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크랜베리 다 걷어버린 뒤
남겨진 차가운 물바다를 따라
나란히 열린 길을 걷는다
길은 곧게 뻗어 있는데
걸음이 자꾸 비틀거리는 저물녘
재색으로 가라앉은 하늘 아래
바람은 저 혼자 쓸쓸히 떠돌다
와락 현기증을 몰고 달려든다
가을이 흐르는 길목에서
갈피를 잃고 주춤거리는 발걸음
넋 놓고 바라보는 시간의 끝자락
잠시 선명해지듯 다가오다가
어느새 다시 희미하게 멀어지는
길은 언제나 황량한 들판이다
물 위로 둥둥 떠 오르던
크랜베리 그 붉고 단단한 시간
모두 사라진 어쩌면 놓쳐버렸을
오늘, 무채색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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