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카문학상 운문(시)부문 으뜸상 / 정금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어린 아이들에게 이르는
마흔 살 어미의 밥상수훈
세상에 나가면 당당하거라
불의를 보면 참지 말고 맞서거라
겁 없이 용감했던 어미는
아이들이 다 자라
그 세상으로 나가고 난 후
더럭 겁이 많아졌다
당당하게 소리치다 깨지고
불의에 맞서다가 부러져
행여 다칠까 혹여 아플까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 살다가
집에 온 아이들과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예순의 어미는 그 등과 어깨를 살핀다
당당하지 않아도 괜찮고
불의를 보고 맞서지 않아도 좋으니
행여라도 다치지 말아라
혹여라도 아프지 말아라
부끄러운 숨을 삼키는
겁쟁이 어미의 언어는 침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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