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옛 시인이 노래했지
모가지가 길어 슬픈 너를
관이 향기로운 짐승 너를
무척 높은 족속이었다고
모퉁이 나지막한 풀밭에
지친 다리 쭈욱 뻗고 앉아
우물 같은 눈으로 길어 올린
길다란 속눈썹 어여쁘다
윤기 빛나던 너의 옷자락
거뭇거뭇 저승 꽃 피어나고
시간의 더께 덕지덕지 붙어
주름진 모가지가 되어도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저 편편便便한 얼굴을 하고
마주한 채 바라보는 세상
눈이 깊어서 자꾸 아픈 너
무명의 시인은 노래하네
온통 단단히 자란 그 눈썹
가닥이 마냥 싱그러운 너
아직, 높은 족속인가 보다
*시작 노트: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나이 든 사슴 한 마리.
피하지 않는 그를 한동안 마주 바라보다가 떠오른
노천명의 시 <사슴>. 그 섬세한 감각과 상상력에
슬쩍 기대어 보지만, 여전히 길은 아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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