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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불법체류자와 사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1-28 17:38

1990년대 한국외환위기때 집안이 망했다.  부모는 이혼하고  11살 홍주영은  어머니,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왔다.  관광비자로 입국했다.  대학입학 원서를 쓰면서  자신이 불법체류자로서 원하는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2년제 커뮤니티 컬리지를 거쳐 UC버클리로 편입해   2012년 졸업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있을 때  취직은 물론 운전면허증 받기도 힘들었다.   그는  컬리지에서  서류미비자 신분학생회장,  UC버클리 학생회  임원으로 불체자 학생 구제법안  ‘드림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해 왔다. 

그가   지난 월요일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오바마대통령 연설장에  초대받았다.   초대받은 다른 젊은이들과 함께 오바마 뒤쪽에 배석받았던 홍주영은 오바마연설 도중 소리를 질렀다.

“우리 가족은  19개월째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나라의  모든 불법체류자들의 추방을  중지시키는 힘을  당신은 가지고 있습니다.”    

경호원들이 홍주영씨를 제지하려 하자 대통령은 그들을 말리면서 홍씨를 계속 연설장에 머물게 했고 “나는 이들 젊은이들의 열정을 존중합니다”라며  연설을 계속했다.  “쉬운 방법은 소리를 질러댐으로써  자신이 무언가 할 수 있는 척 하는 것이다.  나는 똑같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우리의 민주적 절차를 사용하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홍군의 행동에 대해  논란이 뜨거웠다.  한인사회는 특히  대통령 연설자리에  ‘무례’를 범한 젊은이가  한인이라는 데에  시시비비  말이 오갔다.  오히려 오바마대통령의  ‘너그러운’  태도에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홍주영군은  오바마대통령 연설 단골손님이다.  그는 이미 혜택을 입었기 때문이다.   홍군은  2012년 10월에  추방유예 승인을 받고   합법체류자가 됐다. 

수년동안 불법체류자 학생들의 학비혜택법안을 위해 운동을 펼쳐왔던 그는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법률협의소의  지원으로  합법신분을 획득한 것이다.  노동허가증, 운전면허증도 모두 받았다.  당시 그는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줄 몰랐다”고 즐거워 했다. 

지난해에는   라스베가스 델솔 고등학교에서 열린 오바마 연설에도 초대받아 갔다.  그는 당시 오바마대통령의 연설들 듣고 이민개혁법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을 칭찬했다.   그의  소원은 5살 많은 누나의  추방을 막는 것과 어머니가 건강보험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민개혁법이 진전이 없자  그의  답답함이  이번  해프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의문인 것은 그의 이번 외침과는 달리  그의  가족이 실제로 19개월째  (강제로)  떨어져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칠면조고기를 먹고 있을 때  몇몇 이민운동가들은 워싱턴 DC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다.  목에  나무십자가를 걸고  20일째  물만 먹으면서  17파운드의 몸무게를 잃었다.  연방하원이 하루 빨리 이민 개혁, 사면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민자들을 정치나 정책으로 구분해  취급하지 말고 ‘ 인간 human’ 본연의 모습으로 봐 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한인 서류미비자들, 불법체류자들, 그들의 안타까운  사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불법체류 과정이야 어쨋든  그들의   애환과 불안, 고통은  지금쯤은 해소돼야 한다.  

홍주영군의  ‘대통령연설  가로채기’  상황에 대해 인터넷에 오른 의견이 있다.  이 미국인은 홍군의 국적  ‘사우스 코리아’를 지칭하며  “너희 나라에서 이민자들은 합법이건 불법이건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운이 좋아 너희 한국인과 결혼이나 해야 가능하다.  너희 사우스 코리아에서 이민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박해는 잘 알려져 있다.   너희 나라에서 불법이민자가 대통령연설을 방해할 수 있고, 또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네 나라에서  잘해봐라. “

추수감사절 전날 오바마대통령은 그의  행정권이  허락하는 사면식을 가졌다.  “나에게  주어진 권력으로 나는 ‘팝콘’이  크란베리 소스와 스터핑으로  채워지는 것을 면제받도록 허락한다.”   ‘팝콘’은 이날  도살을 면제받은  칠면조이름이다.  해마다 추수감사절에는 미국에서 480만마리의 터키가 도살돼 식탁에 오른다.   사육장에서 도축을 기다리는 칠면조들 중에서  한 두마리를 살려주는 사면식을 대통령이  해마다 재미삼아 실시한다.   

한 두명에 그치는 사면이 아니라  모든 서류미비 이민자,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일괄적 사면이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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