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한 게 1월 말이었다. 간호사라는 직업 때문에 난 그 병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모든 뉴스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중국에서 솟아오른 검은 먹구름이 온 세상을 까맣게 뒤덮어가는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게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급자기 늘어난 환자로 의료붕괴가 일어난 중국은 정말 처참한 모습이었다. 봉쇄로 집에 갇힌 사람들이 방에서 죽어가는 가족들을 보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럼 한국은, 또 내가 사는 이 캐나다는 괜찮을까? 오랜 세월 병원에 몸담고 일한 나의 솔직한 대답은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였다. 어느 선진국도 팬데믹을 대비한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진 않았다. 순식간에 환자가 늘어난다면 그들을 눕힐 침상도 돌볼 의료 인력도 충분치 않았다. 최대한 억제해 환자가 서서히 늘어나야만 사망률을 줄일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의료붕괴가 일어날 것이고, 결국 각자도생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
그래서 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가 간호에 필요한 물품들과 의약품을 준비하고 면역기능 강화식품을 가족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다. 참고로 나와 두 딸, 그리고 언니와 두 아들 가족 6명이 모두 병원에서 일하는 코로나 최전선 직업군이었다. 1월 말만 해도 캐나다는 평화로운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혼자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으니 의료진인 가족들마저 나의 과잉반응에 지쳐했다. “그러다간 팬데믹이 아니라 패닉으로 먼저 죽겠다.”는 가족들의 말에 난 마음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겁 많은 내 성격 탓이다 싶어 주위 사람들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마음을 접고 말았다. 그런데 그렇게 방심하는 사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 유럽에 상륙하더니 결국은 전 세계를 뒤덮고 말았다.
캐나다가 록다운을 시작한 3월 중순 밴쿠버에 사는 아는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프다는데 들어보니 딱 코비드 증세였다.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집에서 격리하라는 지시밖에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었다. 처음엔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하다가 고열에 시달리고 오심, 구토, 복통, 두통, 가슴 아픔, 숨쉬기 어려움 이 모든 증세가 14일 동안 지속됐다. 쾌유를 위해 기도하면서 매일 전화로 증상조절을 해 가는데 문제는 이 친구가 준비해 둔 물품이 없다는 거였다. 그 순간 난 나 자신을 책망했다. 왜 준비를 못 시켰을까? 과거에 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걸 참 좋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쳐내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삶을 살고 있었다. 안 맞는 사람들과 맞추는 것도 귀찮고,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를 뒤에 곱씹으며 상처받는 것도 모두 에너지 낭비다 싶었다. 록다운 후 많은 사람이 집안에 갇혀 힘들다고 아우성쳤지만, 사실 난 이런 삶에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우스갯소리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는 지금의 삶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인이었다.
그런데 이 코비드를 접하면서 난 그동안의 자발적 고립을 바로 포기했다. 비록 몸은 떨어지더라도 마음만은 뭉쳐야 살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염병에 걸리면 환자도 가족도 다 집에 갇히게 된다. 밖에서 누군가 필요한 물품을 대주지 않는다면 고립되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게 이 전염병이었다. “깜깜한 어둠 속을 걸어가며 죽을 것 같았는데. 끈 하나 잡고 겨우 버텼어.” 그 친구가 회복된 후 내게 했던 말이었다. 여기서 끈은 사람들이 내민 손길을 말하는 거였다. ‘우리가 서로의 끈이 되어야만 살 수 있다!’ 그걸 깨달은 난 바로 주위에 사는 한국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수소문해 카카오톡에 ‘코리안라인’을 만들었다.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누가 아프면 서로 돕고 기도해주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모인 50여 명이 마음의 손을 맞잡고 지금 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정보가 넘쳐나지만 그래도 재점검 차원에서 코비드 자가간호에 필요한 물품들을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마스크와 손 씻기는 기본 항목이다. 목이 아플 땐 Lozenge(목캔디)를 먹으면 완화된다. 그리고 목이 마르지 않게 할 가습기를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 고열과 두통에는 해열제 타이레놀이 필요하다. 오심과 구토에는 Gravol이란 약을 준비해 두면 좋고, 기침에는 코프시럽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열로 많은 땀을 흘리면서 먹지도 못한 채 며칠이 지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탈수 상태가 와 전해질의 불균형이 오는데, 그럴 때는 이온 음료인 포카리스윗이나 게토레이를 마셔 전해질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식사대용으로는 Ensure(음식 대용음료)를 마시면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 당뇨병이 있다면 ensure 대신 glucerna를 마시면 된다. 마지막으로 체온계와 Oximeter다. 옥시미터는 손가락에 끼워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폐 기능을 알 수 있다. 산소포화도(O2 Sat)가 92% 이하로 떨어진다면 병원으로 가야 할 응급상황을 의미한다. 특히 아스마, 폐 질환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분이라면 하나 준비해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상이 의사 처방 없이 드럭스토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가 간호 물품들이다.
코비드19의 창궐로 지금 수많은 사람이 집안에 갇혀 극단적인 외로움을 느끼며 지내고 있다. 여름에 접어들면서 정부가 서서히 각종 제한을 완화하더라도 삶이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거라고 한다. 의학 전문가들은 올가을 2차 대유행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이 사태가 장기화될 거라고 말한다. 계속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인내가 필요할 듯싶다. 하지만 몸은 너무 먼 당신일지라도 마음만은 가깝게 살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서로를 돌보는 마음들이 얽히고 얽혀 단단히 서로를 끈으로 붙잡고, 우리가 이 어둠의 시간을 희망을 잃지 않고 견뎌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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