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한해의 껍질을 벗고 계묘년 토끼의 해가 벌써 중반을 달리고 있다. 작년이 호랑이해인 데 반해 올해는 온순한 검은 토끼해라고 하니 세상사가 더 잠잠해질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토끼 하면 먼저 거북이와 달리기 경주를 했던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 거북이에게 한참을 앞서다가 방심을 한채 잠을 자는 바람에 우직한 거북에게 그만 지고 만 이야기다. 지난 펜데믹 기간을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지내온 우리 앞에 나타날 온순하지만, 재간동이 토끼가 참으로 반갑고 기다려진다. 올해에도 세간의 경제 예측은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토끼는 또한 위기 극복의 지혜를 지닌 동물로 알려지지 않은가?
전국시대 제나라 맹상군과 관련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 맹상군은 수십 년 동안 재상으로 있으면서도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는데 이는 함께한 식객인 풍환이 세 개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준 일화에 기초한 것으로 앞날을 위해 미리 여러 가지 준비를 해 놓으면 뜻하지 않은 불행에 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급변화 속에서 모든 것이 적응하기 숨 가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세계적 생존전략의 변화와 과거 산업에서 탈피하여 4차 산업혁명 전환 시대에 서있다. 이런 와중에 불어 닥친 미국의 자이언트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전쟁, 세계부품생태계 붕괴와 반도체 공급난, 중동의 석유 감산, 기후변화 등 총체적 세계 경제에 불어 닥친 위기의 바람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대전환의 시대로 인류를 몰아넣었다. 불확실성의 파도가 넘실대는 작금의 환경이 어떻게 또 변해갈지 누구도 장담 못 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걱정은 더 태산이다. 진정 위기 속에서 위대한 혁신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일 때이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는 눈과 도전의 두려움을 즐기는 가슴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후회 없는 결단을 끌어내는 머리와 굳은 의지로 실행에 옮기는 리더십, 유연성을 갖춘 전략 등으로 위에 언급한 세 개의 굴(窟)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수없이 많은 위기를 이겨낸 인간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모두가 힘을 합치면 위기 탈출은 더 빨라질 것이다.
새봄이 오면 농부가 밭을 갈아 새싹을 틔우듯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시련과 절망을 털어내고 힘차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특히 토끼처럼 큰 귀로 주변의 소리를 잘 듣고, 그 소리를 마음에 담아 취할 것과 버릴 것을 분별하며, 강인한 뒷발로는 장애물을 넉넉히 뛰어넘는 도약과 도전정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부자가 힘을 합치면 산이 옥이 되고, 형제가 한 마음이면 흙이 금이 된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사람들과 힘을 합할 수만 있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는 의미이다. 위기에 닥치는 순간 언제든지 숨을 수 있는 3개의 굴을 가지고 살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어떤 이는 인생 3개의 굴을 부동산. 주식, 현금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느 순간 모두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는 것들이다.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굴이 가장 안전하고도 튼튼할까? 나는 고향의 굴, 친구의 굴, 가족의 굴이라고 말하고 싶다. 친구에게 평소 인심을 잃지 않고, 동료에게 능력을 인정받고, 가족에게 사랑을 잃지 않는 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 위기에서 나를 구해줄 은신처가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말 소중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언제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가정의 굴을 들 것이다. 가정이야말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로 이어질 가장 안전한 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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