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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머문 자리는 아름답습니까?

권순욱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7-03-18 16:36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얼마 전에 동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6개국을 짧은 일정에 돌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이었지만 보고 느낀 것은 많았다. 그중 하나가 그들의 화장실 문화다. 별로 깨끗한 편도 아니면서 대부분 유료화장실이어서 이용하는 데 불편이 컷다. 한 사람당 0.5유로(750원 정도)의 이용료도 만만찮은 데다가, 잔돈 계산 때문에 길게 줄을 서야 했고, 그러다 보니 급한 사람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참으로 오랜만에 그리운 조국을 다녀왔다. 그때 느낌은 먹거리, 고속 도로, 화장실 문화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특히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공중화장실 액자 속에 담겨 있는 문구 “사람이 아름다우면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는 문구였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화장실(특히 공중변소)은 불결과 악취의 대명사였다. 고교 수업시간 중이었든가? 당시 선생님의 미국 여행담이 떠오른다. 미국사람들은 방안의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며 커피도 마신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얘기였다. 화장실은 그 나라의 얼굴이며 문화 수준의 척도라고 하던, 그래서 막연히 선진국을 동경하던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우리나라의 화장실 문화는 세계의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선진화되었다.
 
우리나라 공항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공중화장실들은 이미 화장실이라기보다는 안락한 휴식처나 문화회관과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최첨단 수세식 좌변기와 세면기, 젖은 손을 말리는 전자건조기, 손 소독기 등을 비롯한 청결유지관리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벽에 걸린 미술 소품이나 사진, 시(詩)를 감상하거나 자연(화분 꽃, 장식 꽃)을 즐기면서 잠시나마 생활에 찌든 피로를 풀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삶의 문화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입석소변기 앞에 마주 서면 화장실 캠페인 표어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가 흘려서 안 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다 함께 꾸면 꿈이 아니다.” 이 얼마나 멋진 경구(警句)들인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 몇 마디로 정곡(正鵠)을 찌를 뿐만 아니라 은근히 우리가 지성과 감성에 호소해서 교양 있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우리가 입버릇처럼 선진화, 선진사회 만들기를 외치고 있는데 위에서 말한 화장실 문화의 선진화 노력을 벤치마킹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모두 합심해 생활주변의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 솔선수범해 나간다면 선진화는 생각보다 빨리 확산되고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다 함께 선진화의 꿈을 꿀 수 있다면, 각자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자신이 머물던 자리를 맑고 투명한 아름다운 자리로 남길 수 있다면, 선진사회는 우리 곁에 성큼 다가 올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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