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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의 백화점 – 찜질방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4-02-14 15:55

로스엔젤레스 코리아타운의 찜질방을 가면  '여기가 한인 찜질방인가?' 하고 놀란다.   손님의 반 이상이 한인이 아닌 타인종이다.  몇몇이 모여 앉아 음식을 먹고 있고, 자연스럽게 벌거벗고  돌아 다닌다.  느긋하게 누워서 때밀이 서비스도 받는다.  

한국식 목욕문화 – '홀딱'  벗고 활보하며, 때밀이를 해주고,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락날락하며 식식대고,  뜨거운 찜질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버티고,  그러다가  한숨 자기도 하고…  이 솔직하고,  뜨근뜨근한,   빨가벗은 한국문화에서 편안함을 찾는 타인종들이 늘어나고 있다.

'옐프'라는 업소평가 인터넷사이트에서는 한인 찜질방, 사우나에 대한 평으로 가득하다.   대체로 별 4개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품평을 올리는 이들 타인종들 중에는 게이들도 가끔 있지만 대체로 한국식 목욕문화에  길들여 지고 이를 즐기는 애호가들이다. 

현재 남가주에서 운영되는 한인운영 찜질방은  70개가 넘는다.   초대형 고급 찜질방들도 20여개에 이른다.   토렌스의  리비에라 찜질방은  1.5에이커 대지에  건물만  3만 스퀘어 피트에 이른다.   어바인  H마트 인근의  아이스파도 비슷한 규모이다.   한국의 대기업  CJ는  LA 동쪽 팜스프링즈,  LA 북쪽 밸리에 이어  LA해변가의 허모사비치에  'CJ 그랜드 스파'를  잇달아 개장했다. 

찜질방 재벌(?) 임페리얼 스파는 로스엔젤레스에 두곳,   라스베가스에 한 곳을 오픈하고 있다.  한국의 초대형 찜질방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5백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들도 여러 곳 있다. 

소금방, 황토방, 보석방, 황토방,  화씨 300도에 이르는 한증막,  산림욕방,  얼음으로 둘러싸인  아이스방…별별 신기한 찜질방들이 다 들어와 있고,  PC방, 도서관, 아이들  놀이방 등도  갖추었다. 가족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설로  미국에서는 볼수 없었던  문화, 레저공간이다.        한류의 확산과 함께  한국식 찜질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이들 대형업체들은 공격적 마케팅으로 타인종 언론매체에 집중적인 광고를 하면서  어떤  찜질방은 고객의  80%가 타인종이다.   

찜질방을 찾는 부류도 다양하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는 딸들,    한국식 '나체목욕(?)'의 시범을  보여주며  어린 아들들에게 한국전통을 가르치는 아버지들,   식사 모임후에  2차로 찾는 중년 동창아줌마들.  타주에서 비즈니스로 방문한 사람,  배낭여행족들도  숙박을 위해 찜질방을 찾는다. 

어수선하고 시끄럽긴 하지만  피로를 풀고 하루밤 정도 지내기는 이처럼 싼 곳이 없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면 얼큰하게 술이 오른  남녀 취객들이  택시등을 타고 찾아든다.   20달러 정도만 지불하면   두어시간 목욕하고 한숨 푹 잔후 집으로 향할 수 있으니  100달러가 넘는 동시픽업보다 훨씬 절약이 된다. 

무엇보다도 한국식 때밀이에 맛을 들인 타인종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때밀이의 명령대로 엎어졌다, 누웠다 하면서 몸을 맡기고 나면 잠시나마   피부가  깨끗해지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에 매료당했다는 고객들이 많다.   LA동부에 위치한 다이아몬드 패밀리 스파의 경우는 고객의 반이상이 중국계이다.

독특한 한국문화의 찜질방이 다른 인종과 다문화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해프닝도 많이 발생했다.  일부 찜질방에서는 문신한 사람들의 입장을 금지하거나  문신을 수건으로 가릴 것을 강요하고 있는데  유명한  코미디언 마가렛 조가 찜질방을  찾았다가  몸의 문신으로 인해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도난, 성추행 , 음주소란등의   사건도 있었고 한때  젊은 한인들이 모여 마약을 하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이번주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찜질방 문화를  크게 보도했다.

뉴욕타임즈 기자가 직접  한국의  찜질방들을 다니며  체험한  '진짜 한국문화'를  소개한 것이다  -
목욕과 사우나를  할 뿐만 아니라 먹고, 자고, 데이트하고, TV를 보며, 책을 읽고, 머리깍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곳,  이곳은  한국식 으로 ‘회복’을 즐기는 원 스탑 토탈 서비스이다.

뉴욕타임즈  조디 칸토기자는  한 사우나에서  남녀노소가  유니폼처럼 가운을  걸치고  화씨 200도가 넘는 찜질방에  눕고, 앉고,  누구는 TV를 보며,  혹은 만화책을 보며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충격받고,  자신을  올라타고 때를 밀어대는 때밀이 아줌마의 힘과 넉살에  압도당한다.  옛날식 동네 목욕탕에서는 처음보는 사이라도 서로 번갈아  등을 밀어주는 풍습에 매료당한다.  

서울 부산등 한국 곳곳의 찜질방을 탐방한  뉴욕타임즈 기자는 현대화와 함께  아파트로  주거지가 바뀐 한국인들이 뜨근한 온돌방에 대한 향수로 인해 이같은 찜질방 문화가 번창했다고 적기도 한다.  칸토기자는 찜질방에서 만난  25살 한국청년이  “우리는 홀딱벗고 함께 목욕을 해야 진짜 친구로 여긴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도 , “여자들도 그래야 더 친해져요.”라는 말을  전하면서 한국의 찜질방은 목욕과  피로회복의  장소일 뿐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서 중요한  자리라고 봤다.  미국, 캐나다에서도 이같은 '발가벗고 친구하기' 문화가  자리잡는다면 이민생활이 더 편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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