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을을 다 삼켜버린 그는
쉬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산산
조각을 내며 분신을 낳는다
분신은 또 다른 분신으로
똬리를 틀며 사방에 서린다
젖은 어깨 시린 등을 메고
발밤발밤 회색 그림자 속을
헤매는 누군가 내지르는 절규
그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지워지고 가려진 소리
혼자 무너지고 스러지는데,
점점 더 많이 분열할 뿐
도통 그는 사라지지 않는다
산바람 숲 바람 맑은 날
개울 살얼음판 아래 찰랑대는
물소리 바람에 어우러지고
햇살이 바른길 잡아주던 한때
한 목청 돋워 시원하게 울린
화음 남겨진 오랜 여운마저
깡그리 집어삼킨 무서운 그는
마을에 마냥 터 잡고 들앉아
언제 떠난다는 기약도 없다
도대체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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