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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와 ‘슈라이너의 추억’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1-14 17:14

한국에서는 충청도인구가 전라도 인구를 추월했다고 해서 정치권의 선거전략에 비상이 걸렸었다. 

올해 5월을 기점으로 충청도 인구는 525만명이 넘어섰고 전라도 인구는 525만명에  못미침으로써 조선시대 이후 최초로 충청도 인구가 전라도 인구를 앞질렀고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다.  호남권은 인구가 정체 상태이고 충청권은 매달 3천명씩 증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숫자를 기반으로 충청권의 의석을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호남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은 충청권의 보수성향 때문에 바싹 긴장하게 됐다.

충청인들은 흔히 느리고 여유있는 기질로 잘 비유된다. 산에서 돌이 굴러내려 가는 것을 보고 위에 있는 아들이 밑에 있는 아버지에세 “돌 굴러 가유우” 하고 말을 마쳤을 때는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등,  1910년  조선이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지만  1919년에야  3.1운동이 일어난 것은  충청도 사람들이  그때서야 나라잃은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충청도사람들이 계속 몰랐다면  3.1 운동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논리이다. 충청인들의 뚝심(느린 것이 아니라)과  확신(결코 겉으로 내보이지 않는)은 특이한 기질이다.

충청인들의 뚝심과 확신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연,  16년간이나 한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계속되어 온 사랑의 긴 이야기가 있다.

로스엔젤레스 슈라이너병원은 매년 충청도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18세 이하의 청소년들중에서 화상, 선천성 기형 환자들을 후송해 무료수술과 후속치료를 해왔다.  팔다리가 절단된 어린이들도 있었다.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35명의 장애 충청인들이 이곳에서 치료와 수술을 받으며 삶의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다.  로스엔젤레스 슈라이너병원은 기형수술과  화상환자, 피부이식등에 특히 유명했기 때문에 이같은 어려운 환자치료를 기꺼이 떠맡은 것이다. 이후 슈라이너 병원은 환자당 적게는 10만달러, 많게는 2백만달러 상당의 수술과 치료를 시술했다.  

이 사랑의 인술의 원활한 실현을 위해서 남가주충청향우회가 지난 16년간 보인 정성은 가히 충청도인의 ‘뚝심과 확신’이다.  충청도에서 오는 환자들과 가족들을 공항에서부터 영접해 개인집, 혹은 아파트에 거주하게 하고 병원 오가는 일을 맡았다.  통역도 물론이다.  환자들, 가족들과 함께 마켓을 가서 장을 보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관광지로 안내했다.  남가주 충청향우회와 충청남북도, 대전시가 꾸준히  모아 전달한 기부금은 50만달러이다. 

50만달러는 큰 돈이 아니다.  오히려  대수롭지 않은 액수일수도 있다.  그러나   5천달러 혹은 3만달러로  작지만 정성으로  16년간 끈질기게 기부를  해왔다.  충청인들의 뚝심기질이다.

이 사업은 1997년  로스엔젤레스 충청향우회의 주선으로  당시 심대평 충남도지사와 로스엔젤레스 슈라이너병원이  ‘장애아동무료시술협약’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그후 매년 충청도의  가난한  장애인, 화상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려 로스엔젤레스 땅을 밟았고, 수많은 아름다운 희망과 회복의 사연들이 만들어졌다.  슈라이너병원을 다녀간 환자들과 가족들은 ‘슈라이너의 추억’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서로의  아름다운 경험들을 주고 받았다.

슈라이너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던 충청도 청소년들은  2008년 슈라이너 로란트박사가 충청남도를  방문했을 때  감동적인 재회도 했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이루어졌던 회복환자들과 의사들과의  재회에서는 환자들의 눈물바다 속에서 진행됐다.

이 슈라이너의 추억이 올해로서 마무리된다.  한국은 이제 더이상 가난한 국가가 아니고, 의술도 선진국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슈라이너병원은 충청도와의 이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이 사랑의 인술사업은  한국보다 다 못사는 가난한 국가를 찾아가 계속된다. 

충청도도 이 사업을 국내의 유수전문병원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충청남도 복지보건국장등  충청도관계자들과 남가주충청향우회 임원들이 지난주 슈라이너병원을 방문했다. 

따뜻한 이별과 함께 1만1천달러의 마지막 후원금(역시 많지 않지만 정성어린 금액이다)도 전달됐다. 

충청인들은 미국인들과 맞는 기질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의 인술 프로그램이 처음 시작됐을 때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한국인들은 슈라이너병원이 부담하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 인적 자원 투입에 대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왜 이런 사업을 하십니까?”라는 한국기자의 질문에   프랑크 라봉테 병원장은  그 명언을 남겼다. “우리가 몸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에 대한 무료치료는 선택적인 배려가 아니라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할 의무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빚이 많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건강한 사람들은 장애인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는 것을 다시한번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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