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도밭 지기의 추억

송무석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11-10 16:22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수필

요즘 한국 슈퍼에 가면 ‘라고 포도’라고 한국에서 먹던 캠벨 포도와 같아 보이는 품종의 포도를 판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밴쿠버에서 파는 검은 포도는 몇 알씩 잘려서 작은 초록색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인건비도 비싼 나라에서 왜 일부러 포도송이를 잘게 잘라 담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포도송이가 크지 않고 낱알처럼 흩어져 있는 포도는 상품 가치가 없다. 그래서 도매 시장으로 출하하지 않고 과수원에서 직접 포도주용으로 아주 싼 값에 팔았다.

나는 한국에서 먹던 검정 포도의 달콤한 맛을 잊을 수 없어서 한국 포도를 좋아하는 딸아이와 함께 가끔 이 포도를 사 먹었다. 한국 포도는 캐나다에서 흔히 파는 포도와 달리 껍질과 알맹이가 쉽게 분리되어 알맹이만 먹는 분도 많다. 하지만, 나와 딸아이는 포도 씨만 뱉어내고 포도 껍질까지 다 먹는다. 포도 껍질에 영양분이 많이 들어서 건강에 좋기 때문이기보다는 잘 익은 포도 껍질을 깨물어 먹어야 정말 포도의 참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 여름 방학이 되면 포도밭 지기로 아침을 먹으면 곧장 포도밭으로 가 원두막을 지켰다. 다른 오누이들이 가끔 같이 가기도 했지만, 포도밭은 주로 내 담당이었다. 포도밭에는 포도가 가장 많이 심겨 있었지만, 자두, 살구와 복숭아도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제일 먼저 자두를 따서 팔았고 그다음이 복숭아였다. 그런데 자두는 따서 카바이드를 넣어 저장고에서 익힌 다음에 출하해야 했고, 복숭아는 털이 너무 따가워서 나는 껍질을 어른들이 벗겨 주시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그러니 포도밭에서 내가 스스로 따 먹은 과일은 포도뿐이었다. 8월이 깊어가면 포도가 까맣게 잘 익어 갔다. 그때가 되면 나는 원두막에서 자주 내려와 관리하기 쉽게 철삿줄에 묶인 포도나무 밑으로 갔다. 먼저 송이가 큼직한 포도송이를 찾고 병충해를 막으려고 씌워 놓은 하얀 봉지를 살짝 찢어서 까만 포도알 위에 낀 하얀 분이 벗겨진 포도만을 골라서 땄다. 포도밭에는 캠벨 외에도 델라웨어와 청포도도 있었지만 나는 가장 달콤한 검은 포도만을 따 먹었다.

한 송이에 1kg 안팎의 커다란 포도를 2~3송이씩 원두막에 앉아 혼자 먹기도 했으니 원두막 지기를 한 것이 아니라 포도 서리를 한 셈이다.

포도밭은 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다. 그만큼 얽힌 추억도 많다. 한가롭게 드러누워 게으름도 피우고 졸기도(직무 태만?) 했다. 방학 숙제도 하고 밀린 일기도 원두막 위에서 몰아 썼다.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나를 누나가 집에까지 등에 업고 간 곳이 포도밭이었다. 원두막에서 졸고 있는데 형이 작대기로 원두막 위로 기어 올라오는 뱀을 잡아 나를 구해준 곳도 그곳이었다. 소나기가 억수로 퍼부어 아버지께서 날 데리러 오셨던 곳이기도 했다. 거기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내가 몇 번이고 쓰러져 다치면서도 키도 안 맞는 짐 자전거로 자전거를 배웠다. 곤충채집을 하고, 장대비가 쏟아진 날 오누이와 땅바닥에서 작은 물고기를 발견하고는 신기해하던 기억도, 새집에서 새알을 찾던 일도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원두막 위에서 저수지 끝자락과 산을 쳐다보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했다. 저수지는 포도밭에서 내려다보면 왼쪽의 야트막한 숲과 오른쪽의 수리골이라 부르는 우리 가족 묘지가 있는 야산 사이에 끼어 한 장의 풍경화처럼 보였다.

저수지 남쪽에는 일대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고 저수지 물은 흘러서 남서쪽 마을로 흘러 들어가지만 거기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어린 내게는 그 경치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였다. 나는 포도밭 원두막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호젓하게 앉아 있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내가 스스로 포도밭에 매일 간 이유 중의 하나였다.

