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잘린 머리카락 바닥에 자꾸 쌓인다
삭둑삭둑 두 가위 날이 서로 맞닿아
머리 숱을 솎고 길이를 다듬는 일
한 번도 스스로 해본 적 없던 일을
코비드-19, 난데없는 그놈 때문에
커다란 보자기 목과 어깨에 두르고
옛날 어머니처럼 쓱싹 가위질한다
비가 내린다 겨울비는 수직으로 또
사선으로 무섭게 내리치며 쏟아진다
순식간 길거리에 넘쳐흐르는 물줄기
적막한 거리 휩쓸며 끝 간 데 없다
코비드-19, 지랄 같은 그놈 때문에
움츠러든 가슴에 가득 화가 쌓이고
질투가 넘치고 조롱이 난무한 하루
길을 잃은 마음에 가위질 들쭉날쭉
어린 날 단발머리 갈래머리 묶거나
땋은 머리 곱게 매만져 주던 어머니
손은 거칠었지만 정겨운 당신 손길
마음속에 따뜻한 생기를 돌게 했지
어머니 손길 같은 포근하고 다정한
사람의 온기 몹시 그리워지는 오늘
그리운 사람 가슴에 품고 손편지를
쓰고픈 아날로그 풍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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