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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찻집

박오은 wkim@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4-10 16:18

박오은/ 캐나다 한국문협
봄이 드는 골목길 
오래된 찻집 하나
도란도란 이야기 
담 안에 고여 있다  
 
인생을 우려내 찻잔에 담아 
식어가는 기억들을 
꽃잎처럼 띄워 놓고 
풀잎 같은 입술로 
추억을 넘기는 사람들 
 
*파로트가 즐겨 그리던 
*콩티언덕 그 언저리에서 
한때의 그리움을  
아슴아슴한 기억으로 
되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 강 언덕에 서성이면 
꽃 노래 흐르던 봄날도
도도한 청춘의 소용돌이도 
삭연索然한 바람까지도 
다시 안을 수 있을까 
 
세월을 우려낸 차 맛에서 
싸한 박하 향이 난다
창가의 하늘을 한 모금 띄워 
솔바람 향기로 봄을 맞는다 
 

* 윌리엄 파로트(William Parrott) : 19세기 영국의 화가, 
색채와 광선을 살려 예리하게 표현한 자연주의 화가이며 
후에 프랑스 유화油畵에도 많은 영향을 끼침.
* 콩티언덕 : 화가들이 많이 찾는다는 세느 강변의 아름다운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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