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노스탤지어 프랑스

정관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9-06 13:00

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연일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소요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 이민 가정의 소년이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데 대한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관용을 앞세우는 프랑스 시민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이다. 세계 어디서나 이민자들은 노골적이거나 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기 마련이다. 그게 이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독 프랑스는 데모가 자유롭다. 그런가 하면 그 데모가 소요나 폭동으로 바뀌면 진압방법도 자유롭다. 모든 게 자유. 자유. 자유다. 그들이 자신들의 가치로 신봉하는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관용의 그 자유와는 사뭇 다른 자유지만. 이 글은 이런 프랑스에 대한 필자의 노스탤지어다.
  얼마 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경색된 미-중 관계도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큰 환대를 받았다는 방송을 보았다. 우리나라가 그랬다면 백악관이 가만있지 않았겠지만. 프랑스는 역시 미국의 큰 우방이기도 하지만 독자 목소리도 낼 줄 아는 대국이다. 그런데 대체로 프랑스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예술의 나라. 섬세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전체적으로는 여성스러운 나라. 더구나 이 여성스러움은 보불전쟁, 세계 제 1차, 2차대전에서 독일에게 맥 없이 패하고 수도 파리를 독일에 점령 당하는 수모를 겪어 나약한 국가라는 세계인들의 프랑스 관도 한 몫 했음이 틀림없다.
  프랑스에는 루브르 박물관, 세느강과 다리들, 에펠탑, 몽마르뜨르 언덕 그리고 드골 국제공항과 같은 볼거리들이 줄지어 있고 게다가 프랑스 와인, 치즈, 거위 간, 달팽이 요리 등등이 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끌어당긴다. 전 세계의 화가들은 프랑스를 거쳐 갔거나 아니면 언젠가 한번은 그곳에 가서 분위기를 맛 볼 기회를 벼르고 있다. 세계적인 시인,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헤밍웨이, 핏체랄드,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등등도 모두 파리의 명성을 높여준 유명인 들이다.
그런가하면 시대를 앞선 천재들의 나라이기도 하다. 프랑스 혁명을 통해 자유 ( Freedom ) 를 전 세계에 퍼트려 ( 미국에는 자유 여신상까지 보내 뉴욕과 미국의 명물은 물론 전 세계에 그 가치를 알렸다. ) 세계 독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거나 적어도 인권이라는 말이 있음을 알렸다. 인류 최초의 비행기 (?열기구 ) 를 발명한 몽골피에 형제, 자동차의 선구자 르노, 에펠탑의 에펠, 모파상, 파스칼, 줄 베른, 빅토르 위고, 싸르트르, 시몬 보봐르 등등 시대를 앞선 발명가, 소설가, 철학자들이 즐비하다.
  또한 초짜 방문객이 보기에는 괴상한 나라이기도 했다. 지금은 단종이 되었지만 1970년대 파리 시내를 누비던 시트로엥 자동차 ( 2CV, 아래 그림 참조 ) 의 독특한 디자인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그 차를 보로바꾸 ( 우리 세대에 통하는 엉터리 일본어 : 상자를 만드는 두꺼운 종이 ) 차, 생 철로 만든 차 또는 좋게 봐줘서 프랑스 대학생 차라고 불렀다. 어떤 친구는 목숨 걸고 타는 차 라고 혹평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괴상함의 극치는 그들의 숫자 세는 법 이었다.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영국 ( 미국 포함 ),독일 등 주변 국가들과 한참 달랐다. 그들은 70을 셀 때 육십 플러스 십 ( 60 + 10 ) 으로 부른다. 71은 60 + 11, 72는 60 + 12 이런 식이다. 80은 더욱 더 괴이하다. 이제 부터는 곱셈을 마스터 해야 한다. 80을 이십의 네 배 ( 4 × 20 ) 로 표시한다. 81, 82, 83은 4 × 20 + 1, 2, 3 이런 식이며 90은 이십의 네 배에 10을 더해준다. 즉 4 × 20 +10, 4 × 20 +11, 4 × 20 +12로 숫자가 올라간다. 프랑스 사람들은 수학을 잘 하나보다. 외국인들은 혼란에 빠진다. 더구나 프랑스 말이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답다고 가르쳤기에 자기 나라 말만 쓴다. 영어로 숫자를 말하면 모르는 척 한다. 집단으로 짜고 외국인을 골탕 먹이기로 작심을 한 것 같았다.
