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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도 된다” 美연방대법원의 판결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5-09 10:23

지난주 LA타임스 첫 머리 사진에 세월호 침몰현장인 진도 앞 바다를 바라보며 스님들이 서서 기도하는 사진이 실렸다. 

이번 주에는 박근혜대통령이 위령제에 참석해 불교 지도자들과 나란히 서서 합장하는 사진도 일간지에 나왔다. 대통령이 어떤 종교의식에 맞추는가는 한국에서도 관심사다. 미국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성서 위에 손을 얹고 서약을 하고, 의회는 개회기도를 개신교 목사, 캐톨릭 신부,  유대교 랍비, 이슬람 이맘 등이 번갈아 가면서 한다. 

지난  10여년간 공공장소에서 기독교식 기도를 놓고 전국인권노동연맹(ACLU)과 타종교단체, 무신론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결판났다. “기독교식 기도를 해도 된다”는 판정이 났다.

그동안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내세우며 공공장소에서의 기독교식 기도를 반대했던 주장은 법원에서도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이번에 연방대법원까지 갔던 소송은 뉴욕의 한 타운홀 미팅에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매월 진행된 모임에서 기독교 목사들이 항상 초대돼 개회기도를 했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한 명의 무신론자와 또 다른 한 명의 유태인이 이에 대해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이번 연방대법원의 최종판결은 뜻 밖이어서 한인교계에서도 화제이다.

미국의 공공장소, 정부 행사등의  참석자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지만 무신론자, 무슬림, 힌두교인, 유태인 등 다양하다. 그런데 유독 기독교식으로 개회기도를 하거나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을 주는 차별행위이며, 다양한 국민에게서 받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 의회 등의 공공기관이 특정종교를 지원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구구절절이 논리적인 이들의 주장에 대해 이번에 나온 연방대법원 다수의견이 흥미롭다.

“시의회, 타운미팅등에서 목사들을 초청하는 것은 그 종교나 종교단체가 참석자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만일 그 기도 때문에 소외되고 존중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그 기도를 무시하면 된다. 성인들은 종종 그들이 수긍할 수 없는 연설들을  맞닥뜨리는데 그렇다고 그것을  금지시키 수는 없는 것이다.”  앤토니 케네디 대법관의  해석이다.

“법원이 포괄적인 신만을 언급하는 것을 허락하기 위해 초대된 종교인들을 단속해야 한다면 이는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감시하는 형태가 된다”

“공공모임에서의 기도는 미국 건국이후 지속된  오랜 전통이며  다른 종교를 비난하거나 개종시키려는 의도가 없는 이상 기독교식 기도는 문제가 없다.”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 동안 법원 판결이 공공장소에서  특정종교의 문구나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판결을 해왔는데  그러한 경향에 제동을 건 것이다.

그동안 하급법원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포괄적인 신(기독교, 유태교,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등을 모두 포함하는)'을 나타내는 표현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판정을 내림으로써 '예수', '하나님' 대신  '전능자' '천부' 등의  표현을  써야했고,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단어 대신  '할러데이(holiday)' 라는 기독교 냄새가 없는 단어로 대체해야 했다. 십자가도  공공장소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철거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개별적인 종교를 표현하는 구체적인 단어나  상징물도 공공장소에서 허락할 수 있는 법해석이 내려진 셈이다.

대법관 9명 중 공공장소에서의 기독교식 기도를 찬성한 5명은 캐톨릭이다. 기독교식 기도를 반대한  4명중  1명인 소니아  소토마이어 대법관도  역시 캐톨릭인데 교회를 정규적으로 출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한 나머지 대법관  3명은   모두 유태인들이다.  물론 이들은 유태교도들이다. 2천여년 전 예수와 바리새인이 왜 함께가지 못했는가를 이해시켜 준다. 

이들 유태계 대법관들은  이번 판결이 '종교적 선호(religious favorism)'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소송을 연방대법원까지 끌고가 승리를 이끌어낸 애리조나주의 '방어연맹'이라는 단체는 “미국인은 기도할 자유가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며 “종교의 자유문제를 넘어 우리의 조국이 어떻게 건국됐는가를 확신시켜준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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