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숙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텃밭에 봄 채소 씨앗을 다독 다독 뿌려 놓고 밭 둑에 앉으니 햇살이 눈부시다. 여기저기 검 불 속에서 지난 겨울을 이겨낸 잡초들이 다투어 돋아 난다.
봄은 그래서 자애로운 어머니. 꽁꽁 얼어붙은 대지를 따뜻이 녹여 서로 화해의 손을 잡게 한다.
자연의 섭리란 참으로 신비하고 위대하다. 꽃 다지는 작은 키를 돋보이려 애쓰지 않는다. 양지 쪽 어느 곳이든 조촘 조촘 돋아나서 제 나름의 작고 노란 꽃을 피우기에 여념이 없다. 아무도 보아 주는 이 없다고 비탄에 젖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자족의 슬기로 신의 영광을 찬미할 뿐 눈을 돌리면 죽은 척 주눅이 들어있던 냉이가 푸수수 하품을 한다. 얼음 속에 뿌리를 내리고서도 동사(凍死)하지 않는 의지와 인내력을 꽃 피울 때를 기다려 온 것이다. 지천으로 자라나서 꽃 피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단 한번도 버젓이 서 있는 과일 나무를 부러워 하거나 시샘 하지 않는다. 내일 비가 올까 바람이 불까 쓸데없이 걱정하지 않는다.
큰 키 나무는 큰 키 나무대로, 잡초는 잡초끼리 제자리에 서서 절대자의 질서 속에 하나가 된다. 해질녘 사과 밭에 서 있어보면 우주는 거대한 관현악단, 거기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교향시는 완전한 화음이다. 곳곳에 피고 지는 어느 한 가지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으랴. 베이컨은 말하기를 “지상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마음이 자애롭게 움직이고 하늘의 섭리 속에 안주하며 진리의 양극을 축으로 하여 회전 될 때” 라고 했다.
살아가노라면 얼마나 많은 불협화음 속에 시달려야 하는가. 불협화음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월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애 쓸 때 커지기 마련인 것, 또한 무례한 강자에 무참히 짓밟히는 약자, 하지만 용서하며 살 일이다.
내가 쏜 미움의 화살은 다시 나를 찌르고 사랑의 화살은 무한대로 뻗어가며 신뢰의 기쁨을 확산 시킨다. 아웅다웅 불신하고 원망 하다 보면 그 만큼 나 스스로가 먼저 괴로워야 하는 미움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 지금은 봄. 만물이 소생하는 싱그러운 대지에 입 맞추고 다정한 눈길을 건넬 때이다.
부자는 가난한 이와, 높은 이는 가장 낮은 자와, 건강한 사람은 병든 자에게, 젊은이는 노인들과 이 화창한 봄 볕을 나눌 때 우리는 상춘(常春)의 풍토 속에 시들지 않는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우리에게 참된 평화란 가지고 있는 것에 있지 않고 포기하는데 있음을 봄의 교향시는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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