제로 선호하던 장소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행사 방문객이 줄었다가 2022년 거리 두기와 영업시간 제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다.
 
   압사 사고 이전 경찰은 촛불 집회 투여로 인력 부족과 밀집된 인파로 인해 군중 통솔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압사 사고는 10월 29일 오후 10시 15분경 해밀턴 호텔 앞을 낀 거리에서 발생하였다. 소방 당국은 11시 19분부터 축제 중단을 요청했다. 10월 30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용산소방서장 최성범의 브리핑에 따르면 인명 구조를 위하여 소방, 구청, 경찰 등 총 인력 2,421명이 동원되었으며, 장비는 총 233대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재난 의료지원팀은 14팀으로 222명이 지원되었다.  2022년 11월 1일 오전 11시 기준 사망자는 156명으로 남성이 55명, 여성은 101명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었다. 사상자는 2022년 11월 5일 오후 6시 기준 부상자는 중상 33명, 경상 164명이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할로인 사탕에 대마 성분이 함유된 사탕을 준 어른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매니토바주 위니펙의 53세의 여성과 60세의 남성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은 할로윈 기간에 사탕을 얻으러 온 아이들에게 대마의 항정신성인 THC(Tetrahydrocannabinol)가 들어 있는 사탕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으로부터 사탕을 받은 아이는 총 13명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사탕은 초콜릿, 캔디류로 간식과 함께 지퍼백에 담겨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보면 그해의 10월 마지막 날은 추억이 담긴 음악과 종교 개혁 등 역사적 기념을 담은 의미 있는 날들이었으나 불행한 이태원 할로윈 참사와 위니펙의 대마 항정신성인 THC의 슬픈 날로 기록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것들이 아직도 나를 슬프게 하고 있다.  
S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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