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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못다한 사랑을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2-06 10:53

사랑은  씨앗같다.  나훈아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아니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씨이다.

LA의 의료선교단체  비젼케어 서비스는  몇달전   LA총영사관에서  77명의 한인들을 상대로  눈검사를 실시해  이중 백내장이 발견된 일곱사람에게 무료수술을  해줬다.  

그 후  타운의 한식당에서 열린 수술환우들과 의료진과의  감사의 밤 행사에서는 보험과 수술비가 없어 고생하던 70대  할머니,  한쪽눈만 보이던 신학생등이 가족과 함께 나와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비전케어  서비스의  의사들은  몽고, 캄보디아, 멕시코등에서  수백여명의  환자들에게  무료개안수술을 해왔다는 것도 알려졌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 비젼케어 서비스의  의사에게  한 노인이 찾아왔다.   지팡이를 짚고 온  90대의 이노인은  개안수술에  써달라며   꼬깃꼬깃한 현금, 수표등  총  5,640달러를 의사에게  쥐어주고 떠났다.  사랑의  씨앗은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다.

지난 주말 헐리웃의 점보스 클라운 룸 식당.   종업원은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계산서를 가져다 주었다.  24달러.   그런데 손님이 떠난 자리에  얹혀진 팁에 종업원은 눈이 휘둥그래 졌다.  현금  500달러.  쪽지에는 ‘예수를 위한 팁에서 @tipsforjesus’ 라는 본인 싸인이 있었다.  며칠 후   사우스벤드 식당.  USC의 풋볼게임을 보며 식사를 즐긴 한 손님의 계산서는  84달러였다. 

그런데 팁은 5천달러가 놓였다. ‘Fight on!’이라는 USC응원 메모와  함께 역시 ‘예수를 위한 팁에서’라는 도장이 찍혀 있었다(이 익명의 천사는 도장과 싸인을 병용한다).   현재 미국 이곳저곳에서 레스터랑의 종업원들을  환호케 하는  ‘예수를 위한 팁…’   이다.   이 팁이 처음 알려진 것은 9월8일 아리조나주  피닉스시의  한  식당에서  2,500달러의 팁이 남겨지면서부터이다. 

헐리웃의  헝그리 캣이라는 식당에서는 266달러 식사비에  1,000달러의 팁이  놓여져  종업원들은 200달러씩 나눠 가졌다.  ‘힘들게 일하는 식당종업원들에게 정말 행복한 선물’이었다고 즐거워 했다.  샌프란시스코,  미시간주 앤 아버, 유타 등에서  ‘예수를 위한 팁…’의  발자취가 계속됐다.  337달러  식비에  3000달러 팁,   2,979달러 식비에  10,000달러 팁…가장 많이 출몰(?)하는  지역은 헐리우드로서 이  ‘예수를 위한 팁..’ 주인공이  남가주 주민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다. 

현재  @tipsforjesus라는 사이트가 만들어져 이 예수의  팁을 받은 종업원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영수증의 사진과 함께 올라 있다.  후한 팁과 함께  ‘예수를 위한 팁..’이라는 싸인의 사용자는 여러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견도 있다.  사랑의 씨앗이다.

연방정부 예산안 통과를 위해  의회 공화당과 대립하고 있는 오바마대통령은   지난 수요일  발표를 통해  정부적자는 해소될 것이며,  자신은 정부적자보다는 ‘기회의 적자 deficit  of opportunity’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가난한 자, 무너지는 중산층을 위해 일하겠다는 다짐이다 . 미국의 미래에서  ‘정부재정적자보다 더  위험한 것은 가난한 자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에 제동을 걸 것이고,  현재의 연방정부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프란시스  교황은지난주 현재의 족쇄풀린 자본주의는 ‘새로운 폭정( new  tyranny)’이라고  비난했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불평등, 가난과 싸워야  하며 이것은 첫번째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 위에 세워진   부서지고, 상처나고,  더러운 교회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안전에 집착하는  교회는 건강하지 못한 교회라는 것이다.   ‘사제훈계’ 문서를 통해서 발표한 그의  강령지침이다.   이 메시지에서 프란시스 교황은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나누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한다.  

이는 ‘살인하지 말라’라는 계명에 부합되는 것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독점, 가난한 자들의  소외는 결국 살인과 마찬가지라는 논리이다.   “늙은 홈리스가 거리에서 얼어죽는 것은  뉴스가 아니고,   주식시장이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은  뉴스가 되는가?”   교황의 외침이다.  교황은 또 현세의  ‘돈의 우상 idolatry of money’에 대해  경고하며  정치인들은 모든 시민들이 직업과 교육,  그리고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본주의의 극성으로  떼돈을 벌어가고 있는 갑부들은   아름다운 바다의  섬을 통째로 사고,  개인 비행기와 요트로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경쟁적으로 즐긴다.  미국이나 영국의 초일류 사립대학에 들어갈 기회는  돈 있는, 배경있는 집안일수록 유력하다는 보고서도 지난주에 발표됐다.   그러나 이 세상은  이들  부자들이 아닌,  손떼묻은 개안수술비를 기부하는 90대 할아버지 ,  예수를 위한 팁을 주는 무명인 등 때문에  오늘도  살만한  것이다.  연말에는 차가운 길바닥에  누워있는 홈리스를  한번  만나보자.
LA통신  2013년 12월7일 김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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