물론 이 포도밭에도 내게 무서운 곳이 한 곳 있었다. 한가운데에 버려진 무덤이 하나 있었는데 나는 거기로는 웬만하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여름날 한때 우리 집에서 머슴살이했던 젊은이가 무슨 이유인지 자살을 하였다. 내게는 초로의 할머니로 보이던 그의 어머니는 우리 집 제삿날마다 오셔서 집안일을 도와주셨다. 그분이 당신 아들이 죽은 뒤 몇 차례 우리 포도밭에 오셔서 아들을 찾으며 슬피 울다 가셨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괴로움을 처음으로 목격한 일이었지만 어린 나는 제대로 그 마음을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뒤 아버지께서는 포도밭의 포도나무를 모조리 캐어냈다. 수익성이 없다고 대신 사과나무를 심으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름만 포도밭인 그곳에 시골에 내려가면 빠짐없이 찾아갔다. 원두막도 없어진 과수원의 높은 자리에 서서 저수지와 산을 바라보면서 그 너머 보이지 않는 마을과 거기 살던 초등학교 친구, 그리고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어릴 때 나는 이 담에 크면 포도밭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종종 생각했었다. 내가 포도밭에서 지내던 시절은 마음만 먹으면 내가 과일 중에서 가장 좋아하던 포도를 실컷 먹고 걱정 없고 철없이 지내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 행복한 시절의 추억에 끌려 거기를 자주 갔다. 내가 그곳을 유난히 좋아하니까 아버지께서는 “이다음에 포도밭은 네게 주마”고 하셨지만, 외국에 이민 와서 사는 내게 포도밭은 먹지 못하는 신포도와 같다. 그저 다시 갈 수 없는 나의 행복한 유년의 추억일 뿐이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에서 여우는 포도가 맛있어 보이지만 너무 높아서 도저히 따 먹을 수 없자 저 포도는 신포도일 것이라고 자기 위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우와 달리 나는 어릴 적 우리 집 포도밭에서 마음껏 포도를 따 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포도를 껍질째 먹으면 이가 시려서 포도를 거의 먹지 못하니 이솝 우화의 여우처럼 검은 캠벨 포도를 신포도라고 억지를 부려야 할까? 아니다. 한국 포도는 여전히 내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개체이다. 검정 포도를 보면 포도나무도 한 그루 없고 생각난다고 쉬 갈 수도 없는 우리 포도밭에서 보낸 내 행복한 어린 시절이 또렷이 되살아난다. 그럴 때면 손을 뻗어 맑은 시냇물 속의 귀여운 조약돌처럼 여전히 내 마음속에 아름답게 존재하는 그 시간을 만져 보고 싶다.

 



