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간 반 후인 새벽 5시반부터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은 시작된다. ‘모텔6’의 뒷마당에 120명의 주자들이 설친 잠에도 불구하고 컴컴한 어둠속에서 산뜻한 표정들로 모여든다. “날씨가 상쾌하네요” 로스엔젤레스에서 버스 두대를 대절해 올라온 한인 마라토너들이다.
26.2 마일 풀코스 도전자들이 20여명, 14마일 하프마라톤 주자들이 백여명이다. 버스를 타고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인 at & t 파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4시반. 엠바카데로 길 광장에는 새벽안개를 가르고 2만여명의 주자들이 사면팔방에서 쏟아져 나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목청좋은 흑인여성이 미국국가를 멋지게 부르고, 나는 가슴에 손을 얹은 채 제 2의 조국에 대해 감사와 충성을 다짐한다. God Bless America. 신나는 로큰롤 음악과 함께 스타트 라인 어나운서가 흥분한 말처럼 씩씩대는 주자들을 향해 소리친다. “Arrre youuu ready?” “Yeeeeah!” 공포가 울리고 2만여명의 함성과 함께 각라인의 주자들은 파도처럼 밀려나갔다.
가장 잘 뛰는 그룹들부터 선두로 출발하면서 2시간, 2시간반,3시간, 3시간반대…순으로 이 인간들은 말처럼 달려나갔다. 샌프란시스코의 안개 낀 새벽, 바닷바람을 맞으며 그 아름다운 아침의 역사는 시작됐다.
화씨 58도. 마라톤 뛰기에 최적의 날씨다. 동료들은 벌써부터 새로운 기록경신에 대한 기대를 말한다.
발은 쭉쭉 나가고 태평양의 오존 바람들은 허파를 채우며 온몸을 돈다. 금문교를 달려 태평양을 건넜다. 7.5마일 지점. 금문교 반환점인 Fort Baker다. 잠바주머니에 손을 넣고 모자를 쓴 해군동상은 여전히 서 있다. 7년전 저 옆에서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었었지…….
윗글은 필자가 샌프란시스코
마라톤을 뛰고 어느 잡지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이다.
마라톤은 최후의 운동이라 불리운다.
선의 경지를 맛보면서 그 황홀경을 잊지 못한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오랜만에 대학선배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별로 할말이 없었는데,
대화도중 서로 마라톤을 뛴다는 것을 알고,
그날밤은 꼬박 마라톤 얘기로 지샜다.
그만큼 마라톤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고 사람을
중독시키는 무언가 있다.
LA마라톤이
지난 주말 있었다. 몇년전부터
미주한인들에게 마라톤 열풍이 불었다.
이번 LA마라톤의
2만5천명
주자들중에 줄잡아 천명은 한인들이란다.
한인마라톤 클럽 이지러너즈에서 40명,
KART(한인마라톤 동호회)에서
70명,
동달모(동네달리기
모임), 포레스트 러너즈
클럽에서 20명등이
참석했는데, 날씨와
주차장 문제로 지난해 보다는 반이상 줄었다.
2월에 열렸던 오렌지카운티의 헌팅턴비치
마라톤에는 한인단체 마라토너들 250명이
달렸다. 이번에 완주한
한인들중 최고령자는 79세
이보우씨다. 6시간
8분 5초의
기록이다. 이씨는
67살때 마라톤을 시작해
그동안 31번의
풀마라톤을 뛰었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10마일을 뛴단다.
마라톤에서 프로선수들이 2시간
10분내에서 기록을
경신하는 것은 이제 주의를 끌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보통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깨
부수었는가가 관심이다.
대회 입상자 명단에 나온 나온 한인들의 기록을
보자. 연령별 남자
50세에서 54세
그룹 에서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온 한인 정갑동씨가
2시간57분21초로
일등, 남자 70세에서
74세 그룹에서는 남가주
리버사이드의 정홍씨가 4시간22분36초로
3등,
여성 55세에서
59세 그룹에서는
로스엔젤레스 베니스비치의 진홍균씨가 3시간
22분 23초로
1등이다.
힘좋은 청년들도 세우기 힘든 기록들을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예전의
나이 기준)들이 세우고
있다. 여성 60세에서
64세 그룹에서는
로스엔젤레스의 김명희씨가 3시간
46분 50초로
2등이다.
여성 65세에서
69세 그룹에서는
로스엔젤레스 북쪽의 전원도시 채트워스에서 온 서명
씨가 4시간 18분
37초로 2등이다.
최근에 도는 말처럼 나이는 이제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나이로 70을
넘보는 할머니가 어찌 마라톤 26.2마일을
4시간 18분
37초에 뛰는가 말이다.
마라톤은 여행이다.
해마다 미국에서만 150여개
의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명망있는 보스톤 마라톤에서 사막 데스 밸리의
마라톤, 북가주의
명승지 빅서에서의 마라톤들이 있고 ,
남가주만 해도 헌팅톤비치,
롱비치 , 샌디에고등
해변가 절경을 끼고 뛰는 마라톤들이 씨즌마다 분포돼
있다. 차량통행이
제한된 마라톤 코스는 도시 곳곳의 명소를 지나게
돼 있다. 마라톤
동우회들은 이들 명승지 마라톤들을 찾아다니며 그
지역의 풍물을 뛰며 감상하는 특권을 누린다.
골프광들이 미국 전국 곳곳의 유명 골프장
여행을 하듯이, 마라토너들은
전세계 마라톤 대회를 여행하며 뛴다.
이번 LA 마라톤
여행은 빗속에서 치러질 것이라는 불안한 예보가
나왔었지만, 이른
아침 밝은 햇살이 마라토너들을 맞아주었다.
이들 달리는 2만5천명
여행객들은 다저스 야구장에서 출발해 차이나타운,
리틀토쿄, 디즈니홀을
거쳐 헐리우드, 베벌리힐을
감상하고 선셋 길을 따라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태평양의
파도를 만나는 관광을 즐겼다.
3월24일
LA통신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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