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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해오름달 2020.02.10 (월)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하늘을 나는 새의 꿈은 무엇일까. 흰머리수리(Bald Eagle) 한 마리 길 위 전깃줄에 앉아 꼼짝 않더니, 순간 발을 뒤로 차면서 활짝 편 날개로 높이 올라 빙글빙글 맴돌다 어디론가 사라진다. 커다란 저 날개는 새를 더 높이 더 멀리 날게 하는 힘의 원천이다. 새는 들판을 지나 산을 넘고 호수를 건너 바다를 만나고 어느 날엔 미지의 섬에 닿는다. 사철 때때 꽃이 피고 밤마다 별빛이 쏟아져 내리는 청정무구한 그 섬. 새는 그곳에...
강은소
행운목에 기대다 2019.12.23 (월)
동짓날 밤 내내 활짝 핀 꽃송이작은 꽃술이 열리며 피워내는 환한향기 소복한 다발에 취한 발걸음꿈길인 듯 둥둥 어둠을 헤아리는데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첫사랑 그전설 같은 기억 새록새록 피어난다그대를 만나 처음 사랑에 빠질 때우리를 설레게 하는 일 웃게 하는 일그런 일들 사방에 등불로 반짝였지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내일도 새롭지 않을 것 같은 일상지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그런 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깨를...
강은소
수필을 쓰는 사람은 예술가다.존 워너커에 따르면 작가는 예술가다. 그는 저자와 작가의 가치를 구분해 누구나 책을내면 저자가 될 수 있지만, 작가로 불릴 수는 없단다. 저자는 그 사람이 하는 일, 글을쓰는 행위를 말하고 작가는 자기 자신을 쥐어짜 글을 쓰는 사람, 그 사람을 정의한다.그의 가치 기준에 따르면 수필을 쓰는 사람은 작가다. 수필가는 예술가다.수필을 쓴다. 글을 쓰기 위해, 오로지 나 자신이 되어 살아가는 모든 것에 관심을가지려...
강은소
천천히 그리고, 다시- 나의 수필 쓰기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사진작가였던 그가 평생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했던 것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다.그러나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순간이다는 것을 그는 죽기 얼마 전에 깨달았다고 한다.삶의 모든 순간이 가치 있다해도 그냥 보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
강은소
뮌헨의 그녀들 2019.03.15 (금)
유방검진 서비스 안내장이 왔다.유방 조영술은 처음 검사 받을 때보다는 불편함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망설여지는검진이다. 차가운 기계와 낯선 손이 맨 살에 닿는 꺼림칙함이 싫고 X-선 노출에 대한두려움에 늘 마음이 편치 않다. 한편 가슴살을 짓누르고 쥐어짜는 일을 여러 번 겪다보니 가슴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여, 유방 조영술은 나이 들며 주름이생기고 쪼그라든 젖가슴을 변명하는 좋은 핑계거리다. 주저하며 미루던 검진 날짜와시간...
강은소
포트 무디 호랑가시 길 6번지, 헤리티지 숲 속에 자리한 우리 집이다.집을 구하러 다닐 때 마땅한 집이 빨리 나타나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처음부터마음에 드는 집을 고르면 집값이 터무니없이 예산을 뛰어넘고, 예산에 맞추어 고르면오래된 집이거나 전주인의 특이한 음식 향을 걷어내는 추가 경비를 더 해야 할집이다. 적당한 집을 찾는 일에 지칠 때쯤, 반듯하게 앉은 작은 집이 새로 매물안내판을 안고 나타났다. 1년 반쯤 된 새집이라 손볼...
강은소
음악은 흐르는데 2018.07.30 (월)
아바(ABBA)가 35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우리는 나이가 들었을지 모르지만, 노래는 새로운 거다.”요즘 기분이 좋다는 근황도 전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갈래머리 여학생 때, 아바의 호주 순회공연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보았다. 그 당시 유행하던 춤인 디스코 풍에 어울리는 경쾌한 리듬과 귀에 꽂히는 가사는 스웨덴 팝 뮤지션을 세계적으로 널리 이끌었다. 교복 차림으로 도심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라이브 공연과 음악인생이...
강은소
격隔 2018.06.11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어허~ 달구야~’선소리 꾼의 뒤를 따르는 달구 소리 후렴구다.  망자의 집터를 다지던 구성진 소리는 갈잎 갈피마다 파고들더니 이제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맏아들이면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더불어 한 여인의 지아비로 쌓아온 삶의 무게를 마침내 툴툴 털어내고, 편히 누운 그를 두고 산에서 내려온다. 잔걸음을 치던 어린 그의 증손자가 격의 없이 팔을 잡아당겨 낯선 등을 더듬을 때,...
강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