  프랑스는 유럽 대륙의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면적 64만 제곱 킬로미터 ( 남한의 6.5배 ) 에 인구 6700만 명의 유럽 대국이다. 유럽 유일의 자급자족 경제를 이루는 나라로 자체 전투기와 핵 잠수함과 핵 항공모함을 갖고 미국에 대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다. 보잉의 독점 체제를 깨고 프랑스 주도로 에어버스를 등장시켜 대형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프랑스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은 그들의 복지 제도이며 숨기고 싶은 것은 그 나라의 금 보유고이다. 프랑스의 복지는 미국 보다 한 수 위다. 그 복지제도 덕으로 선진국 중 유일하게 자력으로 인구가 증가하는 나라다. 이곳 캐나다도 인구가 증가하지만 그건 대량 이민 때문이다. 금 보유고 또한 세계 제일이라고 하는데 과연 미국 보다 많은 지는 확인 불가다.
  프랑스가 진정 복지 국가라는 산 증거가 여기있다. 파리 주재 한국 회사 주재원 부인이 그곳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병원비는 물론 공짜에 아기 낳느라 수고했다고 프랑스 정부는 당시 2000프랑 정도의 수고비 (?) 를 주었다. 그 직원은 그 돈으로 위에서 언급한 고물 보로바꾸차를 사서 그가 프랑스에서 근무하던 3년 내내 잘 몰고 다녔다고 했다. 고장도 없었다. 그래서 3년 후 본사 발령이 났을 때 그 차를 후임에게 거의 공짜로 넘겨 주었다. 웃기는 건 2년 후 그가 파리에 출장을 갔는데 그의 후임이 여전히 그 차를 잘 타고 다니더란다. 이 정도면 프랑스란 나라의 복지와 자동차 제작 기술을 충분히 이해 하셨으리라 믿는다.
외국인에게 프랑스는 처음에는 도저히 정 붙이고 살 수 없는 쌀쌀맞기 그지없는 나라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살고 싶어지는 나라로 바뀐다고 한다. 필자는 그런 프랑스 위쪽에 있는 소국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3년을 근무하며 파리를 경유해 한국을 오갔다. 때로는 직접 파리로 출장을 다니며 주마간산 식으로 프랑스를 체험했고 그 때 마다 참 독특하고 재미있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프랑스 와인에 흠뻑 빠져 언젠가는 보르도 지방으로 와인 탐사를 떠난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크리스마스 때라 모든 샤또 ( 양조장 ) 가 문을 닫고 내장객을 받지 않아 유명 샤또들이 내방객들에게 제공하는 시음주를 맛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샤또들의 사진을 찍으며 가다 보니 스페인 국경에 도달하였다. 하릴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오며 한국인 최초 ( ? ) 의 소믈리에 꿈이 산산조각이 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소믈리에에 대한 미련과 당시 그 엄청난 ( ? ) 출산 수고비에 매료되어 한 때 파리 주재 근무를 간절히 바라기도 하였으나 필자에게는 끝내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붉은 해는 서 산에 걸리었다슬피우는 사슴의 무리는 어디로 갔을까?화마에 피해를 당했을까화마를 피해 멀리 갔을까세상 여기저기 화마에 난리인데난 그나마 다행인 게건강 때문 조심조심 몸 돌보느라어느 곳이든 가지도 갈 염두도 못하고방콕 하느라 새옹지마의 복을 누린 것인지도 모르지.올 초에 하와이 마우이 관광을 다녀온 친구가 적극 추천한 곳인데생지옥이 되어 사슴은 울지도 못하고 말았다내리막과 오르막이 언제나 교차하는 인생 길그게...
