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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 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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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23-11-01 09:37

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풀잎처럼 살다 간 삶도 있고
파도치는 외딴 바위에서
홀로 외로이 살다가는 독수리처럼
홀로인 삶도 있다
 
파도가 주름진 얼굴로
바닷가에 도착하면
먹으려는 새와
살려고 온 힘을 다하는 물고기처럼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밴쿠버 공항엔
밤조차 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깨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말도 하지 못하고 집도 없이 집시처럼 떠도는 철새의 날개가
노을 빛에 더 어둡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길 위를 가는 나그네여
오늘 하루도 노을처럼 빛나는 하루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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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에 2024.02.26 (월)
볕이 좋아 지팡이 짚고공원에 갔네전깃줄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새들처럼공원 벤치에 얼기 설기울긋불긋 빨래 줄에 널어 놓은 빨래처럼나이든 사람들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몸이 힘들고 고달파도마음이 행복하면무릎 통증 어지러움이야이기고도 남을 테지만푸르고 깊은 하늘을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햇살이 눈부셔서 만은 아니다.봄은 개나리 나무 잎 새에서 오고겨울은 한낮에도 언 땅 사이 살얼음 사이에숨었다
전재민
풀잎처럼 살다 간 삶도 있고파도치는 외딴 바위에서홀로 외로이 살다가는 독수리처럼홀로인 삶도 있다 파도가 주름진 얼굴로바닷가에 도착하면먹으려는 새와살려고 온 힘을 다하는 물고기처럼불빛이 새어 나오는 밴쿠버 공항엔밤조차 잊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깨가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말도 하지 못하고 집도 없이 집시처럼 떠도는 철새의 날개가노을 빛에 더 어둡다 어둠이 짙게 드리운 길 위를 가는...
전재민
짬뽕 2023.07.31 (월)
짬뽕이 먹고 싶었는지짜장이 먹고 싶었는지확실하지 않았지만소풍 가기 전날 설렘처럼, 만남이 설레었다메뉴판을 보며 훅 올라 오는 부담짬뽕 짜장 하나 먹는데, 웬 부담 하면서도제천 역전 귀퉁이, 아이스 바로 만든 발 출입문 중국집엄마 손잡고 들어가 짜장 곱배기 시켜입에 검은 분칠하며 짜장면 처음 먹던 날엄마도 먹어봐됐어 엄만 괜찮아 하곤뜨거운 보리차 한 잔을 다 마셨지짬뽕도 친구가 나눠 준 간 짜장 조차 생각보다 맛이 없어메뉴 판...
전재민
어느 가을 날에 2022.1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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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
밴쿠버 망향가 2022.08.29 (월)
그리운 이 있어 고개 들어 바라 보니 하늘엔 뭉개 구름만날고 싶어 종이 비행기 접어 날리던 어린 날처럼서쪽 하늘 바라 보니 떠오르는 얼굴바람 부는 밴쿠버 공항 활주로엔 그리움만 깃발처럼 나부끼고말 못하고 떠나 버린 날처럼 지도 속엔 조국만 봐도 목 메이듯 가슴이 메여
전재민
흔들리는 것들 2021.06.14 (월)
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소주도막걸리도흔들어 먹어야 한다지만흔들리면 안돼는 사진처럼흔들리면 안돼는 기둥처럼나무 아래서눈을 감고바람이 하는 말나뭇잎이 귓속말로 전한다절 처마끝 풍경이바람이 하는 말 전하듯이풀잎이 바람에 눕는다나무는 흔들리는 만원버스 사람처럼쓰러지지 않으려뿌리에 더 힘을 준다들썩이는 땅처럼흔들리는 만원버스처럼비록 꺾어질지 언정 나무로 살지풀로 살진 않겠다며꽃밭에 눈감고 서서
전재민
눈사람처럼 2021.02.01 (월)
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어느 날 갑자기 나풀나풀날아와 나비처럼 앉았다 시루떡처럼 굴리고 굴려너의 모습 같은 눈사람 만들었어 한 낮이 되어흔적 없이 떠난 너의 모습에빗물같이처마끝을 타고 흐르는눈물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처럼눈 오는 날 설레는 마음으로아무도 밟지 않은 눈 밭에발자국을 낸다행여 네가 따라올까 봐뒤돌아보고또 돌아보고
전재민
빗물 젖은 빵 2020.12.14 (월)
전재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한 그릇 숲받쳐들고빗물 젖은 빵입에 넣으며하늘을 본다 갈 곳도오라는 곳도반겨주는 이조차없는데따스한 종이 컵 속 숲빗물이 더 들기 전호호 불며한 모금 한 모금떠 넣는다 웅덩이 빗물마시기위해하늘 쳐다보는 비둘기처럼숲과 젖은 빵먹으며 하늘을 본다 점심은 어디 가서먹을까날개 젖은 비둘기가쓰레기통 빵 부스러기 쪼듯도시 집시도젖은 빵과 숲을 먹는다 차가운 콘크리트 도로 위잠든 침낭 속...
전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