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름 없는 것들은 이름 없는 것들끼리 몰려다니며 이름 있는 것들의 이름 위를 사뿐히 즈려 앉는다
이름 없는 랭리의 콘도 발코니에서 바라본
이름 꽤 알려진 산이 허옇다
즈려밟힌 이름들이 뿌연 아침
이름 없는 것들이 될 확률이 대단히 높은 한 사내의 눈에 안개가 자욱하다
공평한 안개 속에서 이름들이 튀어 오르려 발버둥 치는 모습이
이름 없는 사내 눈에 기억되려 한다
아침 햇살들이 몰려오면 안개는 잊혀질 이름들을 싸잡아 데리고 가겠지
이름 없는 사내와
잊혀진 이름
그리고 사라진 안개가 헤어지는 연습을 또 하고 있던
버려진 어느 아침을 기억하려
바닥에 떨어져 쪼그라지고 있는 안개 방울 한 조각
주섬 주섬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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