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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TV중계와 소통의 자유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21 16:29

다른 건 별로 불만이 없는데 한국의 주요경기를 TV로 보려 할 때는 서럽다. 

이민자로서 푸대접받아 서럽다는 말이다.  소치 올림픽,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최종경기가 있던 지난 목요일 케이블TV가 없는 필자는 일찌감치 김연아 실황을 볼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미국에서 올림픽 경기 독점중계권이 있는 NBC TV는 미국경기, 미국인 관심위주로 경기 중계를 하기 때문이다.  당일 김연아 피겨스케에팅의   최종경기 시간에도  NBC TV는 당연히 한인들의  기대를 무시하고 아이스하키 경기를 중계하며 신나 있었다. 

피겨스케이팅은 저녁때나 재방송으로 방영했다.  LA 한인들이  피겨 여왕 김연아의 경이롭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려고 이리로 저리로 몰려다니는 이유이다.  특히 한국말 중계를 들으면서 보아야  짜릿한 맛이 있으니  한국 TV방송 생중계 하는 곳을 찾아야 했다.

24시간 영업하는 한인 식당에 들어가니 김연아 차례가 한시간 넘게 남았음에도 한인들로 꽉 차있다.  따로국밥 한그릇 시켜놓고 마침내 한국 SBS TV의 김연아 실황을 볼 수 있었다.  

김연아의 우아하고 완벽한  경기에 어울리지 않는,  지루하게 늘어진  배경음악이 불길했다 ( 피겨스케이팅은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음악과 의상이 포함된  전반적인 예술성도 채점기준에  포함된다).  그날 식당안은 한탄과 분노의  한숨과 비명으로 가득 찼다.  기술 심사위원장을 맡은 러시아 라케르니크에 대한  ‘…시키, …스키’ 욕설도 터져나왔다.   “1차경기때 이미 고득점으로 김연아와의  간격을 최대한 줄여놓고 ,  2차경기에서  억지 점수로 김연아를  밀어낸 각본”이라는 식당내 전문가의 해설도 있었다.  납득할만한 공정한  판정으로  은메달을 받았다면 아쉽지만 감사하고 기쁜마음으로 김연아를 축하할 수 있었을텐데, “뺏겼다”고  여겨지면서 그날 식당내  한인들은 한결같이 불만을 터뜨렸다.   

로스엔젤레스의 라디오 프로 진행자들은  “속은 터지지만 연아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자”며 “오히려 김연아는 담담한데 왜 우리가 이렇게 억울한지 모르겠다”며 하루종일  수다들을 떨었다.

남가주에서 식당영업을 크게 잘하려면  ‘스포츠 실황중계’가 필수요건이다.  한국의 주요경기, 예를 들자면 월드컵에서 올림픽중계,  그리고  류현진 야구중계까지 대형 TV 화면을 통해 생방송으로 보여주는 업소들이 많다.

식당영업에서  스포츠 TV중계가 올해는 더욱 필수적이다.  그동안 케이블 TV가입을 하지 않아도 무료 공중파 TV로 볼 수 있었던  LA다저스 게임을 올해부터는 유료 케이블 TV로만 시청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저스구단주 측은 다저스게임을 타임워너 케이블 TV로만 중계하고,  타임 워너 케이블 TV는 다저스 측에    중계권료로 올해만  2억1천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당연히 타임워너 케이블 TV  시청료도 오를 전망이다.  류현진 투수의 활약 2년차를 기대하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언짢은 소식이다.  케이블 TV가 없는 한인들은 류현진투수 게임을 보려고 더 많이  식당으로 몰리게 됐다.

몇달후면 월드컵게임이 시작된다.  이번 동계올림픽보다 관전이 더 어렵다.  미국이 축구를 좋아하는 나라가 아니고 ,  중계방송을 한다고 해도 미국경기 위주로 할테니 한국팀의 게임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방송 연결이나  인터넷 불법 중계사이트로 관전을 하려는 LA한인들이 서로 긴밀히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LA한인들은 지난달 있었던 한국팀의  월드컵 프리게임(친선 탐색전)을 이곳  멕시코TV 방송을 통해 봐야 했다.  못알아듣는 스패니쉬로 중계를 보는 것도 답답한데  멕시코에게 4골이나 먹으며 그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그대로 당해야 했다.  

제기되는 의문은 “왜  우리의 볼 권리를 막는가?”이다.  NBC TV가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가졌으므로 미국내에서 방송되는 모든 다른 TV사는 물론  한국어 TV 방송들도 소치 올림픽의 사진 한장 내보내지  못하는 장님, 귀머거리 꼴들을 하고 있다.  독점중계사가 독점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그쪽 사정이고,  우리 한인들은  보고 싶은 것들을 봐야 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인터넷으로 김연아를 생중계 연결한  각종 지하 인터넷 매체들에게 고마움이 생긴다.  우리같은 이민자들, 미국에도 끼지 못하고 한국에도 끼지 못한  샌드위치 한인들이 이들 인터넷매체들에게  ‘불법’이지만 신세를 졌다.

최근 ‘변호사’라는 한국의 히트영화가 로스엔젤레스에서도 개봉되며 흥행몰이를 하고있다.  이미 이영화는 불법 다운로드 버전이 ‘카톡’으로 돌아다니므로,  배급사인 CJ는   LA에서 개봉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다른 배급사가 개봉을 밀어붙여 성공을 거둔것이다.  

여하튼 ‘돈벌이’나 ‘독점’ ‘판권’ 등의  법률용어로  부잣집 기업들의 협박이 있지만,   샌드위치 이민 한인들은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월드컵 한국전’ 들을 무조건 보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권리’라는 생각이 든다 -  우리가 찾아야 할  정보소통의 자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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