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추가반찬에 값을 매긴다고?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1-01 10:51

영국에 유학을 간 딸의 졸업식을 보고 온 친구가 있다.

그는 로스엔젤레스로 돌아오자마자 ‘감사 전도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유인즉 영국 런던에서의 한국음식은 “끔찍”했고, 게다가 반찬 한가지마다 1달러씩을 받아 “너무 열받았다”는 것이다.

로스엔젤레스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 질과 양에 비해 값도 싸고, 모든 종류의 한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제2의 고향. 반찬값을 받지 않는것은 당연한 것이고 추가반찬도 얼마든지 거저 내어주는로스엔젤레스 한식당들. 그는 로스엔젤레스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를 2주간의 영국여행에서 “뼈저리게” 깨우쳤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식사 때 만나는 사람마다 “로스엔젤레스에 사는 것을 감사하라”며 입에 침이 마르게 로스엔젤레스 한국식당과 음식을 예찬한다. 실제로 많은 엔제리노 코리안들은 로스엔젤레스 한식은 한국본토의 한식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하고 산다.

그런데 이곳 한인식당가에서 이상한 낌새가 나타났다. ‘박대감네’서 추가반찬 유료화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두달째 욕을 먹으면서도 시행하고있다. ‘박대감네’는 한식 고기구이집으로 갈비탕도 유명하다. 박대감네 사장님은 김치이외의 반찬을 추가요구할 때는 반찬 한가지에 1달러씩 부과하고 있다. 어떤 손님은 추가반찬 1달러 부과에 자리를 차고 나가버리기도 했단다.

밥상머리 인심이 좋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을 리가 없다.

그런데 ‘추가반찬 1달러’의 변은 꽤 일리가 있다. 박대감네 제니김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많은 손님들이 반찬을 남기고 나갑니다. 한 사람의 요리사로서 많은 양의 남은 음식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식을 소중하게 여기는 식당주인으로서 남은 반찬들, 혹은 건드리지도 않은 반찬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 맞는 말이다.

“일본식당에서는 추가 반찬마다 다 돈을 받습니다. 일본반찬은 먹을 만큼 시키고 버려지는 것이 없는데, 한국반찬은 남기고, 버려도 될만큼 값어치가 없는 것입니까? 한국반찬은 아깝지 않은 것입니까?” - 맞는 말이다.

“외국손님들도 한국반찬은 남겨도 되는 것처럼 싸구려로 여깁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식이 싸구려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주어서는 안됩니다.” - 이 부분에서는 한식이 세계화가 되지 않더라도 무료반찬이기를 바라는 한인들이 대부분이다.

박대감네서 나가는 음식쓰레기양은 하루 2백갤론 정도란다. 이중의 많은 부분이 반찬쓰레기이다. 자원절약과 음식비 절약 차원에서는 반드시 어떤 개선조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반찬인심이 어디 그런가.

“반찬을 그냥 주는 것은 한식의 고유전통, 밥상예절이다. 오히려 한식세계화에서 강조해야 할 미덕이다”, “반찬을 남기지 말고 음식을 아끼자는 캠페인으로 매식문화를 개선해 가면 된다”,

“남은 반찬은 투고박스에 담아서 가져가도록 하자”, “남의 나라 음식문화 따라간다며 반찬 값을 받는다면 한국식당이 더 이상 아니다”, “반찬 값을 따로 받겠다면 한 사람당 한 세트씩 반찬도 따로 줘야 한다”

식당주인이나 요리사들의 입장을 보면 추가 반찬유료화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손님의 입장에서 추가반찬 유료화는 기분 나쁘고 찜찜하다. 어쨌든 추가반찬 유료화는 어떤 식으로든 서서히 발동이 걸리고 있다. 추가반찬 유료화가 성공한다면, 그 다음에는 기본 처음반찬에도 가지마다 유료화를 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랴. 영국처럼 말이다.

한식세계화를 빌미로 반찬도 규격화하고, 반찬마다 값을 매기고, 그 중에 비싼 반찬도 생겨나고, 반찬수를 세어 보며 주머니 돈을 궁색하게 계산해야 한다면 밥맛이 모래알이 될 것 같다. 한국식 일식요리에서 나오는 찌기다시의 다양한 맛, 이 재미도 사라질 것이다.

그제 점심때는 순두부집에 갔다. LA타임즈에도 소개된 작은 골목집 순두부이다. 외국손님들이 반 이상이고, 점심때는 줄이 선다. 깜장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주인아줌마가 “반찬 뭐 더 드릴 까요?” 하며, 우리 밥상을 살피더니 오이나물, 감자조림 반찬들을 더 가져다 준다. 물론 무료다.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또 와야겠다” 중얼거렸다. 어제는 조개구이집에서 9명이 소주를 마셨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의 콩나물국이 바닥날 때마다 다시 뜨거운 콩나물국으로 채워준다. 물론 무료다.

“또 와야겠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