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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로스엔젤레스의 희망'엘니뇨'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5-16 11:45

화씨 97도, 102도, 105 도…일주일째  때아닌  가마솥 더위가 남가주를 달구고 있다.  평년기온은 72도가  정상이다. 같은 날짜 1956년 기록을 갈아치웠다.  

심상치 않은 것은 바람이다.  마치 용광로를 열어놓은 듯 불길을 싣고 달려와  창문을 흔들어 대고 , 나무가지를 후려치는  바짝 마른  바람은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불길함이다.  세월호 비극…   미국 동부를  휩쓸고 지나가는 토네이도,  터키 탄광 매몰사고… 세상일에   분노한 듯   불바람이 흉흉하다.

1985년에 미국에 와 로스엔젤레스에만  30년째 살고 있지만  이번 같은 5월의  더위는 처음이다.  집문을 열면  뜨거운 열바람이  턱   숨을 막아버린다.   5월 들어 활짝피는 자카렌다 나무의 화려한 보라색 꽃들은  피기도 전에 뜨거운 강풍에  날려 땅바닥을 덮고 있다. 폭염, 건조, 그리고 강풍  - 현재 대가뭄을 겪고 있는 남가주에  몰아닥친  이상기후이다.   

남가주의  휴양도시  샌디에고 칼스바드는 꽃단지로 유명하다.  이곳에 산불이 덮치면서   18유니트 아파트단지와  4채의  단독 주택이 불에 탔다.  1만5천여명의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샌디에고의  부촌 산마르코스에  불길이 덮치면서   수백채의 집들이 위협받고 있다.  수천에이커가 타고 있지만  5%만이 진화됐다.  샌디에고 카운티는  1만5천에이커가 아직도 불길에 휩싸여 있다.  TV에서는  샌디에고  에스콘디도  산중턱의  거대주택들을  한채 한채 집어삼키며  전진하는 화마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다.   40개의 고압전신주들이  불길에  싸이면서  일부 지역의  전기도 차단됐다.

해병기지가 있는 캠프 펜들톤도 890여채 주택들에  강제대피령이 내려졌다.  오션사이드에도 대피령이 내려지고,  유명관광지인  레고랜드는  날리는 재로 인해 하루 문을 닫았다.   로스엔젤레스 북쪽 벤추라카운티,  산타 폴라,  꽃단지와  낚시로 유명한  샌타바바라의  롬폭,  이번주 모두 산불을 겪었다.  유튜브에는 샌디에고의  한 고급주택을   주홍빛과 노란색 불길이  검은 연기와   함께  회오리바람처럼 몰아치는 장면이  셀폰촬영으로 촬영해 올려졌다.    폭탄이 없이도  화염이 터지는  모습은  살아있는 생물같다.   주택가를 덮쳐오는 거대한 불길의 벽을 보며   말세의  아마겟돈 모습이  이럴 것이라고  한 주민은 말한다.

샌마르코스   지역  코코스 산불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대피한  지역주민들은  검은  불기둥이   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보고 있을  뿐이다.

미국기상대  가뭄 조사국은   이번주 발표를 통해   캘리포니아 주 전체가  “사상 유례없는 (unprecedented)”  대가뭄을 겪고 있다고  선포했다.     캘리포니아 주전체   ‘100%’ 가  극심한 가뭄에 들어가고  있다.  이중  24.7%는 전례없는(exceptional)  가뭄,   51.92%는 극심한  (extreme)가뭄,   23.31%는  심각한 (severe)  가뭄이다.   가장 혹심한  ‘exceptional’ 가뭄지역에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그리고 샌디에고 지역이   포함됐다.  그 하나인  샌디에고에  현재 14마일  산줄기에 걸쳐 불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무들이 불쏘시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 비슷한 가뭄이 있었지만 당시 인구는 현재의  10분의 1에 불과해  별다른 충격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사무실 건물의  화장실 소변기에  물이 갑자기 찔금찔금 으로  줄었다.  소변후에 폭포수처럼 내려오던 변기물이 더이상 아니다.  가뭄으로 인한 물절약이다.  수도꼭지 물들도 통과량을 조였다.   인간이 쓸 물도 부족하니,  자연에게  돌려줄 물이 없다.

로스엔젤레스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10번 하버 프리웨이  퇴근길,  남쪽으로  달려가면서  샌디에고  하늘을 짙게  덮고 있는 재구름을 보게 된다.   캘리포니아를  바짝바짝  말려가고 있는 세기의  대가뭄이   로스엔젤레스의  푸른 하늘을 덮고 있다.

한가지 희망이  있다 – 엘니뇨.   엘니뇨도 폭우와 폭설을 동반하는  이상기후의 한 증상이지만  이번 연말로 예보된 엘니뇨가 많은  물을 캘리포니아에  퍼부어 주기를 기상관계자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민들은 갈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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