한인 사회의 중요한 소식을 캐나다 서부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제보 이메일: new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 투고안내
밴쿠버 조선일보에 투고는 편집부 이메일(news@vanchosun.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투고 시에는 본인 사진과 간단한 소개, 연락처를 첨부해 주십시오.
임완숙 / 캐나다 한국문협 우리들이 사는 세상 계산대로라면 모든 이치가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세월의 무게 덧칠해서 낡아 무너져 내리는 덧없는 형상뿐이다그러나 동심의 세계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없다시간도 공간도 머무를 수 없는 그곳엔울며 떼쓰다 문득 헤헤 웃으면 그뿐언제나 처음이다. 처음 마음이다.
임완숙
소포와 엄마 2018.06.18 (월)
내게는 남다른 취미 하나가 있다. 딸 아이와 두 손녀의 옷들과 한국산 과자를 박스 속에 차곡차곡 챙겨 넣어 운송하기 좋게 꾸린 다음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일이다. 두어 달 만에 한 번씩 나에게서 오는 소포를 풀어보는 재미를 그네들에게 주는 게 주된 목적이다. 즐겁게 큰 기대와 호기심을 안은 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제 어미가 상자를 뜯고 안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내 마음도 두근거려지게 마련이다. 나 자신을 특별한 현실로...
오인애
유월이 2018.06.18 (월)
그네 앞치마는 늘 눈물에 젖어있다 낮에 화사한 웃음을 짓다가도 밤이면 끝내 울음을 놓고 마는 그네 무엇이 그네를 통곡의 벽에 가두는 걸까 예순여덟 해면 상처도 아물고 아픔도 흐릿해지련만 그네의 슬픔은 해가 갈수록 더욱 또렷해진다, 문신처럼 유월 스무닷새 이른 새벽 지축을 울리는 군홧발과 자욱한 포성이 그네의 봄과 여름을 앗아간 이후 그네는 암울한 가을과 겨울에 묻혀있다 그네의 눈물, 뉘 닦아주랴 축축하게 젖은 앞치마, 보송보송...
김해영
(전 호에서 계속)이윽고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아침, 어서 먹고 출발합시다. 안 먹으면 갈 수 없어요. 든든히 드세요. 배 고프지 않아도 먹어야 해요.” 이사벨이 상기된 입가에 웃음을 띤채 말했다. 그들은 어느 한가한 편의점에서 세월을 마시듯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마지막이 될지모를 통나무집에서의 시간을 빨리 흘러보내기 싫었다. 누크에 도착하기까지 배를 울렁거리게 만들 배 안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기나...
박병호
격隔 2018.06.11 (월)
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어허~ 달구야~’선소리 꾼의 뒤를 따르는 달구 소리 후렴구다.  망자의 집터를 다지던 구성진 소리는 갈잎 갈피마다 파고들더니 이제 잠이 들었다. 아버지의 맏아들이면서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더불어 한 여인의 지아비로 쌓아온 삶의 무게를 마침내 툴툴 털어내고, 편히 누운 그를 두고 산에서 내려온다. 잔걸음을 치던 어린 그의 증손자가 격의 없이 팔을 잡아당겨 낯선 등을 더듬을 때,...
강은소
꿈같은 일곱 날들 2018.06.11 (월)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뜨거운 태양 아래 멕시코 바닷가는 검은 모래도 탈색을 한다   검은 바위는 부서져 나와 햇살과 파도에 담금질 되고 검은색 모래 되어 탈색을 한다 희어서 흰 모래가 아닌   끝 모를 저쪽으로 늘어선 야자나무, 검은 바위, 흰 모래 시간을 비켜 세운 느릿 함 속에서 시간에 쥐어 짜인 "군집의 도시인"을 발가벗겨 부끄러움도 탈색 시킨다   햇살은 모래 위 아지랑이로 피어나고 물결은 모래를 적셔...
조규남
늙어서 사는 맛 2018.06.04 (월)
진정한 친구란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가까이 사는 사람처럼 가믐에 콩 나듯 전화해도 변치 않는 옛날 그대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원하기만 하면 영상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으며 얼마든지 빠르게 소통한다. 그러나 진정한 친구는 요란스레 문자나 영상통화가 아니라도 그저 전화 한통이면 그거로도 족하다. 친구도 나이를 떡 먹듯이 먹어 치워 80이 휠 씬 넘어갔다. 70 때만해도 늙은 할머니가 뭘 그리 젊은 척하느냐고 늙음을 빈정댔더니...
김춘희
지금 여기 2018.06.04 (월)
    저의 이름은 인간입니다내 이름은 행복이라 하지    저는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나도 자네에게 찾아지길 원하고 있지    하지만 당신은 아무 데도 없는 걸요그렇지만, 나는 늘 자네 가까이에 있다네    어디요?  어디요? 당신은 없어요, -아무 데도!여기! 여기! 바로 여기에; --행복은 멀리서 찾는 게 아니라자기 가까이서 발견하는 것이라네자네가 행복을 찾기 원한다면우선, 자네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안봉자
  지난주 대학 동기 모임에 참석했다. 56학번이니 62년이란 세월이 흘러 간 셈이다. 모두 들 새하얀 머리에 세월의 골이 깊숙이 파인 주름살로 산수傘壽를 바라다보는 모습들인데... 우리가 대학에 들어갔던 지난 세월만큼 시간이 흐른다면 내 나이는 124세. 그때 나는 이 모임에 분명 참석하지 못하리라. 게다가 나와 같이 82세인 사람이 겨우 91,308명이 살아 있다니. 나의 죽음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서성이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 소름이...
최낙경
목단 자수 2018.06.04 (월)
외할머니와 아랫목에 둘러앉아목단 자수가 놓인 이불을 펼쳐놓고 실타래 감으면벌 나비가 날아 올 듯 했다외할머니는 어린 내게네 생애는 환한 달빛과 같아서고단한 여정에도 시련 없이 향기를 피운다면엉켰던 실타래처럼 잘 풀릴 거라 했다 우리네 삶도 따가운 바늘에 찔리며 목단 자수를 놓듯 붉은 피의 꽃 수를 놓을 수 있어야나비가 되어 자유로운 날개를 단다외할머니와 둥글게 실타래를 감으며 듣던 꽃 이야기는 잊히지...
