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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조나 카우보이의 불발탄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28 17:23

예일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한 선배는   유태인학자, 교수들이    대학은 물론 일반 경제학계에  포진해  이들의  협조없이는 홀로 서기가  무척 어렵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말이 요즘은 LGBT(레스비안, 게이, 양성연애, 성전환자)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적용이 된다.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로스엔젤레스의 큰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다.   우연히 동성결혼에 대한 화제가 나온 자리에서 그는 “요즘  어디에서 감히 앤티 게이(동성연애 반대) 발언을 할수 있는가”라며,  “회사내에서도 실력있는 게이들이 똘똘 뭉쳐서  서로 이끌어줄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밉보이면  승진에도 영향이 있을 정도”라고 말한다.  

미국내에서 보수적 성향으로 악명(?)높은 아리조나 주의회가  지난주  통과시킨   SB 1062(주상원법안 1062)가 전국적인  소란을 불러오더니 결국은 주지사가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의 시행을  추락시켰다.  이법안은  주상원 공화당의원들에   의해 주도됐고, 잰 브루어즈  주지사도 같은 공화당이지만  전국적인  여론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다.

SB 1062는 표면상으로는 ’ 종교의 자유’를 표방하고 있다.  비즈니스 업주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게이 들에게  서브를 거부할 수 있는 재량권을  허가하는 것이다.  법안에 뚜렷이 동성연애자라는 단어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  ‘업주의  종교적 신념을 지키고 실행하는데 위배가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게이 커뮤니티는 즉각적으로 이 법안이  LGBT를 겨냥한 차별법안이라고 맹렬한 반대에  나섰다.

지난해  8월  뉴멕시코주 대법원은  동성연애자  결혼식의 사진촬영을 거부한  촬영회사에 대해 차별행위를 한 것으로 판결했다.  콜로라도주 법원에서는 게이 커플에게 웨딩케이크  팔기를 거부한 빵집주인이 패소했다.   아리조나주 SB 1062 법안은 이같은 경우에서 비즈니스 업주가 종교의 자유, 권리를 이유로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아리조나주는 몇년전  강력한 반이민법안(SB 1070)을 통과시킨 후  발생한 대규모  비즈니스 보이코트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었다.  아리조나에서 열리는 각종  컨벤션 의 취소로 세수입 2천3백만달러와  참가자들의 예상 소비 3억5천만달러등을 잃었고, 아리조나 여행 취소,  라티노 주민들의 대거 이동,  그리고 무엇보다 아리조나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전국적인 보이코트로    큰 타격을 겪었다.  

이번에  또다시  극보수적인  주의회에서 앤티게이 법안이 통과되자  많은 비즈니스들은 서둘러 ,  “법안에 상관없이 우리 비즈니스는  LGBT고객들을 환영한다”는 발표들을  냈다. 남부 아리조나의 포도주 농장 관광단지에서는 이 법안의 통과에 경악하며,   LGBT를 상징하는 무지개깃발과 함께  “우리는 모든 고객들을 환영한다”는 광고를 냈다.  소셜미디아  트위터에는 이 법안에 대한 위협적으로 엄청난 수의  의견이 올라왔고  압도적 다수가 이 법안을 차별적인 법안이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강경노선의 한사람인  잰 브루어스 주지사도 지난번  반이민법안에 서명한후 겪은 고통을 또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  

내년에 애리조나에서 개최될 미국인의 축제 수퍼보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대형 회사들의  공식편지도 주지사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대기업들은  SB 1062법안이 시행될 경우 수퍼볼  참여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주지사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번 목요일  금발의 여성 주지사 잰 브루어즈는  “이 법안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혼란시킬 뿐”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SB 1062는  추락했다.  이날 주정부 청사 앞에서는 수많은 게이 지지자들이 무지개 깃발을 휘두르며  주지사의 발표에 환호했다.  같은 날  연방법원 판사는 텍사스주의 동성간 결혼 금지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하면서  게이 커뮤니티에 또다른 승리를 안겨줬다.  

서부시대  총잡이로 유명했던  아리조나 카우보이들은   다음주에 또 한번의 결투를 벌인다.  이번에는  HB 2481(주하원 법안 2481)로서 결혼주례를 할수 있는 ‘미니스터(minister 목회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법안이다.  결혼주례자를 목사뿐만 아니라  판사,  법집행자로 확대하면서 이들도 종교적인 신념으로 동성결혼의 주례를 거부할  권리를 주는 법안이다.   이법안의 운명도 뻔하다.

법률학자들은 동성연애자 인권이나,  비슷한 다른 권리들이 확대될수록  구시대의  종교, 신념의  자유는 경제적 논리와  법의 해석에 의해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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