나영표
뱃멀미 2023.09.06 (수)
다리 위에 서서낯선 바람에 머리를 말린다 긴 장마의 끄트머리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잿빛 구름 속에서 싱겁게 조우한다 배처럼 떠 있는 다리흔들거린다 세상이 돌고나는 멀미를 하고 닻줄을 풀어도 풀어도닻은 결코닿지 않는 것이다
백철현
  그날은 여행 일정이 빡빡하여 좀 늦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시내로 나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거의 자정이 가까웠다. 피곤을 잊으려고 잠을 청하였으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이곳 길고 긴 세상살이를 듣고 나도 캐나다에서 겪은 이야기들로 새벽 두 시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 식사 후 동트기 전에 먼저 콜로라도강의 걸작으로 알려진 말굽 협곡(Horseshoe Bend)를 돌아보기로 했다.    어제 다녀온 모뉴먼트...
권순욱
  연일 파리 뿐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소요 사태가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 이민 가정의 소년이 미국도 아닌 프랑스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한데 대한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관용을 앞세우는 프랑스 시민들까지 가세하는 모양이다. 세계 어디서나 이민자들은 노골적이거나 또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기 마련이다. 그게 이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유독 프랑스는 데모가 자유롭다. 그런가...
정관일
시가 있는 거리 2023.09.06 (수)
우장산 거리에는벚꽃, 목련이 형이네 아우네앞 다투어 피어 코끝을 간지럽히고활짝 핀 라일락이 눈 깜짝할 사이사라지면 초록 잎은 기다린 듯마음껏 기지개를 켠다가을 문턱에 들어서나 했더니뜻하지 않은 비바람 손님이 들이 닥쳐놀라서 그만 떨어진 잎사귀 뜨락에 뒹군다아쉬워 자꾸만 뒤돌아 보는데청소부 아저씨는 말도 없이지그 재그 낙엽을 쓸어 담고아이들이 기다리는 유치원으로발걸음을 옮기는데 시는 자꾸만뒤따라 온다
유우영
여름의 이집트 2023.09.01 (금)
영원을 꿈꾸며 신이 되고 싶었던 삼천 년이나 늙은 왕이 유리 상자 안에 누워 살아있는 자들을  맞이한다불꽃 사막에 우뚝 서 있는 피라미드왕가의 계곡은 이글거리는 더위에도  죽은 자에 쏠리는 사람들의 놀이터이다홀로 찍은 사진 속엔 몰래  뛰어든이집션 아이들의 미소가 유령처럼 나타나고폴리스 바를 외치는 가이드  앞에한마디 못 하고 서글피 돌아서는 이집션 마부가 있어허영처럼 마차에 앉아 있던 나는 얼굴을...
김영선
공짜집 2023.09.01 (금)
1년 동안 미치도록 사랑한 장소가 있다. 그곳은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장소였고, 가본 적도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들락거렸다. 내가 드나든 그 곳은 캐나다 로키산맥에서 가까운 캘거리 외곽에 위치한 한 주택이다. 지금부터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집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려 한다. 2019년, 어느 날, 집을 공짜로 준다는 믿기 어려운 뉴스를 보게 되었다. 캘거리 외곽에 ‘밀러 빌’이라는 마을에 작은...
김보배아이
  막내딸이 지난 5월 멕시코 칸쿤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5월의 신부가 되었다. 양가 직계 가족과 신랑, 신부 친구들 각 3쌍씩만 초대한 조촐한 결혼식이었다. 신랑, 신부 친구들은 7박 8일간의 모든 경비를 자비로 부담했다. 따로 청첩장도 만들지 않았고 축의금도 일체 사양했다. 반강제로 주시는 분들만 어쩔 수 없이 받았다.칸쿤 공항에 도착하니 수십 명의 제복 입은 직원들이 일렬로 도열해서 우리를 영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택시...
이현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