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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가 문을 닫으면

김인종 vine777@gmail.com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3-10-04 09:51

로스엔젤레스 동쪽 벌판에는 예수나무라는 죠슈아 트리들로 채워진 국립공원이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모습처럼 처연하면서도 거룩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나무는 이 지역에서만 자라며  수 만에이커의 땅에 도열해서 자라고 있다. 

다른 나무들은 자라지 못한다.  죽은 듯,  혹은 살아있는 듯한 모습으로,  오직 죠슈아 트리들만이 뜨거운 마른 땅을 버티며 줄을 잘맞춘 군인들의 행진처럼 번성해 왔다.  로스엔젤레스의 팜스프링즈와 이웃한  광활한 이 지역을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이곳은 태양이 열기를  식히는 늦가을부터 제철을 맞는다.  탐험가들, 사진작가들, 암벽등반가들, 하이커들, 그리고 단순히 조용히 있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세계에  유일무이한 이 죠슈아 추리의 행군을 보기위해 유럽, 아시아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 공원이 지난 수요일 문을 닫았다. 오바마정부와 공화당 의회간의 예산싸움으로 연방정부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잃은 여행객들은 인근의 식당과 카페에 앉아 불만을 쏟아냈다. 국립공원은 국민 것인가, 아니면 정부 것인가?   나라 땅은 전부 정부 것이었나? 저희들 싸움에 왜 국민이 갈 길을 잃어야 하나?

그랜드 캐년, 요세미티 등의  401개 국립공원들,  워싱턴DC에 있는 세계 최대의 종합박물관 스미소니언,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등 연방정부 관할 관광지, 시설들이 문을 닫았다.  요세미티공원내의 투숙객들은 48시간내에 떠날 것을 통보받았다. 미국내 국립공원에서 벌어들이는 하루평균 7천6백만달러의 수입도 끊겼다.

오바마정부는 핵심사업으로  전국민 의료보험 가입제, 오바마케어를 추진해 왔고 이번 10월1일부터 시행이 되면서 그 예산을 올해  정부 예산안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공화당 장악의 하원은   오바마케어의 시행을 막기 위해  오바마케어 예산을 빼버리고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반면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은 하원에서 올라온 이 절름발이 예산안을 거부해 하원으로 돌려보냈고, 오바마정부와 공화당 하원은 예산안 합의를 포기했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예산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닫게 되는 연방정부 부서의 서열을 보면 국가가 돌아가는데 필요한  업무의 우선순위를 볼 수 있다.  군대, 연방사법기관, 연방교도소, 여권신청, 비자업무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공무원직의 근무는 계속된다.  우편배달, 은퇴자 연금 지급, 소셜 시큐리티 신청과 발행,  메디케어 서비스,  국영철도, 항공관제탑, 공항의 탑승자 스크린 업무도 계속된다.

노동부가 관할하는 실업수당 지급, 농무부가 관할하는 푸드 스탬프지급도 중단되지 않는다.  물론 국세청의 세금징수 업무는 잠시도 중단될 수 없다. 다만 국민들에게 지급되는 세금환불 업무는 지연된다.

연방항공우주국(NASA), 환경보호청, 상공부, 내무부, 노동부, 재무부 등은 80%에서 97%의 업무가 중단된다.  국토안보부, 국가보훈처, 법무부 등은 15% 내외만 문을 닫는다.  국방부 업무는 약 50%가 중단된다.  셧다운에 포함되는 공무원들은 모두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간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을 주도한 대통령과 상하원의원들은 봉급을 받는다. 이들의 봉급은 법에 따라 필수 지급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셧다운 기간중에도 꼬박꼬박 지불된다.  법안을 만드는 당사자들로서 자기들 앞가림은 확실히 해놓은 셈이다.  200만명이 넘는 연방공무원들 중 당장 82만명 정도가 직장을 쉬게 된다.  이들은 억울하지만 봉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만약 연방공무원들이 업무를 계속할 경우 연방법에 의해 중범죄로 취급된다. 자발적인 무보수 근무도 안된다.

국가정보원(National Information Agency)은 정부폐쇄가 즉각적으로 정보수집 업무에 악영항을 미치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셧다운이 일주일 이내 끝나더라도  경제성장률이 0.1% 하락하고, 한달 이상 이어질 경우 미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정부폐쇄로 여론은 오바마 정부보다는 공화당 하원을 더 원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대통령이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폐쇄와는 별도로 10월1일부터 시작된 오바마케어 접수에는 관련 웹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신청과 문의가 폭주했다. 한인들의 가입을 돕고 있는 ‘캘리포니아 커버드 한국어 서비스 센터’에도 아침부터 보험등록을 하려는 한인들로 북적였다.  보험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인들은 정부폐쇄와는 상관없이 오바마케어의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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