강애나
분홍꽃 2018.05.30 (수)
 알버타 북쪽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다. 딱 잘라 일 년의 반이 겨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우리 가족이 이곳으로 이사를 온 건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춥다는 1월이었다. 주위를 사방으로 둘러봐도 보이는 건 하얀 눈뿐이었다. 꽁꽁 언 이 땅에도 과연 봄이 오는 걸까? 그런 불안감이 들 때마다 난 이삿짐을 쌀 때 거듭 확인하며 챙겨 온 분홍꽃 꽃씨를 펴봤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에 첫발을 내디딘 건 2000년이었다. 땅을 바꾸면...
박정은
아내의 밥상 2018.05.30 (수)
가만히 받고 보면 내 심장이 한상이다창조의 질서가첫날부터 일곱째 날까지 상큼하게 양념쳐 있다 밤과 낮채소와 자연사람의 생기까지반찬 하나에우주를 버무렸구나.                  ~•~•~•~•~•~•~입만 즐겁고자 한다면 밥상을 받아들고 할 짓이 못된다. 하나의 나물에 버무려진 바람과 태양, 물과 시간, 그리고 여인의 사랑까지 다 통과하지 못한다면 수저에 손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제아무리 맛있는...
김경래
“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눈물 납니다고개 위에 숨어서 기다리던 임 그리워 그리워 눈물 납니다바위고개 피인 꽃 진달래꽃은 우리 임이 즐겨 즐겨 꺾어 주던 꽃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 임은 가고 없어도 잘도 피었네바위고개 언덕을 혼자 넘자니 옛 임이 그리워 하도 그리워십여 년간 머슴살이 하도 서러워 진달래꽃 안고서 눈물 집니다” 삼 년 전 가을 어느 날 모교인 숙명여고 동창회로부터 그 해 여름에 별세하신...
김진양
마른 꽃 2018.05.30 (수)
마른 꽃 한 송이차마 너를 버리지 못하네서걱이는 바람 소리작은 손바닥에 울리면어머니의 몸처럼가벼운 너진달래 꽃으로 피어나던 너의 봄은지금 어디에뻐꾸기 울음을 삼키던너의 슬픔은 어디에가벼이 떠도는 새털 구름 오늘 아침에도 찾아오신마른 꽃 한 송이
신금재
얼마 전 스페인 여행 중에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 미술관과 이와는 대조를 이루는 당나귀 택시가 있는 미하스의 하얀 마을을 다녀왔다.    피카소의 유명한 그림 중에 “게르니카(Guernica)”라는 것이 있다. 이 그림 속에는 하나같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과 짐승들이 처참한 모습을 하고 공포에 질려 있다.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억울하고 분에 북받친 듯한 비명과 아우성이 들려오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까지 한다....
권순옥
어느 봄날 2018.05.24 (목)
어느 봄날열다섯 소녀들의 국어 시간선생님은 봄이 좋단다난 가을이 좋은데또 말씀하신다봄이 좋아지면 늙은 거라고몇 해전부터봄이면 개나리, 진달래빛 스웨터를 입은소녀들이 예뻐 보이고나는 또 병아리처럼양지바른 곳만 찾아든다봄내음 가득한냉이국, 달래 무침이 상에 오르고아이들에게 묻는다어느 계절이 좋으냐고가을이란다마흔 아홉난 봄이 좋은데.
오정 이봉란
암에 대한 상식 2018.05.24 (목)
스티브 잡스가 재발한 췌장암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링거액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쳐다보며 곧 죽게 되는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보면서 돈은 가져갈 수 없고, 사랑에 대한 기억은 가져갈 수 있으며,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건강에 관한 책을 읽지 않은 것이라고 술회했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암을 알면 암을 이길 가능성이 크다. 최근 주위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지인들이 너무 많음을 목도하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젊은...
尤善김명준
열대어 가게 안은 어둡고 촉촉한 습기가 가득했어요. 바닷속 같은 수족관에는 예쁜 열대어들이 수초 사이로 몰려다녔어요. 구석진 수족관에서 거북이들이 가게 안을 살필 때, 주인아저씨는 무언가를 망설였어요. “어쩔 수 없지, 작은 유리병을 사 올 때까지---.”열대어 가게에 팔려온 우리 베타 피시들은 한 수족관에 넣어졌어요. 그 전에 우리들은 작은 유리병에 혼자 살고 있었어요. 우리는 곧 서로 아름다운 꼬리를 뽐내며 자랑했어요. “잘...
조정
그 누구를 위해서일까그 무엇을 위해서일까 평생토록 하루도 거름 없이새벽을 깨우시는 우리 어머님 지난겨울 그 혹한 멀찍이 밀쳐낸 동구 밖어린 날 늘 내 귀가를 기다리시던우리 고향 마을 무릉도원 길 올해도 복사 꽃 흐드러져그 꽃불 미소환히 빛 밝히고 계시겠지 일제 치하 육이오 그 혹심했던 수난의 세월수선화보다 더 가냘팠던 어린 남매 데불고무명 잣기 명주 길쌈그 북채 실오라기 한 올 한 올 눈물 젖은 기도문들 촘촘히...
남윤성
최고의 밥상 2018.05.14 (월)
“천천히 마이 무라이, 거선 이런 거 묵기 힘들 낀데.” (천천히 많이 먹어라, 그곳에선 이런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을 건데.)팔순 할머니가 막내 아들에게 아침상을 차리며 건넨 한마디다. 아침 일찍부터 어머니가 쌀을 씻고, 딸그락 딸그락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아직 시차에 적응을 못한 탓인지 일찍 잠이 깨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멀리서 “두부 사려~, 비지”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두부 파는 아줌마의 정겨운...
정재욱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
광고문의
연락처: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